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서
약재를 살피던 손이 간간이 멈추었다. 눈빛은 고요했으나 그 아래로는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옆에서 약재를 다듬고 있던 흑백소소도 또한 손을 멈추고 모용백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그조차 깨닫지 못할 만큼 그는 상념에 빠져들었다. “선생님, 오늘은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냐?” 그 말에 정신이 든 모용백이 두 사람을 보았다. 백소아의 말에 흑소령도 동
"문주, 듣기로는 자네도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병증이 있다고 하던데." "그런 편이지." 하오문주의 잔이 비워지는 것을 본 백의가 오만한 얼굴로 말했다. "천악이 요즘 잡기를 익히고 있네." 무슨 잡기를 배우고 있는지 맞춰보라는 기색에 문주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내가 보기에, 천악 선배는 무공 외에는 세상사에 일체 관심이 없는 사내야. 관심을 둘래
“나는 만장애로 간다.” 창백하게 질린 몽랑을 등에 업은 이자하의 말에 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양가의 복수인걸까. 아니면 선대와 마찬가지로 극음의 기운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 몇 가지 가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으나 아마도 답은 범인의 뒤를 쫓는 검마와 귀마가 들고 올 터다.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으니 생각을 비워야 했다. 이자하의 신형이 만월을
* 고어, 사망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자하는 홀로 절벽에 서 있었다. 높게 떠오른 태양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파아란 바다는 끝을 모를 듯 광활했다. 반짝이는 윤슬 아래로는 이따금 어떤 그림자 같은 것이 헤엄치기도 했다. 대붕이라 하기에는 고작 잉어 정도의 크기였다. 발밑으로는 철썩 철썩 처얼썩 파도가 부서지고 밀려오길 또 반복했다. 파도가 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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