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승주
유령 (이해영 영화) 모더니티로 치장한 식민 도시 경성은 양가적인 공간이다. 누군가에게 경성이 사업과 사치와 향락이라면 동시에 누군가에겐 피와 총과 폭약일 것이다. 한국 영화 속 경성이 특히 그렇다. (1930-40년대 항일 투쟁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더더욱.) 일본인과 조선인, 매국과 애국, 번영과 상실…. 경성은 그러한 가치와 방식들이 뒤섞이는 공간이며,
붉은 방 (임철우 소설) 임철우는 다수의 서정 소설을 발표한 서정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오월 작가’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그가 해당 시기의 광주를 소설의 영역에서 처음으로 표현했으며, 폭력적 체험의 기억과 그로부터 비롯된 죄의식을 영원한 주제로 삼아 작품 속에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임철우의 시도는 오월 광주의 ‘그날’에 국
연대기, 괴물 (임철우 소설) 임철우 작가는 6.25 전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제주 4.3 사건, 태평양 전쟁, 베트남 전쟁 등 거대한 역사적 폭력의 참상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그의 소설은 죄의식과 부끄러움, 심리적 불안, 그로 인해 형성된 트라우마적인 면모가 조명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 소설은 2015년에 발표된
돌보는 마음 (김유담 소설) 자본주의 사회의 임금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가족 중 누군가가 돌봄 노동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단정한 차림새와 같이 개인의 업무 능력 외 조건을 요구하는 기업은, 그들이 지급하는 한 사람 몫의 임금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이되 노동이 아닌 ‘돌봄 노동
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소설) 이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는 성경틱한 느낌을 주는 의고체와 2단 형식의 활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와 교회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며 주인공으로는 맹목적인 기독교도 순덕이 등장하는 소설을 담아내기에 절묘한 그릇이다. 이기호의 소설은 제도의 변두리에 주목하며,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류 사회로부터 배제
아오이가든 (편혜영 소설) 편혜영 초기 소설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 기괴함과 섬뜩함이 잔뜩 번져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소설은 불쾌감을 유발할 정도로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충격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그 불쾌함은 곧 감탄으로 승화한다. 편혜영은 분명 그의 소설을 통해 몰락과 붕괴, 썩어 문드러짐에
모자 (황정은 소설) 환상문학이란 단순히 실재하지 않는 존재나 사건이 등장하는 문학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며, 일견 모순적이게도 사실주의를 필수적 구성 요소로 가진다. 상상력에 의존하는 초자연적 요소가 작중 세계에 드러나되, 이러한 환상성의 발현은 사회 현실에 대한 사유와 구현 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한국 환상문학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라 할 수 있다.
돈키호테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소설) 바로 오늘이 전공 강의 기말고사 치는 날임에도 나는 지금에서야 시험 범위를 확인한다. 하지만 이런 일도 한 번쯤 겪어 보는 편이 좋다. 당일에 공부 시작해서 얼렁뚱땅 시험 치고서 재수강 하는 거. 이게 다 대학생의 낭만이라네 친구여. 이랬더니 낭만이 다 얼어 죽었냐는 소리 들었다. 하지만 나는 무단결석도 자체휴강도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