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주간창작 챌린지 3주차 : 가지 않은 길

어린 시절 길을 걸을 때마다 세상이 참 신비로워 보였다. 검은돌을 잔뜩 깔은 아스팔트길, 공원을 노랗게 물들인 모래, 푸르른 생명이 눈에 보이는 잔디... 보석을 뿌려놓은 것 처럼 반짝여서 걷고 만지고 눈에 새겨넣었었다.

어렸을 때는 잔뜩 먹고싶었던 나이를 먹기 싫어졌을 땐 세상이 신비로움이 사라지고 모노톤 만이 가득해졌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회색으로 가득채워가겠지? 하고 생각했을때 저 멀리 평소에 가지않은 길이 보였다. 무시하고 늘 한결같은 보금자리로 돌아갈까 했지만 마음속엔 아직 모험심이 가득한 어린 시절의 내가 있었나보다. 나도 모르게 그 곳으로 발을 움직였다.

길에 듬성 듬성 박혀있는 가로등이 눈이 부셨는지 별도 눈을 감은 밤, 그 밑은 정처없이 헤메이고있다.

아, 돌아갈까? 다리도 발바닥도 피로로 점점 무거워져 땅과 하나가 될 꺼 같아 근처에 잠깐 숨을 돌렸다.

어린애도 아니고 왜 이랬을까싶어 후회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들어올려 하얗게 미소짓는 달과 눈도 마주하며 웃었고 집에가도 늘 네모난 화면들을 봐서 보지못했던 창문 밖의 풍경들을 오랫동안 눈에 새겨넣었다.

맞다, 나는 늘 외면했던 것이다. 이 풍경들을 하루하루 먹고 사는게 피곤하단 이유로 눈을 돌렸던 것이다.

그때의 그 모험가는 어디가고 이런 재미없고 밋밋한 사람이 됐을까싶어 자조적으로 웃었지만 지금은 이 느낌들을 만끽해야했다.

다음에는 오른쪽의 길로 걸어가볼까? 왼쪽의 길로 돌아가가볼까? 어느순가 옆에 앉아있는 내 마음의 꼬꼬마 탐험가가 웃으며 물어본다.

다음에는 말이야 오른쪽으로 한번 가보자. 나는 입고리에 미소를 담아 답하며 그 아이와 손을 잡고 일어나 걸었다.

오늘 이 길을 안왔으면 계속 외면했을 마음 속의 아이야 앞으로도 계속 너와 모험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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