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잊은걸까

BSYcurious by BSYItzal
4
0
0

나는 너를 잊은걸까. 아니면 잊고 싶은 걸까.

잊는다고 잊어지면 그게 사랑이었겠는가. 화를 내더라도 보고싶었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여도 보고싶었다. 뒷모습만이라도 보고싶었다. 닿지 못하더라도 옆에 있고 싶었다. 네 시간에 내가 있었으면 했다. 내 시간은 너로 가득 차있었으니까. 지금의 내 사람에겐 미안하다. 하지만, 그치만, 내가 정말 좋아했었는걸. 네가 혹시나 깨어있진 않을까, 오늘은 나와 오래 대화해주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네가 대답 한마디 해주면 용서되었다. 4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나를 봐주지 않았던 너였지만 왜인지 모르게 행복했다고 느낀다. 나쁘다고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어느순간 정말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네가 없는게 어색해서 부정하는게 아닐까. 너를 다른 사람으로 덮어버리려고 다른 사람을 만난게 아닐까. 나도 너무나 복잡하고, 어지럽고, 혼란스러워서. 생각하기 힘들다. 그래서 회피했다. 생각하기 힘들어서, 생각하기 싫어서.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네가 없다는게 실감나서. 다시 한번만 보고싶다. 한번만 다시 얘기하고 싶다. 울더라도 원망하고, 네가 화를 내더라도 소리치고 싶다. 정말 많이.. 좋아했다고, 그리고 지금은 그립다고. 또 네가 너무 밉다고. 내가 그렇게 잘못했냐고.

 

하지만 내가 이런 상태라는 말을 지금 내 사람에겐 할 수 없다. 어제로 확실히 알았다. “내가 못해준 거 있어?” 아니다.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니다. 너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못해준 것도 없다. 오히려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너랑 있으면 즐겁다. 행복하고, 설렌다. 하지만 너는.. 내가 왜 좋을까. 보통 외모를 좋아하지 않나? 너정도의 외모라면 나를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될텐데. 나말고도 더 좋은 사람 많이 만날 수 있을텐데. 가끔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저 말을 듣자마자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내가 그 아이의 얘기를 하는 것이 싫다고 말하진 않았고,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얘기하면 안될것같았다. 지금도 이런 글을 쓰면 안될 것만 같다. 네가 화를 내며 걔가 그렇게 좋냐고. 내가 걔보다 못해준게 뭐냐고, 못난게 뭐냐고 화낼것만 같다.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그 아이를 버리기도 싫다. 그냥 그 아이도 같이 가슴에 묻고 갈 순 없을까. 너도 그런 적이 한번쯤 있지 않을까, 너에게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한명쯤 있지 않을까. 네게도, 첫사랑은 있었지 않았을까.

 

나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도 배웠고,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초조하고 지루한지도, 혼자만 갈구하는 애정이 얼마나 참혹한지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것도.

그 아이가 가끔 그립다. 네겐 아무것도 아닌 마음이었겠지만, 나는 정말로, 정말로..

목놓아 울고 싶었다. 네 이름을 한번 더 부르고 싶었다. 네게 한번만 더 이름을 불리고 싶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또 같은 선택을 하겠지. 또 그 아이에게 반하고. 사랑을, 애정을 주길 간절히 바라고, 그러다 지쳐 겨우 버티다, 스러져 네게 기대어 숨을 쉬겠지. 네가 보고싶다. 그치만 보고싶지 않다. 네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네 감정을 받아낼 자신도 없다. 사실 내 감정을 쏟아낼까봐, 쏟아지는 감정을 감당할 수 없을까봐. 다시 네 앞에 서기 두렵다.

 

지금 이 감정도 때가 되면 잊혀지겠지.

그때가 되면, 이 느낌이 그리워질까?

 

-2024.4.7.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