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BSYcurious by BSYItzal
1
0
0

차가운 공기를 맡으며 잠에서 깼다. 아직은 해조차 잠든 이른 시간. 일어나자마자 네가 생각났다. 왜인지 모르게, 네가 잠에 들어 있을 시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너를 부르고 싶었다. 널 깨우고 싶진 않았다. 나 때문에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싶은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네가 보고 싶었다. 네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너를 부르고 싶었다. 정말 많이 고민했어. 너를 지금 불러내어도 될까,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하는건 아닐까 하고. 그리고, 너를 불렀을 때에 후회하였다. 모순적이라는 것은 나도 안다. 네가 이대로 다시 잠들었으면 하며 깨워서 미안하다고, 다시 잘 자라고 인사하였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다시 일어나 날 붙잡아주었으면 했다. 내 손을 잡고, 놓지 말라며 나와 함께 있어주겠다고 했으면 했다. 그냥 문득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했다. 네가 보고 싶었다. 아니, 네가 보고 싶다. 외롭다. 아니다, 아프다. 네가 보고싶지만 너를 또다시 불러낼 순 없다. 나는 이런 상황이 싫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 나도 조금 이기적으로 굴고 싶지만, 이미 널 단잠에서 깨웠다는 죄책감에 다시 불러낼 수가 없다. 깨우고 싶진 않은데 당장 보고싶다. 당장 네 목소리가 듣고싶다. 너도 내가 잠들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내 심장이 뚫리는 이 느낌은 대체 어떤 감정일까. 슬픔,외로움,그리움,사랑,죄책감. 이중 하나로 정의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저 감정들이 의미하는 바를, 대체 저것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나로써는 정말 모르겠다. 슬픔이 무엇이고, 외로움이 무엇이고, 그리움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이고, 죄책감은 또 어떤 것인가. 인간이란 너무 많은 것을 느낀다. 옳고 그름을 넘어 사사로운 감정까지 느껴버린다. 오만스럽게도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정의하려 한다. 그저 느껴지는 대로 그렇게 느끼면 되는 것을.

 

지금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떤 감정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감정을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어떻게 모두가 다 다른 상황과 마음을 같은 용어로 정리하는가. 그러나 내가 감정을 모르고 사람을 모르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 터이다. 이런 느낌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는 것에도 이유가 있고, 네가 익숙하지 않은 것도, 네 마음을 모르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러니 난 사사로운 감정따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 그리움 슬픔 따위 단어들을 나열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네가 나에게 많이 아팠냐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날 붙잡아주었으면 한다. 곧 스러질 마음이다. 사라질 마음이다. 그럼에도 네가 해주었으면 한다. 네가 보고 싶고,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고, 너에게 내 존재가 잊히지 않았으면, 언제나 항상 먼저 생각났으면 한다. 날 절대 놓지 않았으면. 내가 밀어내도 끝까지 버티고 버티어 나에게 말해주었으면 한다. 네 옆에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항상 네 옆에 있었고, 항상 네 옆에 있을 거라고, 그니까 안심하라고.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혼자 앓지 말라고. 아픈 부분을 보여야 치료해줄 수 있으니 보여달라고, 징그러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을 테니. 유난이라며 지적하지도, 놀라지도 않을테니 보여주라고. 내게만이라도 보여주라고 하였으면 좋겠다. 정말 네가 끊임없이 다치는 날 보살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리고 나도, 이미 흉이 많이 진 네 상처 위에 또다른 상처가 흉을 만들지 않도록 살펴보아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난 정말 행복할거야.

 

아프지만 괜찮아.

혼자지만 괜찮아.

눈물이 나도 괜찮아.

나의 모든 곳에 네가 깃들어 있으니,

네 웃음은 해에, 네 숨결은 바람에, 네 온기는 황혼에 깃들어 있으니.

그리고, 황혼이 하늘에 살며시 내려앉으면 네가 내 옆에 있을 테니.

 

황혼처럼 금방 사라질 감정이었다.

황혼처럼 강렬한 감정이었다.

해가 뜨고 있다.

네 웃음을 보길 기대하며.

 

2024.4.13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