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위소병] 트위터 썰 백업 2
와 이건 내 두번째 글이나 다름이 없네
+2024.01.19 뭐,,,,d이건 2022 09 22 산입니다 1.5년 발효 즐겨보세요
트위터에 풀었던 단명해라 소가주썰을 약간 수정해서 백업합니다. 오탈자는 나중에 수정하고자 하니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소가주, 단명하십시오."
이왕이면 100살 넘기고? 그쯤에 죽는걸로?잔뜩 쌓여있던 일거리를 뒤적이던 임소병이 그렇게 말했음. 남궁도위에게는 퍽 가혹하게도. 남궁도위가 임소병한테 연모한다는 감정을 고백한 지, 이틀 좀 안된 시점이었음. 그러나 도위는 녹림왕식 시비에 내성이 생겨, 상대방이 얼마 전 고백한 상대이든 말든 이제는 사람 죽을 나이도 정해줍니까? 하고 비아냥댔지만.
갑자기 할 말이 없다고 단명하라는 저주를 내릴 정도로 녹림왕이 성격이 나쁘지는... 나빴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었기에 말하면서도 의아하게 생각되었음.
"그런데 무슨 연유로 그런 말을, 저 방금 서류에 0 세개 더 썼습니까?"
"그랬으면 내가 청명도장 보기 전에 방금 죽였지."
하긴 그렇죠.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임소병의 모습에 남궁도위가 웃으며 시시껄렁한 대화가 이어졌음. 양민들이 보기에는 저 둘 돌았나? 싶겠지만 워낙 험악한 농담들이 오가는 이 화산파 이콜 화산채에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지.
"그냥, 소가주가 너무 오래 살 것 같아서요. 그게 싫다고 해야하나. 적당히 죽어주시면 안됩니까?"
"역시 저주였군요, 더러운 사파."
"거 연모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기요?"
나 확 차버린다 지금 사파 주둥이 장착했다 건들면 터진다 시늉하는 소병에게 도위는 두 손을 들고는 항복하는 시늉을 했음. 예에, 좋아하고 연모하는 사람이 을이죠. 잘못햇읍니다. 성의가 없는데. 잘못탯스ㅁ다. 아얏! 자꾸 놀린 벌인줄 아쇼! 그렇다고 그렇게 사람 얼굴을 좍좍 늘리깁니까...
도위가 얼얼해진 뺨을 문지르는 사이, 소병이 말을 이었음.
"어휴, 소가주 불쌍해서 내가 참아줘야지."
"그래서 뭔데요, 방금까지만 해도 오래 살 것 같다더니. 그새 요절하게 되었습니까?"
"아니, 나 죽으면 소가주가 외로울 거 아녜요."
갑자기? 뜬금없는 나 죽어 너 슬퍼 선언에 도위가 고개를 갸웃거렸음.
"녹림왕, 최근에 원한 사신 일이라도 있습니까?"
"글쎄요, 내가 걱정하는건 그게 아니고. 단순한 수명차이입니다."
"난, 나기를 절맥으로 태어나 그리 오래 살 기대를 하지 못했고. 뭐 지금은 나았다지만 여전히 무인치고는 연약한 편이죠. 의심하는 눈초리는 좀 치우고 잘 들어 보쇼, 내 오래 살지를 장담 못한다- 그 소립니다."
소병이 연약하다 소리에 방금 잔뜩 늘려져 한참 붉어진 뺨을 들이대는 도위를 밀어내며 말했음.
"왜 소가주한테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이틀 동안 많이 고민해 봤단 말이죠. 정파 사파. 세가의 원칙. 그런거 다 제쳐 두고 나 자신으로써의 마음이 어떤지. 소가주를 받아줄 수 있는지. 그런거 말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진짜요?"
"비맞은 개처럼 불쌍한 표정 짓지 마십시오! 그냥 들어!"
"근데 너무 욕심이 났단 말이죠. 분명 나나 그대나 서로가 1순위가 될 수 없는 사람인지라. 내 욕망을 충족할 만큼 그대가 좋은 선택지는 아닐지언대. 그 자리가 탐이 나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남궁 소가주를 받아주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
"나는 나 자신을 납득시키지 않으면 사랑도 못하는 사람이니, 꼭 그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첫 날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더군요. 이럴 거면 거절하는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근데 그날 밤 꿈을 꾼 겁니다. 말라 비틀어져간 나의 팔. 그 손을 붙잡고 있는 당신..."
