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가세요, 안녕하세요
- 와카이치 - 이치&와카 생일기념 - 트위터 로그
"이치"
아라카와 마사토의 목소리는 약간 먹먹했다. 당연히, 구멍이 뚫려있다고는 해도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게 되면 바로 앞에서 하는 말도 잘 안 들리게 되는 법이었다.
파란 죄수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채, 마사토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뭐냐, 그건"
"뭐냐니"
이치반은 손에 든 스마트폰을 돌아보았다. 화면에는 하얀 생크림 케이크가 한가득 찍혀있었다.
"생일선물인데요"
다시 도련님을 보면서, 뻔뻔하게 말했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을 아냐?"
"아는데요"
"아는 놈이 이런다고?"
마사토의 얼굴이 벌개졌다. 관자놀이에는 파랗게 핏줄까지 세우고.
이치반은 태연스레, 어떻게 보면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대꾸했다.
"예에?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하는 일 아님까? 요즘 이 시국에 도련님에게 생일 축하하러 와 줄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너는 시비를 걸러 온 거냐, 축하해주러 온 거냐?"
"에이, 당연하잖슴까. 생일 축하 겸 시비를 걸러왔죠"
"이치 주제에...!"
분을 못 참고 부들부들 떠는 마사토를 보고, 이치반은 그제야 헤에 웃었다.
"생일 축하 겸 온 건 정말이지 말임다? 도련님 회복도 축하할 겸, 겸사겸사"
그 말에, 마사토는 어딘가 복잡한 표정이 되어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쿠메에게 찔린 곳이었다.
"유치장 보다는 경찰 병원 쪽이 나았을지도 모르지..."
"의식도 없이요? 그것보다는 정신 있는 채로 생일을 맞이하는 게 낫죠. 이렇게 면회도 받고요"
"왜 내 생일에 네놈 얼굴을 봐야만 하는 거냐, 기분나쁘게"
"기분나쁘게는 너무하지 않슴까!?"
"게다가"
마사토의 안색이 나빠졌다.
"이런 신세가 되었는데, 생일을 맞은 걸 축하해야 한단 말이냐"
이치반은 가만히, 말똥말똥한 눈으로 도련님을 바라봤다. 아무리 이 녀석이라도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건가, 마사토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지만.
"축하해야죠, 그럼"
돌연, 이치반이 입을 열었다.
"살아있잖슴까. 축하해야 할 일이죠"
"살아있어도 이 모양 아니냐"
"살아있으면 됐어요"
마사토는 이치반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살아있기만 하면 됐죠. 그럼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치반은 어딘가, 다른 곳을 보듯이 그렇게 말했다.
"죽으면 다시 시작도 못 해요"
그 말에, 마사토는 어쩐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이치 따위에게 그런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싫었다. 옆에서 대화를 기록하고 있는 간수에게도. 그래서 괜히, 화를 냈다.
"너니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야, 나는..."
"아, 그 점이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됨다"
이치반은 씩 웃었다.
"저는 계속 도련님 편입니다"
마사토는 말문이 막혔다. 화를 내는 것도 잊어버리고.
"지금도 여기, 이렇게 있잖슴까. 도련님이 형기 마치실 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을 거구요. 다시 나오시면, 같이 시작합시다. 밑바닥에서부터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냔 말이야"
도련님의 갑작스런 일갈에, 이치반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마사토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마사토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쏘아붙였다.
"돈도, 힘도 없는데다, 널 죽이려고 했던 남자란 말이야, 나는.네 생일도 축하해 줄 수 없는데, 왜 남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오느냔 말이야"
"선물이라면 여기 있잖슴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마사토는 일그러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이치를 쳐다봤다. 이치반은 미소를 지으며, 도련님을 가리켰다.
"착각하지 마십쇼? 저는 생일 선물 받을 겸 도련님을 뵈러 찾아온 겁니다. 도련님이 살아있는 게, 저한테는 선물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너는"
"그야"
복슬복슬한 뒤통수를 벅벅 긁고, 이치반은 말했다.
"형제니까요"
진심을 담아서.
"그것보다 더 복잡한 이유가 필요합니까?"
마사토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 놈은 얼간이다. 생일을 축하하러 와서, 생일을 맞은 당사자를 울리면 어쩌자는 건가.
기어코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도련님에게서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며, 이치반은 계속해서 말했다.
"제야의 종소리까지는 같이 못 들어드려도, 케이크 정도는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찍어와봤슴다. 이거, 진짜 샀어요.
서바이버라고, 저랑 친구들이 모이는 바가 있거든요? 거기서 다 같이 도련님 생일을 축하하기로 하고 나눠먹었어요. 뭐, 다른 녀석들은 영 내키지 않아했지만"
"카스가씨, 슬슬 시간 끝납니다"
저쪽에서 간수가 건조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치반은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련님을 향해 웃어보였다.
"나오시면, 그때는 같이 모여서 케이크 먹읍시다. 사진 말고, 진짜 케이크로요"
마사토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열면 바로 꼴사나운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온갖 꼴불견인 말을 쏟아낼 것 같아서.
그래서 이치가 면회실을 나갈 때까지 한 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미련하게, 한심하게.
역시 자신은, 어쩔 수 없는 놈이었다.
"다녀왔슴다~"
하마코의 집 2층에 불이 들어왔다. 구두를 벗고, 머리를 묶은 이치반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손에는 작은 케이크 상자를 들고.
곧장 향한 곳에는 불단이 있었다.
"늦어서 죄송함다. 파티가 너무 길어져서요"
접시를 꺼내고, 그 위에 상자에서 꺼낸 작은 케이크 조각을 올렸다. 그리고 불단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불단에는 아라카와 마스미와, 마사토의 사진이 있었다.
"사실 도련님도 같이 모셔가고 싶었는데, 연말 파티에 영정이 덩그러니 놓여있으면 분위기가 안좋아지잖아요. 용서해주십쇼"
그렇게 말하고, 이치반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입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생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치는 정좌를 한 채, 뭐라 형언하기 힘든 얼굴로 도련님의 영정을 쳐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았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벙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 피곤하다..." 쿵탕쿵탕 발소리를 내며, 이치반은 욕실 안으로 사라졌다. 쏴아아아, 기운찬 물소리가 들려왔다.
실내등이, 깜박, 꺼졌다.
잠시 후, 다시 켜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케이크 옆의 분향통에서 가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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