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함

니콜리샤

"이브."

기사가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은 최초의 여성의 것이다. 아담의 갈비뼈와 세상의 많은 것을 섞어 만들어진 복잡한 존재.

태초의 아무것도 있지 않던, 여호와께서 빛을 명령하지 않으셨을 때. 그때 홀로 존재하던 끝 없는 어둠. 기사가 사랑하는 여자는 그 어둠을 닮았다.

처음의 것. 최초의 존재. 모든 걸 가진 어둠. 여자의 모든 것은 검정이었다. 

내가 당신에게 모든 걸 바치기 위해서 황제를 두고 왔노라 고백하면 믿어줄까?

"니콜라스."

마녀가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은 승리자의 것이다. 먼 훗날 어느 날에 이 세상에 명예를 안겨줄 사람. 언젠가 마녀의 심장을 뽑아 사람들 앞에서 짓이기는 모습을 보여줄 기사. 

기사는 내 갈비뼈를 헤치고 심장을 뜯을 때 무슨 생각을 할까? 내 피가 붉다는 사실에 놀랄까, 심장이 멈춰있다는 것에 놀랄까. 충격을 받을 모습을 상상해보니 꽤 귀여운 것 같다.

'내년 겨울에 내 심장을 먹여줄게.' 

눈보라가 잠잠해진 날에 말을 꺼냈다. 충동적이지만 계획했던 말이었다. 난 언젠가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심장 조각을 주어야 한다. 그러니 니콜라스의 혀에 내 심장을 대어 준다는 건 오래 전부터 정해진 일이었다. 계획한 건 한나에게 주는 것이었으나, 그 아이는 내 심장은 커녕 머리카락도 잡고 싶어 하지 않겠지.

기사는 마녀가 잠든 밤에 그녀의 갈비뼈를 열어보았었다. 생명의 본질을 다하기 위해 힘차게 움직이는 심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기사는 그날 밤 마녀의 심장이 돌처럼 보석처럼 굳어 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뛰지 않는 심장. 마녀의 몸에서는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산 채로 박제된 것처럼. 생명의 권리를 잃은 것처럼.

니콜라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가 아주 불행함을 조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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