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務心

월드 트리거. 팬아트

비자림 by 비
2
0
0

* 팬아트입니다.

“슈지, 잠시만 이리 와 볼래?”

오늘, 어쩐지 계속 따라다니는 듯했던 눈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화단 가장자리 대리석 턱에 걸터앉아 있던 아즈마의 손짓에 미와가 그에게로 다가갔다. 슈지라고 이름이 불리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곁에 서자 어디 한번 보자, 하고 손을 잡는데 뿌리치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 것이 그동안 그들이 얼마나 친밀해졌는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아즈마 앞에 서 있는 미와의 시선은 앉아 있는 아즈마보다 좀 더 높았다. 트리온체도 풀어 봐, 확인할 게 있어서. 그 말에, 트리온체를요? 하고 의아해하다 조금 주저하며 말했다. 쉬는 날이라 대충 입었는데……. 에이, 뭐 어때. 그는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는 식으로 말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의 섬세한 감수성엔 조금 무심하기도 하다. 깔끔하게 잘 차려입은, 그래봤자 그보다 어른스럽게 보일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어린애 같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그만큼, 신경 쓸 시기의 아이를 이해하기엔 그는 너무 오래전에 그 시기를 넘은 것일까? 생각이야 그리하지만 따르는 행동은 순순했다. 옷장에서 대충 꺼내 입은 반소매는 색이 어두워 구김 같은 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좋았다. 그러나 앞서 뭐 어떠냐고 말했듯이 그는 차림새보다 다른 것에 좀 더 시선을 준다.

“아, 역시 높아졌네.”

“높아져요?”

시선에 시선을 준다. 눈이 밝은 그는 아이의 시선이 저보다 높아졌음에, 성장했음에 이로써, 비로소 확신하고 예상이 맞았음에 기뻐한다.

“키 말이야. 어제 니노미야랑 카코도 트리온체를 갱신했거든.”

“아아…….”

조금 전 무심하다 생각했던 것이 조금 죄송스러워진다. 당신이 제게 무심하다 생각이 드는 순간은 제가 알지 못하는 ‘제’ 다른 것에 마음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란 것을, 이로써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교복이 때롱해졌어요. 퍼뜩 깨달은 것을 외치면, 하하! 원래 한창 클 때는 모르지. 그럴 줄 알았듯이 웃는 당신이다.

한편 다른 생각을 웃음 뒤로 감추는 어른이다. 제 무심을 반성하는 어른.

아이야 스스로 관심을 두어도 모자를 자신에 무심했다 반성할지 몰라도 본디 아이는 무심해도 되었다. 그런 아이를 살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는 제 교복이 짧아졌음을 깨닫는 것도 늦고, 당신을 올려다보는 시선이 좀 더 가까워졌음을 알아채는 것도 조금 늦었다.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그 자신도 새파란 어린애나 마찬가지임을 아는 성인이 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청년이기 때문인지. 그리하여 그 역시 미숙한 점이 많기 때문인지.

그 역시 아직 생장점을 모두 지나치지 않았음을 알아야 하건만. 스스로 무심을 탓하긴 쉽고 관용엔 박해진다. 그래도 티를 내진 않는다. 아이가 보고 있으니 그렇다.

카테고리
#2차창작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