"깨자마자 떠올린 것은 어차피 핑계를 찾아야만 할, 한참 후의 끝을 생각할 정도로 버리지 못할 마음이라면, 그냥 받아주는 게 맞겠다.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아마 당신은 제게 고백한 걸 많이 후회할 겁니다. 긴 몇십년 동안의 삶은 안온할지 몰라, 하지만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순간은 기대하고, 울고, 원망하고. 그런 감정으로 가득 찬 나날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달과 년이 지나가면 잊어가기 시작할텐데, 그게 뭐 쉽겠습니까. 나란 사람은 사람 마음에 자리 한번을 차지하면 쉽게 돌려주지 않아. 잊는 것이 몸을 뜯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울텐데, 그럼에도 시간 흐르는 물결에 잊어야만 할 그대가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그치만 그렇다면 적어도 하루 빨리, 한 시진이라도 일찍 함께해서. 부군이 보고싶다고 훌쩍거릴 소가주 곱씹을 기억 하나라도 더 남겨두는게 도리가 맞지 않나- 해서 그냥. 뭐.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
그러자 도위가 파하하 웃으며 몸을 뒤로 젖혔음. 진지한 얼굴로 일장 연설을 하는 임소병의 모습이, 항상 어느 정도는 멀다고 생각했는데도 갑자기 가까워보여. 겨우 그런 걸로 고민했겠다. 아니. 정말 중요한 일이기는 했지만서도.
그 얼굴 뭡니까? 비웃지 마십시오! 젠장, 혼자 앞서간다고 웃었겠다. 뒷목을 쳐서 기억을 소거시켜주지."
바둥거리는 임소병의 주먹을 두대 정도 맞으면서도 웃는 얼굴로 도위가 임소병을 끌어안았음.
"뭐야, 내가 우스워?!"
"솔직히 조금요.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습니다."
킥킥거리며 도위가 미소짓자. 임소병이 성을 내며 버둥거렸음.
"난 마음에 안 듭니다만!"
"그도 그럴게, 녹림왕이 저와의 미래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는 것또한 황송하기 그지없는데."
"지금 나 놀리는 거요?"
"자기가 죽은 이후의 미래까지 걱정해서 노후 계획을 세워준다는게. 고백한 입장에서는 기쁘지 아니할 수 없으니까요. 아주 영광이지요."
짐짓 말에 힘을 실으며 도위가 장난스럽게 말했음. 그리고 소병이는 펄펄 뛰었지.
"됐어! 다 취소야! 이제부터 녹림과 남궁은 전쟁입니다!"
"전쟁 다 끝났는데요. 아마 곧 결연으로 동맹 맺을 것 같기도 하고... 뭐 아무튼. 어찌되었든 좋습니다. 사랑이야 제가 선택한 것이고. 수명.. 뭐 그런 거. 벌써부터 생각하실줄은 몰랐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후회하겠습니까. 녹림왕이 한 10년 후에 요절하신대도. -말이 씨가 된다는데 이런 말 해도 되나 싶지만- 전 괜찮습니다."
"새 사람 만나면 되니까?!"
"아뇨, 아뇨! 그만큼 연모한다는거죠, 그만큼 좋아한다는 겁니다. 설령 내 삶의 남은 시간을 온통 그리워하는 것으로만 남겨야 한대도. 이 시간을 놓칠 수 없을 만큼..."
"그렇게 저는 녹림왕을 연모합니다."
이걸로 대답이 되었습니까? 도위는 다시 한번. 나무에서 떨어져도 쥑쥑이라고(?) 반쯤 몸에서 벗어난 임소병을 고쳐안았음. 어느새 소병은 조금 얌전해져 있었지.
"이것으로 답이 되었습니까"
신경질적으로 관 사이로 머리를 박박 긁어내다가. 이내 몸에 힘을 풀고는 임소병이
"뭐, 예"
하고 답했음.
눈을 지그시 감고 소병은 생각했음.
언젠가는 슬퍼할지도 모르고, 언젠가는 후회할 수도 있으며.
마른 손을 잡고 눈물 흘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망했고 다 틀려먹었으니, 앞으로 있을 추억과, 지금 이 평온한 순간은 기억으로 남아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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