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너 이제 피겨 안 해?
네임리스 X
“쿠로! 여기 드링크.” 시오가 드링크를 내밀었다. 쿠로오는 목에 걸린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드링크를 건네받는다. “시오 쨩, 오늘도 고마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오가 씩 웃는다.
“별말씀을. 오늘 연습도 수고했어! 리시브, 점점 느는 것 같은데?”
“그렇게 연습을 하는데 안 늘면 배구 그만둬야 하지 않아?” 쿠로오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시오를 툭 쳤다. 시오가 쿠로오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말은 잘 해. 안 그만둘 거면서!” 쿠로오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개 침묵은 긍정에 가깝고, 두 사람 다 쿠로오가 배구를 그만둘 거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쿠로오 테츠로는 배구를 그만두지 않았고 아이카와 시오는 피겨 스케이팅을 그만두었다는 것뿐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피겨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다. 그들은 그 스포츠를 앞으로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둔 운동 같은 거 이야기해서 좋을 리 없으니까.
“저녁은 뭐 먹을래?”
“음, 글쎄~, 쿠로는 뭐 먹고 싶어?”
“애들 불러서 레스토랑이나 갈까.”
그것도 좋지, 시오가 맑게 웃으며 긍정한다.
‘직접’ 운동하지 않아도 운동은 할 수 있다. 시오는 수많은 길 중 서포트를 택한 것뿐이었다. 이제는.
“……라는 꿈을 꿨는데 말이지.”
“오야, 피겨를 하지 않는 시오 쨩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한 번도 안 가본 길이잖아.”
“그치? 왜 그만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쿠로도 내가 네코마 매니저 했으면 좋겠어? 쿠로, 엄~ 청 행복해 보이던걸.”
“뭐, 시오 쨩이 해주면 좋기야 하겠지만.” 쿠로오가 어깨를 으쓱였다. “시오 쨩, 피겨를 사랑하잖아? 난 시오 쨩이 계속 피겨를 해줬으면 좋겠어.”
“아하하, 그치? 나도 피겨가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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