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활로

월드 트리거. 航空燈火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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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쏘지 못하는 스나이퍼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그러나 아즈마 하루아키는 하토하라 미라이에게 단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스나이퍼는 하토하라가 전투원으로서 맡을 수 있는 단 하나 남은 포지션이었다. 멀리서, 제 손에 직접적으로 전해지고 연결되는 감촉, 감각 없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포지션은 슈터, 건너, 스나이퍼인데 그중 가장 원거리에서 적을 저격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자가 그보다 근거리에서 적을 공격하는 슈터나 건너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물론 트래퍼 같은 특수 포지션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해당 포지션을 운용하는 부대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하토하라 한 명을 위해 부대 전술, 성격 그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하토하라 자신도 원하지 않기도 하였다. 따라서 오퍼레이터로 전향하지 않는 한 하토하라는 스나이퍼라는 현재 포지션에서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여기가 끝이었다.

팔이나 다리를 저격하는 것도 무리라고 했지. 네. 하토하라는 그 대상이 무생물이라면 아즈마가 그간 가르친 스나이퍼 중에서 손꼽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국 사람이 그의 문제였다. 여러 의미로. 훈련실로 자리를 옮긴 뒤 하토하라는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다소 주눅 든 상태로 바닥만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아즈마는 제게 도움을 청하러 온 그의 고민을 대신 넘겨받은 뒤 줄곧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하토하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하토하라. 네. 아즈마 씨. 대답하는 얼굴에선 근심이 떠나지 않았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긴 시간을 고민했는데도 답을 찾지 못한 탓에 아즈마도 그러리라 생각했다기보다는 해답의 존재 자체에 기대가 없는 듯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손. 실은 손이 문제가 아닌 걸 알면서도 애꿎은 손만 노려보는 그에게 아즈마가 말했다.

“무기를 쏘는 건 어떨까.”

“……네?”

활로가 열렸다.

*

‘어려울 거다. 지금보다 배로 더 노력해야 하겠지.’

‘빗맞힌다는 게 무얼 뜻하는지는 하토하라 너도 알 테니 말이다.’

‘……네.’

*

아…….

활로를 열어준 건지, 활주로를 열어준 건지…….

*

아즈마 하루아키는 하토하라가 원하는 답을 들려준, 그에게 필요하고 동의하며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유일한 사람이었으며 하토하라가 후일 받아들여야 했던 절망을 유예한 자이기도 했다. 차라리 그때 절망했으면 후일의 일 따위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일찍 절망하였으므로 만용을 버리고 단념할 수 있었을까. 모른다. 이미 날아가 버린 새를 두고 전일을 고민해 봤자 얻을 것은 하나 없다. 달라지는 것도. 바뀌는 것도. 또한 이에 아즈마가 가져야 할 감정 역시 유감 외엔 유념할 게 없었다. 유책을 논할 상대는 그가 아니다. 아즈마는 저를 찾아온 니노미야를 보며 그리 생각한다. 그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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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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