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BSYcurious by BSYItz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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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죠. 나도 한때는 그대를 너무나도 증오했어요. 그러나, 사랑은 원래 종잡을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당신은 잔인하고 역겹게도 내 기억들을 망가뜨려놓았어요. 나 역시 그에 따른 댓가를 치르게 해 준 것 뿐이예요. 자, 이제 원한은 모두 풀렸으니, 다시 예전처럼 당신과 나, 둘만의 시간을 보냈으면 해요.

 

아아, 당신은 날 죽도록 저주하고,증오했지만 지금 당신을 보세요. 꼴이 말이 아니네요. 내가 죽길 바랐겠지만, 내가 시체가 되어 불에 타오르길 바랐겠지만, 당신이 더욱 시체 같은 모습을 하고있는걸요. 당신의 모습을 보세요. 빛나던 그 눈은 어디있나요? 맞아요, 여기. 제 손에 들려있죠. 당신의 어여쁜 손은요? 어머, 이미 다 헤졌네요. 이건 필요 없겠어요. 쓸 수도 없으니 말이예요. 피부가 잿빛이예요. 괜찮아요, 좋아요. 당신이 나보고 나비같다고 했죠? 언뜻 보면 정말 예쁘지만, 외적으로밖에 쓸모없는 그 가증스러운 날개를 찢어버리고 싶다고. 나비는 암모니아 냄새를 좋아해서 시체 근처에 맴돈대요. 당신이 시체라면 내가 나비가 될게요. 당신 옆에서 매일 날갯짓할게요. 사랑해요. 나의 잿빛이여.

 

이제는 나를 볼 수 조차 없게 된 그대여, 나를 만질 수 조차 없는 그대여. 그대는 드디어 나를 온전히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 당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볼품없다고 생각하겠죠? 괜찮아요, 내 눈엔 예쁘기만 한걸요. 그거 알아요? 당신은 나보다 더 내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예요. 그때를 어떻게 버텼나 생각해보면, 아무리 배가 고프고 허기져도, 당신의 웃음짓는 모습에 배가 가득 찼어요. 지금도 그래요. 예쁘게 웃어주세요. 원망스럽지 않냐고요? 전혀요. 당신과 나 사이의 앙갚음은 이미 다 했는걸요. 그때 봤던 미소가 참 예뻤는데. 한번 더 웃어줄래요?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보지 말아요. 어짜피 반쪽짜리 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어서요. 왜 웃지 않는 거예요? 그때처럼 내가 당신 발 밑에서 울어야 할까요? 그럼 당신은 만족스럽게 웃곤 했는데.

 

정말, 어쩔 수 없네요. 다시 알려줄게요.

웃는건 이렇게 하는거예요.

입꼬리를 이렇게, 위로 올려서.

그래요, 웃으니까 얼마나 예뻐요.

 

당신이 그랬잖아요, 난 나비라고.

그게 정말 맞나봐요, 당신의 혈마저 달콤해 보이는걸 보면.

 

202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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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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