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살인마의 코빌사

치즈~

코빌사 가족사진

평소와 다름없는 물자 찾기, 평소와 다름 없는 좀비들.

변함없이 지루할 것이라 단언할 수 있던 하루가 조금 특별해진것은, 사비나가 무언가를 발견하며 시작됐다.


“어!!!!!!”


아르키메데스와도 같은 사비나의 외침에 좀비가 서너마리 몰려 들었지만 코니와 빌 앞에서는 평등히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코니가 사비나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려는데, 사비나가 코니의 손 위로 탭을 치며 어느 한 곳을 가르킨다.


“아, 아!!!! 저거!!! 야 이거 놔봐, 저거 보라고!!!!”


사비나의 손 끝에 걸린 것은 흔히 볼 수 있었던 포토부스. 전부 녹스 사태 이후 터지고, 부서지고, 무너져 쉽게 볼 수 없던 포토부스가 멀쩡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놀랄 수 밖에. 빌은 무엇인지 몰라 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일 뿐이었지만 코니 역시 그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 이 새끼가 밥을 적게 먹더니 돌아버렸나…”


“아아아!!!! 당기지 마!!! 당기지 마아악!!!!!!! 뽑힌다!!! 내 머리 뽑혀!!!!!”


그 비명에 결국 열 마리 이상의 좀비와 전투를 벌인 빌이 조금 돌아버린 눈으로 코니의 머리에 손날을, 사비나의 이마에 딱밤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해명할 시간을 주겠네.”


“아니 나는 다같이 사진 찍으면 추억도 되고 우리 동료니까…”


코니의 눈이 ‘저 새끼가 제정신인가?’를 묻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방독면 뒤의 눈은 사비나에게 닿지 않았다. 닿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보라, 한 마디의 감성팔이에 그 매서운 눈빛이 눈 녹듯 사르르 녹는것을. 

코니는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참았다.


“그래… 이게 그러니까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는 부스라고?”


끄덕끄덕. 사비나의 고개짓에 빌이 신기하다는 듯 살펴보지만, 검은 화면은 밝게 켜지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고장인 것 같구먼… 아쉽지만 다음에.”


“잠깐!”


빌이 걸음을 돌리려는데 사비나가 손바닥을 척 내밀며 외친다. 대체 언제 부스의 뒷면을 연 것인지, 척 봐도 복잡해보이는 배선을 든 사비나가 피식 웃는다.


“오늘 이거 한 장 찍기 전까지 절대 못가요.”


빌은 항상 생각했던 것이 있다. 대체 이 젊은이들은 왜 이상한 것에 집착할까. 

코니가 힘내라며 잡초처럼 올라간 사비나의 머리를 다시 꾹꾹 눌러준다. 누를 때마다 스프링처럼 머리가 튕겼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결국은 화면을 켜내는데에 성공한다.


“어예~~”


코니와 사비나가 힘 빠지는 구호를 외치며 주먹을 맞부딪힌다. 멍때리지말고 어서 들어가라며 빌을 밀어대는 네 개의 손 덕분에 빌은 거대한 체구를 구기며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사비나, 다음은 코니. 가장 마른 사비나가 가운데를 차지하며 퍼즐과도 같은 딱 맞는 안정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겠냐? 개 낑겨!!!!”


“야, 닥쳐봐. 이 상태로 좀비오면 존나 웃기지도 못하니까.”


낑낑대며 사비나가 화면을 조작하니 샤랄라한 소리와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라는 문구가 출력된다.


“카메라? 어딨는데?”


“모르겠구먼. 영 어두우니…”


“어, 저거 아닌가?!”


찰칵. 죄다 우왕좌왕하는 한 컷이 찍힌다. 약간 심각해진 사비나가 출력된 사진을 내려다본다. 빌과 코니 역시 그것을 보았고, 오로지 그 자리에서 빌만이 행복했다.


“한 번 더 찍을까?”


“허허. 난 좋네.”


“근데 사진 찍을 때 뭐해야하는데? 나 가족 사진만 찍어봤다.”


“좋겠습니다 도련님…악!!”


사비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니가 사비나를 압축시킨다. 사비나가 코니의 가장 앞의 모히칸 머리를 잡아당기고서야 쭈그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진짜 미친놈… 그냥 정면 보는거 아냐?”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는걸세. …여긴 좁으니 안되겠구먼.”


“어, 어어. 한 컷 더 찍힌다!”


각자 자신이 아는 사진 찍는 법을 말하는데, 다시 한 번 샤라랑 하는 소리와 함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그리고 동시에 가까운 곳에서 좀비가 그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코니가 먼저 나가고, 다음으로는 사비나가.

찰칵.

빌이 마지막으로 나가며, 일단 떨어진 사진을 챙겨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넣었다.

번뜩이는 소방도끼의 날이 카메라 앵글을 차지하고, 짜증스러운 얼굴의 사비나가 일어나려는 모습과 눈만 굴려 옆을 보고있는 빌.

아마 자신들은 아니라고 우기겠지만 가장 자신 본연의 모습이 나온 사진이 아닐까. 적어도 빌은 그리 생각하며 냉장고에 자석으로 사진을 고정한다. 앞으로도 냉장고는 채워지겠지. 그들은 살아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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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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