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살인마의 코빌사

빌의 일지

1993. 8. XX

밥을 먹다가 사비나의 과거를 들었다. 사비나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를 생각하니 서글퍼져 꼴사납게 울어버렸다. 그런데 코니는 그것을 꼬투리잡아 놀리길래 한마디 했다. 코니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건 그렇지 않느냐 말하니 사비나가 웃어 둘이 또 싸웠다. 내일은 식탁에 못을 박아놔야겠다.


1993. 8. XX

식탁이 박살났다. 사비나가 햄을 다 먹어버려서 다시 구우려는데 코니가 비명을 지르며 사비나를 집어 던졌다. 사비나의 허리가 크게 다치고 식탁이 두동강나 지금도 벌을 서고있다. 아직 중얼거리는 것을 보니 잘못을 모르는 것 같다. 내일은 서점에 가야겠다.


1993. 8. XX

부모가 처음은 아니지만 남매를 키운 적은 없어 나도 부모가 처음이라를 읽었다. 아이들이 싸우는 결정적 이유는 서로의 타협점을 찾지 못해서라고 한다. 내일은 둘의 이야기를 듣고 타협점을 찾아줘야지.


1993. 8. XX

식탁이 날아갔다. 사비나는 코니가 제게 시비걸지 않으면 싸우지 않으리라 약속을 잡았다. 코니는 왜 타협을 해야하냐는 것을 어르고 달래어 약속을 받았다. 그런데 사비나가 밥을 먹다가 소방관은 원래 미치광이들만 뽑는거냐고 물었다. 코니가 식탁을 던지려 했으나 내가 못을 박아놓아 그러지 못했다. 그러자 식탁 아래로 들어가더니 힘으로 그것을 뽑아버렸다. 나도 모르게 코니를 집어던졌다. 난 나쁜 어른인게 확실하다. 사과하러 가야지.


1993. 8. XX

아내가 보고싶다. 사비나의 다리가 퉁퉁 부어있길래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코니가 발로 찼다고 한다. 그 힘이 센 아이가 힘을 주니 부러진것이 확실해 대체 왜 그랬느냐 물었다. 그냥 빡이쳐서 그랬다고 하기에 심호흡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코니의 부모가 잘못이니 화낼 수 없어 일단 응급처치만 해뒀다. 쉬라고 방에 뉘여놨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달려가보니 누운 사비나에게 기술을 걸고있어서 나도 모르게 코니의 머리채를 잡아 떼어놓았다. 그것을 본 사비나가 울면서 깔깔 웃기에 심란해졌다.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


1993. 8. XX

오늘은 작은 쇼핑몰을 털었다. 겸사겸사 폭력적인 아이를 다스리는 법을 찾아 가져왔다. 코니가 말을 들어줬으면 좋을텐데.


1993. 8. XX

코니가 집을 나갔다. 다리가 부러진 사비나가 집을 지키는 동안 코니의 침대를 두동강 내어놓았다. 사비나의 침대 아래에 톱이 있는걸 발견한 코니가 달려들려고 하기에 못하게 막았더니 악을 쓰며 나갔다. 화가 삭힐때까지 기다렸다가 찾으러 가야지…. 레니가 보고싶다.


1993. 8. XX

드디어 책을 읽어봤다.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아이는 그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다고 하기에 그렇다고 봤다. 폭력보다 다른 것이 무섭다는 것을 알면 그만둘까? 아무리 생각해도 코니의 가족이 큰 문제다. 이미 죽었다고 하니 따질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화가난다. 코니가 내 아들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마음이 아프다.


1993. 8. XX

코니가 내 머리를 잡았다. 아이 대하듯 다룬 것이 문제였을까? 악을 쓰며 그만좀 하라고 하기에 진정하라고 했다. 너라면 진정할 수 있냐길래 나라면 진정했을 것이라고 하니 자긴 아니라고 하고 내 머리를 뜯었다. 힘으로 제압하면 안될 것 같아 말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잡아 올렸다. 코니가 집을 또 나갔다. 왤까. 


1993. 8. XX

방청소를 하다가 사비나의 짐에 있는걸 우연찮게 봐버렸다. 저주 인형 같은걸로 보였는데 기분 탓일까. 사생활이니 묻지는 못했지만 설마... 아니겠지. 다행히 코니는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1993. 8. XX

식탁을 치웠다. 사비나에게 듣자하니 한국에서는 바닥에 앉아서도 먹었다기에 식탁을 뒷마당에 내어놓고 화분을 올려뒀다. 코니가 밥을 엎었다.


1993. 8. XX

화분들을 들여놓고 키우니 마음에 안정이 생기는 것 같다. 아내와 딸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들때면


1993. 8. XX

어제 코니와 사비나가 싸우고 집을 나갔다. 일지를 쓰는데 밖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려서 나가봤더니 서로 머리를 쥐어 뜯고있었다. 뜯어말린다고 말렸는데 코니에게 내 머리도 잡혔다. 어쩔 수 없이 둘 다 들어서 던져버렸다. 그런데 사비나가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나갔고, 코니는 자기는 못나갈 줄 아느냐며 나가버렸다. 슬슬 둘을 찾으러 가야겠다.


1993. 8. XX

코니와 사비나를 찾아왔다. 좀비가 산처럼 쌓여있길래 가봤더니 코니가 부러진 도끼의 막대로 사비나를 치고있었다. 사비나가 다시 코니의 머리를 잡아 뜯는걸 말려서 데려왔다. 하루종일 쫄쫄 굶었다고 해서 일단 밥을 해서 먹였다. 어렵게 구한 고기를 구워줬더니 둘이서 얌전해졌다. 역시 아이들이구나 싶어 화가 풀렸다.


1993. 9. XX

아침에 일어나니 날이 쌀쌀해 옷을 구하러 갔다. 아이들이니 감기에 더 잘 걸릴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오하이오 쇼핑몰에 가자는 사비나를 잘 들고 작은 옷가게를 털었다. 소방관 바지가 아니면 안된다기에 소방서도 갔다. 입어보니 괜찮기에 사비나 것도 한 벌 챙겼다. 그런데 이제는 사비나가 원피스가 아니면 안된다기에 목도리랑 장갑을 따로 구했다. 안에 내복을 입으면 안되느냐 물으니 죽어도 안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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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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