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마

토막키류마지

뭐라도 써야

보기보다 가벼운 그 몸을 들어, 침대 위에 눕혔다. 형님은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순순히 매트리스에 파묻혀 주었다.

그 흰, 울긋불긋한 문신이 어깨 밑까지 내려온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빨아들였다.

은은한 살냄새와 향수, 그리고 쌉싸름한 담배 냄새가 비강 가득 퍼졌다.

시마노의 광견은 북슬북슬한 머리를 끌어안고 낮게 웃었다. 큭큭큭, 흉통을 울리는 웃음소리가 바짝 디민 코끝을 타고 미세한 떨림을 전했다.

"바로 달려드는구마, 참을성도 없어가"

그렇게 말하며 뒷통수를 쓰다듬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우리 키류야는"

납작한 가슴에 고개를 묻고, 잠시 온기를 느끼고 있던 도지마의 용이 가늘게 눈을 뜨고 물었다.

"싫다면 그만 둘 거야"

시선은 어디로도 향하지 않았다.

묵직한, 아담한 머리의 무게를 느끼며 천천히 숨을 들이쉬다가 마지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니 좋을 대로 해라. 내한테 묻지 말고"

머리칼을 쓸어내리던 손이 너른 등판에 감겼다.

"니 좋을 대로"

그 말에, 키류는 부드러운 미소를 한입 가득 머금었다. 녹녹한 살갖의 온기를 즐기며.

"그렇게 말하면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해 버릴거야. 그래도 되겠어?"

마지마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괘안타, 니 하는 거믄"

키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얇은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형님은, 내게 너무 무른 거 아니야?"

큭큭, 또다시 목 안쪽에서 울리는 낮은 웃음소리가 흉통을 흔들었다.

"어리광 좀 더 부려도고"

키류는 잠시 소중한 것을 끌어안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몸을 위로 끌어당겨 마지마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형님"

자신의, 이제는 단 하나뿐인, 형님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

마지마는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웃으면서 키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얼마나 오래 잤을까.

얇은 커튼 너머로 말간 햇빛이 고요한 방 안으로 비쳐 들어왔다. 사물이 은은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노란 빛으로 물들어갔다.

마지마는 무거운 눈꺼풀을 열면서, 하나 남은 눈으로 희미한 햇살이 비추는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눈동자를 움직여 옆을 보았다.

키류가 곤히 자고 있었다. 숨결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 옆을 돌아보고 가만히 숨소리만 내며 누워있었다. 북슬북슬한 까만 앞머리로 시야를 가린 채.

마지마는 그 순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자신의 몸 위에 얹힌 굵은 팔뚝을 잡아 얼굴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키류 자신의 얼굴보다도 큰 손이 반쯤 펴진 채 마지마의 얼굴 앞으로 끌려 나왔다. 훅 끼치는 더운 온기, 거슬거슬하게 일어난 굳은살의 감촉.

잠시, 그 듬직한 손을 곰곰히 뜯어 살펴보다가 그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얽었다.

굵고 단단한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매만지며 헤아려 나아갔다. 토라진 자신에게 내밀며 다음을 약속하던 새끼손가락,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쌍의 반지를 맞추자고 이야기하며 바라보던 검지손가락.

잠시 기억을 더듬으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마침내 키류의 눈이 열렸다. 졸음 가득한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다, 골똘한 얼굴을 하고서 손을 만지작거리는 형님에게로 향했다.

"뭐 하고 있어"

약간 웃음기가 어린, 졸음에 겨운 목소리.

마지마는 어떻게 대답을 해 줄까, 잠시 고민했다.

"이쁜 거 만지고 있었제"

농담처럼 말하며, 자신의 손을 비교하듯 손바닥에 맞대었다.

역시 컸다.

"형님도, 이런 걸 하긴 하는군"

씩 웃으며, 키류는 나머지 팔을 뻗어 마지마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이런 게 뭔데"

"귀여운 짓"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