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음

묵음 3

월드 트리거. '성격이 나쁨'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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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소재 주의

A급 3위, 카자마 부대의 부대장 카자마 소야의 형 카자마 신은 오 년여 전 일어난 전투에서 사망했다. ‘구 보더’ 소속 열아홉 명 중 사망한 열 명 중 하나였다는 뜻이다. 치열한 전투 끝에 발생한 사망자 중에는 블랙 트리거를 남기고 사망한 자도 몇 있었으나 카자마 신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유해는 모래로 변해 흩어지지 않았고, 유가족은 빈 관으로 장례를 치를 걱정을 덜었다. 그에 다행이니 뭐니 입에 올리는 것은 적절치 못하리다. 아무도 그런 소리를 입 밖에 내어놓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오 년여 전 그들-보더 관계자가 가진 정보는 현저히 적었으나 그럼에도 블랙 트리거의 의미와 그것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유가족을 만나 어떻게 시신조차 회수할 수 없는 죽음을 소명했는지는 카자마 소야에게 알 바가 아닌 사실이었다. 사망자에게 모두 유가족이 있는지도 불명이었으니. 다만 사실을 밝히자면 블랙 트리거에 관해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블랙 트리거의 소유권을 유가족이 요구하면 어찌할 셈이었는지도. 모두 카자마 소야에겐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으나 그 해 벌어진 전투에서 만들어진 블랙 트리거는 보더 본부의 소유로 들어갔다고, 후일 보더에 속하게 되었을 때 알게 되었다. 보더 본부가 최초로 획득한 블랙 트리거였다. 그전까지 구 보더 소속의 대원들은 일반 트리거만 사용해 왔으며 카자마 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블랙 트리거가 아니더라도, 트리거를 사용하지 않을 자에게 내어줌으로써 자원을 낭비할 만큼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 카자마 소야가 카자마 신을 가르친 보더이며 후일 지부장 자리에 오르는 린도 타쿠미와 유가족과 유가족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로 대면하여 대담을 나누는 일이 일어난다.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카자마 소야가 카자마 신의 트리거를, 트리거 홀더라도 유품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당사자가 입을 다물고 관계자가 침묵을 지킨 끝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물어보는 이도, 캐내는 이도 없었다. ‘구 보더’는 아는 자들만 아는 역사로 서서히 잊힌다.

보더 본부에 블랙 트리거에 관한 소문이 돌았을 때, 단순 음성 녹음이라면 일반 트리거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같은 가능성을 타진한 이들이 있었다. 꼭 블랙트리거여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을 뿐 기술 개발은 이미 어느 정도 진척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카자마 소야는 진 유이치의 말에 타치카와 만큼도 반응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판기에서 뽑아낸 캔 커피를 마셨다. 블랙 트리거와 관련하여 돌던 소문은 그해 여름과 함께 사그라들어 자취를 감췄다. 여름이 태우고 남은 자리를 가을의 사늘한 손길이 바람과 함께 훑었다. 카자마 소야는 그 앞의 진 유이치가 한때 소유했던, 모가미 소이치가 제작한 블랙 트리거 풍인의 적합자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 카자마 신이 블랙 트리거를 남겼다면 자신은 그것의 적합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이, 오래 전 단 한 번 떠올리고 만 블랙 트리거 쟁탈전 중의 상념을 카자마 소야는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누구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

트리온 능력이 높은 사람은 사이드 이펙트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사이드 이펙트를 가질 만큼 트리온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블랙 트리거 제작에도 성공할 가능성도 컸다. 그러니 결국 이러나저러나 가능성의 문제, 확률의 문제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카자마 소야는, 그 확률이 자신에게도 시도할 만큼은 된다고 판단했다. 베일 아웃이 불가능한 상황. 그 가운데 파괴되어 해제된 트리온 전투체. 그리고 다들 아직,

“싫어요.”

갈 길이 멀었으므로. 갈 길도, 나아갈 날도 아직 멀었다. 카자마 소야의 트리온 능력은 보더 전투원 평균치였다. 그리고 그 자신이 20대에 들어섰으니,

“하지 마세요.”

더 성장할 일은 아쉽게도 요원했다. 아, 카자마 소야는…… 그와 친한 B급 건너 스와 코타로가 평한 만큼은 아니어도 스스로 성격이 좋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아무래도…… 그러나 거짓은 아닐지도 몰랐다.

“난 절대 안 쓸 거니까. 해봤자 무용지물로 썩힐 거예요. 그러니.”

“그럼 우타가와. 부탁한다.”

“그러니ㄲ

*

아, 마지막으로 남길 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부탁한다고 했으니 해내리란 믿음은 있었다. 키쿠치하라를 부탁한 것도.

카자마 소야는 그만한 안목을 가진 대장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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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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