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드림] END 2. 새로운 경로로 궤도를 재설정합니다.
너를 중심으로 돌아볼까 싶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가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이 반대쪽 코트에서 얼싸안고 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교 마지막, 아니. 인생의 마지막 배구. 봄고 결승전 5쿼터 듀스, 듀스의 듀스 … . 그리고 패배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러나 그렇게 단정짓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말로 포장하기에 후쿠로다니는 …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팀이었으니까.
야나기의 눈에 넓은 등에 그려진 5번이 들어왔다. 유일히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코트에 남아야 하는 무게가 여실히 느껴졌다. 차마 저 등을 두고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조차도 핑계일지도 모른다. 야나기는 이 자리에 안주하고 싶어졌다. 그 애가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말하던 유급, 그런 것도 해보고 싶어질 만큼. 여기가 엔딩 분기라면, 분명 머리로는 나의 꿈을 좇아 떠나야 할 것을 알고 있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던가.
그래서, 엔딩 분기의 선택지를 바꿔 보기로 했다.
도쿄 체육관을 나설 때가 되어서야 침울한 얼굴들은 하나하나 후련해진 얼굴로 바뀌었다. 야, 다음엔 꼭 우승해라. 차기 주장! 코노하가 웃으며 아카아시의 등을 팡 소리가 나게 쳤다. 3학년들은 한 사람씩 아카아시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주인공의 동료들처럼 한마디씩 넘기기 시작했다. 거의 울상이 된 아카아시가 종래에는 얼굴을 구기고 목소리를 떨었다. 아스팔트 바닥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야나기는 아카아시에게 차기 주장이니, 자책하지 말라느니 하기 싫었다. 떠날 사람처럼 굴기 싫었다는게 맞는 말일 것이다. 속에서 욕심 같은 것이 울렁였다.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그 앨 배려하듯이 먼저 앞으로 걸어나가는 친구들의 등이 조금 멀어졌다, 싶어 아카아시의 얼굴을 손으로 들었다. 눈물로 엉망이 된 그 얼굴이 퍽 마음에 들기도 했다. 취향 참 이상하다 싶어 웃음을 터뜨리니 아카아시가 눈썹을 올리며 의문을 표했다.
그래서, 몰래 입을 맞추었던 것도 같다. 떠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내 궤도는 이제 너를 중심으로 돌 거야. 케이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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