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무대
더이상의 후회는 없을 테니까!
이건, 우리가 서는 마지막 무대입니다.
담담하고도 무거운 선고가 떨어졌다. 뜬금없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소리니 나의 별. 일언반구도 없다가 주년 콘서트에서 이런 발언이라니. 너 소속사하고는 이야기가 된 거니? 너희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이런 소리를 주는 이유는 뭐니. 장내는 한동안 충격에 고요함을 유지했다. 그런 폭탄을 던진 무대 위의 사람들은 웃는 낯이었다. 단 한점의 후회도 없다는 듯이. 오히려 반짝반짝한 얼굴로 웃으며 팬들만 얼굴을 굳힌 채 무대를 바라 볼 뿐이었다.
사실 그 애들은 해체를 결심 한 지 오래 되긴 했었다. 잦은 마찰과 삐걱이는 음정들. 마치 조율되지 않은 악기들처럼 그 애들은 듣기 싫은 마찰음들을 자아냈었다.
어린나이에 멋모르고 모여서 어쩌다 잘 풀려서 회사잡고 큰 밴드아이돌. 그게 우리가 가진 서사였고 셀링포인트였다. 하지만 우리의 불안정한 화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로 다른 꿈을 꾸었기에 났던 것인지.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척하긴 했다. 아직은, 어리니까. 그런 말 한마디로 덮어버렸던 거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입시라는 빅 이벤트가 닥쳤고 우리 중 누군가는 가수가 목표는 아니었다고. 너희와 함께하는 것이 좋았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하나 둘 내려놓은 진심들은 생각보다 많이 쌓여있었다. 이제 1년이야. 1년이면 우리의 대학이 정해지겠지. 솔직히 우리 대학 안가도 먹고 살 만큼 인지도는 있지만… 나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 나는 음악을 더 공부해보고 싶어. 나는, 원래 장래희망이 과학자였는걸. 우리는 서로를 안고 울었다. 어떻게 이걸 말 않고 있었어. 난 너희가 너희 꿈을 찾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우리는 친구들을 응원했고, 친구들을 안쓰러워했다. 다음콘서트. 우린 그곳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고 훌훌 날아가기로 했다. 우리의 꿈을 향해. 각자의 목표를 향해서. 그러니까, 마지막인 그 콘서트에서 다 쏟아내자! 후회없게!
우린 아직 시간이 많아.
그러니까….
여기서 우린 끝을 낼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언젠가 잊지 않아주신다면,
자리를 지켜주신다면!
그럼, 저희 자리로 돌아올테니까요!
각자 한마디씩 던진 말들이 파문이 되어 회장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우리의 마지막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지막 콘서트의 마지막 곡. 대망을 장식할 클라이맥스 피날레. 우리에게 그 어떤 후회도 남지 않도록 쏟아내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해체 수순을 밟았다.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웃고 울던 나날들을 정리하고 합숙소의 짐을 정리하고.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청춘을 그 공연장에 두고 각자의 길에 올랐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은 가슴 한 구석에 묻은 채로. 우린 그 공연장에 모든 것을 쏟아내고 왔으니 더이상의 후회는 없으니까.
사랑해, 내 동료들.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내 사랑들!
+후기
안녕하세요 겨울입니다. 사실 저는 11시 27분까지도 한 줄도 쓰지 못하다가 후루룩 뿅뿅 써내려갔습니다. 모쪼록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주제가 밴드인걸 받고 어쩌지 하다가 시솔님과 플롯교환을 통한 글연성을 해보자! 해서 시작했는데…. 예 아무래도 제가 잘 쓰지 않는 이런 청춘 반짝 주제를 쓰려고 하니까 진짜 모르겠더라구요 수요일에 플롯을 받았는데 일요일 밤까지 이러고 있는걸 보면요….
제가 받은 플롯은 “해체를 결심한 밴드와 마지막 무대. 해체를 결심하고 마지막공연을하고 흩어진다.” 를 받았습니다만 얼추 잘 썼는지 감도 안잡혀요 그냥 잘 모르겠어요 뭐라도 남았는지 국끓이다가 건져졌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일단 완성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힘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800자는 기네요…. 생각보다 휘리릭 쓰이긴 했습니다만, 이것이 바로 글내림이겠죠? 모쪼록 다음주 주제가 공개되면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