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날
코니의 깨달음
코니는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대체 왜 자신이 여기 있는 말라빠진 수수깡과 물자를 구하러 가야한단 말인가? 다 그 빌어먹을 늙은이 때문이다. 왜 하필 물자가 부족할 때 발목을 삐끗하고 난리냔말이다. 원래 이 수수깡은 늙은이가 데리고 다녀야했다. 아니면 혼자 집이나 지키던가.
“사비나는 아주 야무지니 자네에게도 도움이 될거야. 싸우지 말고 잘 다녀와보게.”
빌어먹을. 빌어먹을 노인네. 빌어먹을 수수깡. 야무지긴 개뿔이, 비쩍 골아 쓸데도 없는 안경잡이를 쓰긴 어디에 쓴다는거지? 뼈밖에 남지 않아 좀비 밥도 안될 것 같은데. 이걸 던져봤자 좀비새끼들은 무시하고 날 따라오겠지. 난 단백질이 풍부해보일테니.
“하…”
낮게 한숨쉰 코니가 잡고있는 도끼에 힘을 준다.
“왜 한숨이야? 나도 기분 나쁘거든?? 그냥 각자 빨리 털고 오든가.”
“염병하고 앉아있네. 니가 혼자 잘도 털고 오겠다. 니 내장이 털리는거 아니냐?”
열받은 사비나가 코니의 정강이를 찼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한숨만 푹 쉴 뿐이었다.
“가자, 가. 씨발… 발목 잡으면 좀비 이전에 내가 죽여버린다.”
“너나 내 발목 잡지마라. 뒤통수 조심하고.”
어디 얼마나 야무진지 보자. 늙은이의 콩깍지라면 이번 기회에 아주 뿌리뽑아주마. 그런생각으로 사비나와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평소라면 다섯 번은 더 울렸을 사이렌이 오늘따라 울리지 않았다. 전부 사비나가 고른 집이었다. 고른 집 중 하나라도 사이렌 울리면 늙은이 뒷바라지나 하라고 보낼 작정이었는데 기이할 정도로 그가 고른 집은 사이렌도 울리지 않고 부내나는 집이었다.
거기에…
“야! 기다려봐. 내가 열테니까.”
“뭔 개소리야. 꺼져!”
하고 창문을 박살 낸 집은 기똥차게 사이렌이 울리더라. 코니는 살면서 남에게 저보다 더 개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 역사가 새로 써지는 중이었다. 이새끼 마약탐지견 아니야? 황당함을 담아 사비나를 바라봐도 뭘 보냐는 싸늘한 말뿐이 돌아올 뿐이었다.
대체 그 늙은이는 이 영악한 새끼를 어떻게 봐야 ‘야무지다’고 할 수 있는건지. 세상이 이리되지 않았다면 진즉 경찰에 넘겼을 터였다. 경찰에…
… …
…?
“... 야. 너 루이빌 사람이라고 했나?”
“술 쳐 먹었냐? 리버사이드에서 왔다고 했는데 쳐돌았나…”
“언제 루이빌 왔다고 했지?”
“몰라. 한 5개월 전인가? 근데 진짜 이게 나 몰래 술을 마셨나,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해?”
금고를 열어보겠다고 짤깍이던 사비나가 신경질적으로 되묻는다. 여는데에 거슬리기리도 한 것일까. 금고는 척 봐도 뚫기 어려워보이는 금고였다.
코니가 돌연 제 이마를 빡 친다. 3개월 전, 루이빌을 떠들썩하게 만든 최대최악의 빈집털이범이 제 눈앞에 있었다. 이 새끼를 조금만 일찍 만났다면 바로 승진했을텐데. 빈 집을 턴 후 온 문을 활짝 열어놓아 그 집으로 개가 들어갔느니 고양이가 들어갔느니 시끄러워 쉴 수도 없게 만든 새끼가 이새끼였다니.
“술이 아니라 약을 했냐? 다 털었다. 가자.”
코니가 생각을 마쳤을 땐 텅 빈 금고만이 그를 반겨주고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폐를 세는 사비나를 보고있자니 속이 쓰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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