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 도위소병

[도위소병] 트위터 썰 백업 1

제 첫 글이나 다름이 없군요

골판지상자 by 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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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이걸,,,,공개할까 말까공개할까말까했는데 2022년 9월 11일에 쓴거를,,,,제가 올려도 되나 했는데 걍 올립니다. 펜슬에 하나의 도위소병이라도 더 심기 위해서.

트위터에 풀었던 임소병 고백썰을 약간 수정해서 백업합니다. 오탈자는 나중에 수정하고자 하니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임소병이 고백을 한다라, 사실 그리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뭔가 터벅터벅 걸어와서 소가주, 대충 앞으로 최대 몇년 동안 수절하면서 살 수 있습니까 부터 물어볼 것 같음. 도위 소병이가 우려온 차 마시다가 침착하게 뿜고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하면서 왁 소리지르는데 

"아니 저도 이제 녹채로 돌아가서 업무봐야하니까 겸사겸사 물어봤습니다"

 하고 소병이가 대꾸하는거 도위는 얼척이 없어서 그게 녹림왕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하면서도 물어보셨으니 성심성의껏 답해야겠지 하는 정파 본능 발동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다

"아마 합비로 돌아가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가주 즉위식을 치룰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고. 그 후에는 저도 혼기가 찼으니 결혼상대를 찾아야겠지요."

 "뭐가 됐든 녹림왕이 원하는대로 되진 않을겁니다!" 

이러고 핫하 내가 이겼지롱 오늘은 남궁의 승리입니다! 하는 듯 보이는 의기양양한 표정 얼굴에 띄울 듯, 근데 도위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소병이가 얼굴 약간 찌푸리더니 부채로 머리를 박박 긁더니. 

"가주 즉위식은 됐고, 혼약은 대충 5년 후로 미뤄줄 수 있습니까? 제가 필요해서요."

이러는거 엥 뭐라는거야 내 혼약 왜 녹림왕이 미룹니까 내 미래 돌려줘요 하고 말하고 싶지만, 딱히 소병이가 제 혼인을 세가 어르신들도 아니고 반대할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겠지. 

"무슨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습니까? 남궁 소가주의 본처자리가 좋은 혼처라는건 알지만.. 딱히 녹림왕에겐 저와 붙일만한 사람이 없는 걸로 압니다만. " 

그러자 소병이가 수긍하고선 말하겠지. 

 "그렇긴 그렇죠? 녹림에는 죄다 우락부락한 남정네들밖에 없기도 하고요"

 "아니, 그럼 더더욱 이유가 없잖습니까. 진짜 너 꼴보기 싫으니 남궁 대라도 끊고 싶다는 겁니까? 역시 사파새끼란.."

소병이 말에 대꾸하면서도, 서로 싫은 사이도 아니고 오히려 정마대전이 끝난 이후로 아무리 정사의 관계라 서로 원수같을때도 있다지만. 친밀해진. 어쩌면 같은 소가주로써 대등한 관계에 있는 당패보다도 가까울 임소병이 이렇게 말하니 이상한 거, 대충 재미없는 농담이었나보다 하고 넘기려던 그 순간 소병이가 말하는거지. 

"다른건 아니고, 내가 그때 소가주한테 고백해야 해서"

미친 개뜬금선언 아니 고백은 지금 하신거 아니에요? 하고 물어보고 싶은데 말하는 사람이 너무 무덤덤해서아하 그렇구나 예약은 언제로 잡아드릴까요 폭죽이랑 문구도 준비해드릴까요? 해야 할 것 같아진 도위 간신히 정신줄 잡고

"저, 요? 단이 아니고? 남궁도위요?"

아니,못잡고 고장남

"예, 소가주요. 남궁 소가주 맞습니다. 여기에 소가주밖에 없는데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에잉, 이래서 정파 도련님이란"

중얼거리면서 자기 욕하는 꼴이 아무리 생각해도 5년 후에 사랑의 고백을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임, 미움을 살 사람이 많은  사술이라도 걸린 거라면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혹시 죄라도 지었냐 물어보니까 그건 아니고 진짜 사랑고백 맞다기에  피치 못할 사정이면 이해해드리겠습니다 하니까 부채 들고 위협당하는거지. 

"왜요, 내가 소가주 좋아한다는게 그렇게 이상합니까? 사파 수장이 정파 윗대가리 좋아한다는게 그렇게 이상해?"

"그게 이상하다기보단, 아니, 그것도 충분히 요상하지만. 녹림왕이 저를 좋아하신다는게 가장 믿기지 않는다는겁니다. 그런 낌새, 하나도 없었지 않습니까!"

최근 임소병과 남궁도위의 일과: 시비걸기 싸우기 청명이한테 붙잡혀서 서로 화해의 악수와 포옹하기밖에 없었는데 낌새를 차린다는게 더 기이하긴 함 아마 그랬으면 도위는 남궁세가 안에 점집을 차렸어도 됐을거임. 그치만 도위가 당황스럽든 말든 소병이의 말은 계속 이어졌지. 

