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살인마의 코빌사

따땃~한 날

코빌사의 빨래 DAY

아침이라고 정의해야 할 지 새벽이라고 정의해야 할 지 모르겠는 오전 6시. 언제나 같은 시각에 기상하는 빌은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한 번 시원하게 켜는 것을 하나의 루틴으로 두고 있다.

그나저나 그간 비만 계속 온 탓에 꿉꿉하고 조금 처져있었건만. 왠일인지 오늘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조차 나지 않았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창가너머 들어오는 따뜻한 햇빛, 맑은 하늘. 빌의 웃음만큼이나 반짝이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야, 수수깡!!!!!!!! 내려오라고!!!!!!! 거기서 굶으면 무말랭이 아니냐?!?!?!??”

코니의 덩치에 맞게 쿵쾅거리는 걸음이 위로 올라간다. 빌은 익숙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베이컨을 굽는다. 아이들이 햄을 좋아하니 많이 구워야지. 달걀은 빨리 익으니 나중으로. 맑게 갠 날을 기념하여 큰 소시지도 세 개 구워야겠다. 기름이 튀기며 기분 좋은 소리와 맛있는 향기를 만들어낸다. 햄과 베이컨을 다 익혀갈 때 즈음, 계단을 내려오는 두 개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니가 많이 처먹는거라고. 이 돼지새끼야.”

“돼지? 내가 돼지면 넌 쪽파냐?”

빌이 한숨을 푹 쉰다. 한숨이 땅에 닿기 무섭게 우당탕, 무언가가 구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빌이 접시에 음식을 세팅하고서 층계참을 들여다보니 둘이서 엉켜 머리채를 줘 뜯고 있었다. 이럴 때에는 참을… 참을 민? 하여튼 참는 마음을 세 번 새기면 낼 화도 가라 앉는다고 사비나가 말해줬는데. 그런데 그 사비나가 저 아래 깔려 바락바락 악을 쓰고 있다. 부들대는 몸을 겨우 진정시킨 빌이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코니!!!!!!!!!! 사비나!!!!!!!!!!!!”

빌의 딱밤에 둘의 반짝이는 하루가 끝을 맞이할 뻔 했다.

맛있는 음식의 향이 가득한 부엌, 삼인분의 접시,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은 하나. 나머지 둘은 꿍얼꿍얼 잘도 중얼거리며 가스레인지의 옆에서 양 팔을 쭉 올린 채 꿇어앉아있다.

“너만 아니면 지금 이미 밥 다먹었다.”

“그러세요? 그럼 평소에는 내가 안 건드려서 다 먹었냐? 원래 새새끼만큼 처먹는 놈이”

다시 한 번 시동을 걸려는 그 때, 빌의 포크가 테이블에 꽂힌다. 사비나는 빠르게 입을 다물었고, 코니는 내가 그걸로 멈출 줄 아냐며 소리지르다가 한 대 더 맞았다. 사비나는 그걸 보고 웃다가 꼬집혔다.

엉망진창 흘러가는 시간 끝에 둘은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빌 역시 그제야 음식을 입에 넣을 수 있었다.

“대체 언제쯤 그만 싸울텐가? 자네들때문에 10년은 더 늙었어.”

“당신은 원래 늙어있었어.”

“이자식이 시비 안 걸면요. 얌전히 지내려고 해도 이자식이 먼저 하는데 어떡해요?”

“일전에 내게 알려준 것 있지 않나. 참는 마음을 세 번 새기라고. 자네가 그러면 어떡하나.”

“참을 인 백 번 새겼는데 이자식이 안 멈추는거예요.”

제 접시에 아직 베이컨이 남았는데도 굳이 기어코 구태여 코니의 접시에 있는 베이컨을 가져가다가 그대로 손목이 잡힌다.

그리곤 2차전. 접시가 날아다니고, 햄과 베이컨이 허공을 누비며 계란후라이가 바닥을 긴다. 빌은 결국 음식을 채 다 먹기도 전 호통치며 다시 둘을 꿇어앉힐 수 밖에 없었다.

“원래는 다 같이 하려고 했건만… 누구들 덕분에 한 사람은 부엌을 치워야 할테니, 자네들이 밀린 빨래를 하게.”

“뭐? 내가 왜 그 귀찮은걸 해? 니들이 짝짜꿍하면서 해라.”

“미쳤냐? 그럼 넌 밥 처먹지 말았어야지.”

“니가 나보고 미친놈이라며? 존나 미쳤다.”

“빌!!!!!”

그렇게 둘은 커다란 대야와 묵직한 이불과 천, 세제만을 가지고 문 밖으로 쫓겨났다. 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코니는 무가 뽑히듯 들려 던져졌다. 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살, 기분이 좆같은 둘…. 사비나가 한숨을 푹 쉬며 대야를 코니에게 던진다.

“니가 물 떠와.”

“이게 미쳤나.”

꿍. 얼결에 받은 대야로 사비나의 머리를 살포시-지극히 자신의 기준으로- 누른다. 사비나가 눈을 크게 뜨고 비명을 지르기도 전, 코니의 끝장나는 반사신경으로 그 입을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닥쳐닥쳐닥쳐. 떠올테니까 늙은이 부르기만 해 봐. 그럼 내가 맞아 뒤지는 한이 있어도 이지랄 안한다.”

사비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코니를 바라본다. 방독면 너머 그 무엇도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 한 대라도 맞기 싫다는 의지만은 보이는 것 같았다. 입이 막힌 채 읍읍 대며-대답이 아니라 욕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코니는 그런 사비나를 끝까지 노려보다가 얌전히 물을 받으러 갔다. 사비나가 이불 커버와 솜을 분리하는 동안 코니는 절반까지 물이 찬 대야를 거뜬히 들고 돌아온다.

미친 침팬치새끼… 세제풀게 내려놔.”

“뭐라고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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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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