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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본 글은 포켓몬스터 세계관내 자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드림_알리샤 by 청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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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말이야. 나도 평범한 아이들처럼 일을 하지 않고 뛰놀며 지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상상을 하곤 해. 평범하게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아프지 않으시고 어느 정도 부유했으면 내가 매일매일 눈이 내리는 순백 동토에서 힘들게 짐을 들고 걸어 올라갈 일도 없을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하지만, 가끔. 진짜 가끔은 너무나도 벅차서 말도 안 되는 상상하고는 해. 아버지가 안 계셔서 어머니는 아프셔서 우리 집이 가난해서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거 아닌가 하는 모든 세상이 나를 억누르는 듯한 생각이 들고는 해.

…그래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그렇게 오늘도 나는 눈이 수북이 쌓인 순백 동토의 길을 걸어가.

폭폭폭 아기였을 때 밟을 땐 즐거웠는데, 이렇게 앞으로 얼른 가야 할 땐 눈이 내 발목을 잡는 느낌이라서 더욱 힘을 내서 푹푹 걸어가야 해. 잘못 걸었다가는 옆으로 휙!

“으앗!”

데굴데굴! 생각하기가 무섭게 눈 언덕 위를 구르고 말았어. 나는 한 마리의 눈쓰개가 되어서 데구루루 구르고 말았어. 아픈 거보다는 추운 기운이 너무 강해서 나는 계속 기침이 나와 조금 힘들었어. 콜록콜록, 계속 기침을 하며 본 주위는 순백 동토 아래에 있는 얼음동굴이었어. 춥고 무섭고 서서히 올라오는 아픔에 눈물이 찔끔 흘리려고 할 때,

‘큐우우우웅’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동굴에서 울려 퍼졌어. 아주 구슬프고 아파 보이는 울음소리가 조금은 무서웠지만, 아주 어릴 때 엄마도 없던 내가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어갔어. 조금은 멀고 어두운 길이었지만 그 울음소리의 원인을 알자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어.

포켓몬. 지금 이 눈이 내리는 순백의 동토에서 살고 있으며 그 외의 지역에도 사는 생물. 인간과 친하게 지내는 애들도 있지만 아직은 사람과 친하지 않은 애들이 훨씬 많은 위험한 생물이 거기서 울고 있었어.

‘큐우우우웅’

마치 엄마를 찾는 거 같이 슬피 우는 포켓몬을 보니까, 너무 나 같아서…. 조금은 무서웠지만 그 아이에게 다가가자 그 아이는 우는 것을 멈추고 나를 향해 이를 들어냈어.

‘무서워. 오지 마. 엄마 보고 싶어.’

다양한 형태로 우는 아이에게 나는 천천히 가방에서 상처를 치료해주는 오랭열매를 꺼내 그 아이의 곁에 내려놓아줬어.

“울지마. 네 엄마는 곧 오실거야.”

‘거짓말’

“나도 기다려줄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혼자 구슬프게 울던 그 아이는 내 눈치를 보더니 이내 천천히 오랭 열매를 먹었어. 그리고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작게 한숨을 쉰 그 아이가 말했지.

‘사실 엄마는 안 와’

“왜?”

‘영역싸움에서 졌어. 엄마랑 나랑 도망 나왔는데, 엄마가 사라졌어.’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던 아이는 이내 와앙하고 눈물을 터트렸어. 이대로 이 아이를 두고 떠나게 된다면 이 아이는 예전의 나처럼 혼자가 되어버리겠지? 혼자 있는 게 얼마나 슬픈지 아는 나는 이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었어.

“있잖아. 갈 곳이 없으면 나랑 갈래?”

‘왜?’

“나는 원래 혼자였는데, 어머니가 날 데리고 와준 거야. 그러니까 너도 가면 우리 어머니가 너도 가족으로 대해줄 거야.”

‘왜?’

“그야 우리는 닮았으니까.‘

부모님이 안 계신 것도 혼자가 싫은 것도 그리고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도.

“우린 닮았으니까. 좋은 가족이 될 거야!”

그 아이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은 눈치였어. 아직 어려서 그런가? 그러니 조금 더 어른인 내가 이 애를 이끌어야지.

“같이 가자!”

내가 내민 두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 아이는 짧은 다리로 종종 걸어서 다가와 나에게 고개를 비벼줬어. 따스하고 부드러운 촉감에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지.

“네 이름은 뭐야?”

‘내 이름은….’

작은 그 아이를 내 가방 위에 올리고 우리는 이 얼음 동굴을 빠져나왔어. 나왔을 땐 햇님이 벌써 잠자리에 갈 시간이라고 인사를 하고 있어서 목표로 한 곳을 갈 수 없었지만, 덕분에 그 아이와 내가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었어.

아마 내가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아프지 않으시고, 조금은 부유했더라면 이 아이를 만날 수 없었겠지. 그러니 나는 지나간 과거를 아쉬워하지 않을 거야.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이 길이, 내가 가지 않은 다른 길보다 더욱 소중하니까. 나는 지금을 더욱 사랑하고 앞으로 나아갈 거야.

“앞으로 잘 부탁해. 조로아!”


이 후는 후기입니다. 보는거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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