"짝사랑이라는게 원래 그렇지 뭐, 낌새 차리면. 받아줬을거요? 아니잖소. 원래 이런건 숨겨놓다가 비장의 순간에 심장에 찔러넣는게 가장 중요한거요"

"뭐 사랑을 그런 식으로 합니까?!"

 "대충 칼로 찔러도 가슴 두근거리는 거랑 비슷하게 사람 펄떡대던데 그거나 그거 아닌가?"

"아닙니다!"

잠시 소매로 얼굴 가리고 임소병이 킥킥대다가, 그래. 나름 5년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거.

"첫째로는 재건입니다. 내가 지금 고백해서 소가주가 받아준다고 해도, 지금은 나도 소가주도 시간이 없으니까요. 남궁도 아까 말했다시피 가주 즉위도 있고. 그뿐만이 아니라 반 갈아먹은 재산도 그렇고, 안휘 상권도 지금 완전 개판이지요? 시간이 많이 필요할텐데. 사패련 일도 있고요."

그건 그렇죠. 도위가 약간 상념을 제쳐두고 침음을 흘리면서 동의했음. 확실히 녹림왕의 말이 옳았음, 혼인이든 가주 즉위든 매화도의 일로 무너진 체계와 그간의 전쟁으로 황폐해진 남궁을 정비하고 제 구실을 하게 만드는 데엔 몇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 남궁도위가 지금 훌륭히 가주로써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둘을 하기 위해선 한참이 걸릴 것이라는건 틀림없는 일이었음. 곧바로 임소병의 말이 이어졌음.

"뭐 남궁에 대해선 내가 모른다고 쳐도, 녹림은 남궁만큼 무인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 아니라, 사람도 많이 죽었고 결속도 약해져 적어도 삼사년은 필요합니다. 인도적인 방법으로 사람 갈아치우는데는 시간이 깨나 걸려서 일이년으로 안되겠더라고요. 예전처럼 담금질하면 좀 편할까 싶지만 청명 도장 때문에 그건 안되겠고. 저도 굳이 피 보는건 별로여서요."

 "슬슬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 갈길 찾고자 하는데, 가는 자리가 번잡스러우면 마음에 남지 않습니까. 다음 녹림왕 자리는 그래도 번듯하게 남겨줘야지 미련이 안 남지."

도위가 가만히 듣고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말에 놀라는 거, 녹림왕이 녹림왕이 아니게 된다고.. 그럼 태상녹림왕(?)이 되시는건가? 그런건가? 그것보다 녹림왕이라는 자리가 내려놓는다고 내려지는거야?

"소가주, 얼굴에 글씨를 써놓는 재주가 있군요, 친히 이 임모가 답변해드리자면. 녹림은 세가와 비슷한 면이 있어 장로가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태상가주와 같이 태상녹림왕 같은 지위는 없습니다. 대체로 여기 올라오는 사람들한테 항렬이라는 개념이 없기도 하거니와. 아부지 따라 녹림왕 된 내가 특이 케이스라고 할 만큼. 목따고 녹림왕되는게 여기 정석 출세법이라서요. 제일 윗대가리 목 따는 김에 같이 동고동락하던 장로들 목도 같이 베어버리니까 태상장로, 태상녹림왕 같은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가끔 조언해주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진 몰라도, 지금처럼 큰 ㅇ권력을 갖고 대접받기는 힘들지요."

"그러니까 제가 내려놓고 잘 준비해둔 후계한테 녹림왕의 자리를 넘긴다면. 요컨대. 저는 자유라는 말이지요." 

그렇게 말하는 임소병의 얼굴은 후련해보이기도 하고 섭섭해보이기도 했음.

"그렇게 녹림 어쩌구 청명도장 도와주십쇼- 하던 제가 녹림왕 자리에서 내려간다니 의아해보일수도 있겠다 생각하지만 이거 꽤나 오래 생각한 겁니다? 애초에 저는 녹림이 중요한 것이지, 이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유람을 떠난대도 내 발끝에 산이 걸리고, 가을 단풍에 잎이 물들때 바람에 녹림도들의 피 냄새가 고여오는게 아니면 그걸로 괜찮다 이 말이죠. 재물은 틈틈히 빼돌린 게 있으니 그걸로 평생 놀고먹어도 뭐 좋지 않겠습니까? 설령 산이 없으면 뭐 어때. 내 사람들이 살아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된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면서 도위를 가르키며 소병이 씨익 웃고선 다시 말을 이었음. 

"전쟁도 끝났는데 책사가 자리 차지하고 앉아봤자 의미가 없지요. 오히려 나 말고 새로운 적임자. 새로 태어난 정파의 우두머리이면서도 녹림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게 녹림의 앞날에는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나야. 그 교두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역할에 아주 만족합니다."

