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우리는 다시금 이어질 테니 후회하지 않을래.
그날 나는 나에게 물었다.
후회하지 않겠어? 그래도 우리가 사랑한 음악이고, 우리의 청춘을 바친. 운 좋게 뜬 아이돌이건 어쨌건 간에 우리는 이 일에 시간을 투자했고 하나로 반짝였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우리는 후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은 걸. 청춘을 바치느라 시도해 보지 않았던 학교생활 같은 거. 해보고 싶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후회하지 않아. 나는, 우리는 그렇게 후회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려 놓고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이건, 우리가 서는 마지막 무대입니다!”
“언젠가 잊지 않아주신다면, 저희 자리로 돌아올테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을 장식했다. 우리에게는 이 나라에서 몇 안되는 큰 이벤트인 입시라는 벽이 있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을 하며 그자리에서 깨지기로 했다. 서로 다른 꿈을 꾸고 나 또한 너희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이 일이 좋지만 내가 이때까지 가보지 않은 그 길. 그 길에 대한 열망을 져 버릴수 없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렸다.
각자 열심히 달렸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향으로. 우리는 그렇게 점점 연락도 뜸해졌더랬다. 대학을 갈 사람은 대학으로, 일을 할 사람은 일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문드문 연락을 주고받던 우리는 오랜만에 카페에 모여앉아 근황을 나눴다. 나는 대학에 갔어. 나는 미용사를 준비하고 있어. 그렇게 나누다가 문득, 누군가 툭 던졌다.
“있지, 나는 가끔 너희와 함께 했던 그 겨울 공연. 그거 생각나. 너희는?”
우리는 너나 할 것없이 조가비처럼 입을 딱 다물었다. 다들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지만 나름의 사연들이 가라앉았다.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감정들이 이 테이블 위로 공유되었다. 우리는 활동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고 형체화 되지 못한 것들이 그대로 흡수되었다.
아…
그리고 다시 활기차게 그 날 먹었던 핫도그라던지, 오뎅꼬치가 맛있었다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그 날이, 우리의 변곡점이, 어떠한 형태로든 날카롭게 우리에게 흔적을 남겼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피가 흘렀겠고 누군가에게는 간지러운 물감이 흘렀겠지만.
-그래서 후회하니?
거울에 비친 내 자신이 잔인하게도 샐쭉 웃으면서 물었다.
“글쎄. 아직은.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다시금 이어졌다.
+후기
안녕하세요 겨울입니다. 오늘은 한 한시간쯤 빨라져서 열시… 쯤에 후루룩 뿅뿅 써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감에 닥쳐서 올리는게 지각쟁이가 된 기분이에요. 어쨌던 오늘도 모쪼록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선 주제였던 밴드 걔들이 다시 나왔습니다. 9시 무렵부터 당최 생각이 나지 않아서 어떡하지 하다가 결국은 그 친구들을 다시 데려왔네요. 이변이 없다면 걔들이 다음주 주제에도 또 나오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시솔님과 플롯교환을 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저희는 서로의 대척점에 있어서 서로 어려워하고 있네요. 고통스러워ㅠ
제가 받은 플롯은 그날 너는 내게 물었다 '후회하지 않겠냐고?' 나는 답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오늘 다시 내 앞에서 날 내려보는 넌 잔인하게도 다시 묻는다. "후회해?" 정도 남았네요….
이번주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한 주 보내세요. 다음주 주제가 완성되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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