단편

Replica

월드 트리거. 레플리카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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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에게서 첫 문장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레플리카는 복제품, 사본이라는 뜻이다. 쿠가 유고가 아들 쿠가 유마 탄생 이후 그를 감시, 보조하기 위해 제작한 트리온 병사에 어째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 아비의 가르침조차 맹신하지 말라 말하던 당신께선 어째서 아이를 위한 도구에 레플리카란 이름을 붙이신 건지, 쿠가 유마 본인도 그 뜻을 알진 못했는데 사실 알 수 없어야 맞았다. 쿠가 유마는 네이버후드 태생이었다. 그는 그에게 네이버후드에 해당하는 이곳 미덴―미카도시에 와서야 레플리카라는 게 이곳의, 정확히는 타지역의 언어로 복제품, 사본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진 그저 인명에 불과하다 생각한 이름이었다. 그 이름에 뜻이 생긴 날이었다. 그전까진 네 이름에 무슨 뜻이 있느냐 묻지 아니했으므로, 물을 생각을 하지 못했으므로.

아이러니하여라. 자식을 복제―사본으로 만들어 그 생을 연장한 쿠가 유고의 유품이 모두 레플리카뿐이라니. 오리지널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잠들어 있을 뿐이라니.

그럼 레플리카는 쿠가 유고의 ‘레플리카’인가?

알 수 없었다. 평소 아비의 가르침조차 맹신하지 말라 말하던 당신께선 아이를 위해 자신의 복제―사본을 만들어 둘 위인이셨는가. 쿠가 유마도 알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은 있었다.

오래된 밤, 잠들지 못하여 옥상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보던 백발의 소년이 그 곁에 남은 트리온 병사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레플리카. ‘나’는 뭘까. ‘나’는 정말로 ‘쿠가 유마’라고 할 수 있나? ‘쿠가 유마’의 레플리카가 아니라? 그리고 그에 ‘레플리카’는 이렇게 대답하였으니.

‘유마는 유마다.’

쿠가 유고가 제 곁에 있었으면 무슨 시답잖은 고민을 하는 것이냐 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플리카는 그와 다르게 언제나 그랬듯 진중한 음성으로 제게 입력된 사실을 발음했다. 아버지와 다르게. 아버지는 이제 없으니. 하지만.

‘…….’

‘고마워.’

레플리카. 그리고 아버지. 속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복제―사본으로서 레플리카를 남긴 것인지는 여전히 불명이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레플리카는 레플리카였고, 쿠가 유마는 쿠가 유마였다. 그러면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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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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