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상한사람
비눗방울 평화로운 아침, 별 다를 것도 없는 하루의 시작, 평화로운 담배타임… 테라스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흡연하는 꼴을 보자니 빌은 왠지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저야 나이를 먹을대로 먹었다지만, 사비나와 코니는 아직 앞날이 창창하지 않나. 이런 세상에서는 폐에 문제가 생겨도 쉽게 도움받지 못한다. 셋 중 가장 연장자인 빌은 무언가의 책임
오늘은 ‘갬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아쉽게도 도박이나 게임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사비나에게 버려지고 빛바래서 이젠 아무도 모르는 것. 사비나 갬블의 이야기다. 사비나 갬블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도박중독에 알코올중독, 아동학대라는 화려한 전적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다들 아는 이야기. 그러니 이번에는 한단계 앞으로 나아가보자.
1. D-2922 “-... 오늘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하나님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어린 양인 저의 첫째 아들의 방황을 끝내게 하시고 진정한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소서.” … 시발. 잠이 확 깨네. 다른 곳도 저지랄인지는 모르겠지만, ■ ■■■■는 아침마다 이루어지지도 않을 기도를 듣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무
#첫째날 쾅!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짝이 뜯어지지 않았으면 다행이라고 생각 될 만큼의 굉음이었지만 소파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은 태연하게 현관을 돌아볼 뿐이었다. 거세게 열어젖혀진 문은 벽에 한 번 부딪히고 슬슬슬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문을 보지도 않은 채 발로 차 다시 닫은 이는 누가보아도 수상하고 위험해보이는 남자였다.
아침이라고 정의해야 할 지 새벽이라고 정의해야 할 지 모르겠는 오전 6시. 언제나 같은 시각에 기상하는 빌은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한 번 시원하게 켜는 것을 하나의 루틴으로 두고 있다. 그나저나 그간 비만 계속 온 탓에 꿉꿉하고 조금 처져있었건만. 왠일인지 오늘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조차 나지 않았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창가너머 들어오는 따뜻한 햇
평소와 다름없는 물자 찾기, 평소와 다름 없는 좀비들. 변함없이 지루할 것이라 단언할 수 있던 하루가 조금 특별해진것은, 사비나가 무언가를 발견하며 시작됐다. “어!!!!!!” 아르키메데스와도 같은 사비나의 외침에 좀비가 서너마리 몰려 들었지만 코니와 빌 앞에서는 평등히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코니가 사비나의
코니와 사비나가 서로 제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밤 이후, 사비나는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루 종일 병원에 자식을 처박아둘 재력을 갖춘 집… 침대에 앉아 두 눈을 꾹 감고 곰곰이 생각을 하던 사비나가 벌떡 일어나 코니의 방 문을 열어 제낀다. 이제 막 씻은 것인지 팬티 바람으로 바지를 주섬주섬 입고있던 코니와 두 눈이 딱 마주쳤지만 사비나는 신경도
1. 사비나의 과거를 듣기 위해서는 꽤 먼 길을 돌아 올라가야한다. 하지만 사비나의 가정이 불우하였다던가, 엄마가 도박 중독에 아빠가 알코올 중독이었기에 돈이 항상 부족했다던가, 그로 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했으니 굳이 말하지 않겠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좋을까. 사비나는 보육원에서 지내면서도 언제나 돈에 대한 욕심과 강박에 갇혀살았다
사비나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좋아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훔쳐 내 것으로 만들었고, 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았다. 먹기 싫은 것은 먹지 않고 제게 잔소리 하는 사람 하나 없이 즐겁게 살았다고. 하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지금, 사비나의 그러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마등이라고 불리우는 미련이 떠올랐다.
“야!!!!!!!!!!! 나와서 밥 처먹으라니까 말이 안들리냐?!?!!!!!” 쿵쾅거리는 발걸음 소리 뒤로 당장이라도 문을 박살낼 것 같은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사비나는 그것을 배경음 삼아 침대에 누워 빈둥대고 있었다. 깍지 낀 손을 머리 뒤로 받치게 하며 한쪽 다리를 까딱인다. 언제부터 저 새끼가 지랄하는게 익숙해졌더라. 마음대로 하라며 한 번 문을 발
코니는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대체 왜 자신이 여기 있는 말라빠진 수수깡과 물자를 구하러 가야한단 말인가? 다 그 빌어먹을 늙은이 때문이다. 왜 하필 물자가 부족할 때 발목을 삐끗하고 난리냔말이다. 원래 이 수수깡은 늙은이가 데리고 다녀야했다. 아니면 혼자 집이나 지키던가. “사비나는 아주 야무지니 자네에게도 도움이 될거야. 싸우지 말고 잘 다녀와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잠이 들지 않아 한참을 허공따위나 바라보다가 끝내 자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는 날. 사비나는 그런 날이 올때면 잠옷 차림으로 밖을 나선다. 좀비가 무섭지 않느냐고? 무슨 그런 말씀을. 사비나는 근 3개월간 좀비가 무서웠던 적은 없다. 조금 아픈 고통과 죽음이 싫었을 뿐이다. 집 밖의 계단에 걸터앉은 사비나가 오늘 막 구해온 새 담배를
1993. 8. XX 밥을 먹다가 사비나의 과거를 들었다. 사비나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를 생각하니 서글퍼져 꼴사납게 울어버렸다. 그런데 코니는 그것을 꼬투리잡아 놀리길래 한마디 했다. 코니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건 그렇지 않느냐 말하니 사비나가 웃어 둘이 또 싸웠다. 내일은 식탁에 못을 박아놔야겠다. 1993. 8. XX 식탁이 박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