 어디 정파 대가리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하며 이죽거리는 녹림왕의 말과는 달리, 생사고락을 나눈 동료, 천우맹이었던 자신들과는 다르게 세간에서의 녹림은 아무리 정파가 되었대도 여전히 사람을 죽이던 기록이 남아있는 문파라는 것을 남궁도위도 알았음. 전대와 현대가 양민을 해하는 것을 꺼렸다고 해도, 이미 새겨진 편견은 쉽게 지워지는 것이 어려운 건 맞았지. 

녹림왕으로써의, 녹림을 위하는 임소병의 판단은 그런 면에서 어쩌면 현명하다고도 말할 수 있었음. 세간의 평가는 이런 작은 일로도 휙휙 바뀌는 것이 사실이니까. 새로운 녹림왕이 손에 양민들의 피를 묻힌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양민들의 불안도 줄어들 것이라는건 당연한 일이었음. 

하지만 그렇다면 녹림왕이 아닌, 사람 임소병은? 녹림을 위해 전장에 뛰어들었던 그의 노고는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거, 소가주. 그런 얼굴 할 필요 없습니다. 애초에 나는 산적이라 이름 알려져봤자 수배지 안 붙으면 다행인 편이고. 어떤, 무언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그런 류의 행동이 꼭 명예를 위한 건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소가주의 마음은 알겠으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천우맹이 있으니, 그래. 그 옛날의 청명 도장처럼 잊혀질 일은 없습니다. 고로 챙길건 다 챙길 수 있단 말이죠. 어떻게 보면 완벽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도 그런가. 녹림왕의 말을 듣다보면 어느새 그 말은 제게 불변의 진리처럼 들리게 되는 감이 있어서인지 염려하던 마음이 조금 덜어지는 것을 도위는 느낄 수 있었음. 그런 도위한테 임소병은 눈짓하며,

"그리고 여기서부터 본론. 둘째는 저도 아직 제 마음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폭탄을 터트렸다. 얼이 빠진 도위의 얼굴을 보고 얄랑거리는 소병에게 도위는

"사람이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었더니!"

 하고 소리지르며 갈! 녹림왕은 더럽고 문란한 사파새끼입니다! 하고 당장이라도 말할 듯 일갈했음. 

"뭘 그렇게 화내시나. 나한테 마음 있소? 그러면 나야 좋고. 아? 정파분들이 말하시는 '진지'한 감정이 아니라 그런가? 그렇게 말한대도 이거, 가볍게 말한 건 아닙니다. 그렇담 아예 말도 안했지."

 그럼 뭡니까? 팔짱을 끼고 자신을 흘겨보는 도위의 시선을 부채로 가로질러 막고는 임소병이 말했음

"아무래도 전 의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내 마음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게 그저 몇날 밤으로 끝날 마음인지. 몇십년 동안을 지고지순하게 간직할 수 이런 종류의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아마 습관이 되어 그랬겠지.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사이 마음도 숨기는게 버릇이 되어 그럴겁니다. 사실 생각하자면, 이건 그만두는게 옳아. 소가주한테 고백한대도 차일 확률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천우맹의 책사치고는 아주 오만하고 멍청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소가주를 불러서까지 이야기 하는 것은 소가주도 짐작하다시피. 이 마음이"

깊어진 임소병의 얼굴과 진지해진 분위기에, 이 순간이 지난다면,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도위는 소병의 말을 그만두게 하고 싶었으나.

"꽤나 오래갈 것이며, 어쩌면 영영. 평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막고 싶었던 모양인데. 이제 도망 못 갑니다? 아니, 먼저 가시려고 했어도 막았겠지만. 연심을 방금 고백한 주제에 한가롭게도, 항상 보이던 비열한 미소를 실실거리며 얼굴에 띄우고는 임소병이 다시 말을 이었음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시험이라도 해볼까 해서요. 대충 5년 수절하고 살면 해결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쯤이면 진짜 사랑이다 인정 가능이지"

녹림왕, 말투요! 하고 시비걸고 싶었지만 도위도 할 말이 있었음. 아주 근본적인 의문이었지.

"누가 기다려준답니까?"

"이건 생각 못했는데."

"생각해보세요, 녹림왕. 아직 저랑 당신은 정인이 아니란 말입니다. 누가 정인도아닌 사이에 5년을 기다려줍니까? 고백 하나 듣자고요??"

"젠장, 그럼 역시 청명도장의 방식으로 해결을 봐야하나."

"이 사람이 돌았나! 그리고 그때 안 깨졌다니까요! 멀쩡하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오냐 3년만에 남궁 재건해주마 목재가 없다면 산을 갈아서, 돈이 없다면 산적놈들 갈아서 만들어주마(?) 하고 의지를 불태우는 도위 앞으로 소병이 다급하게 하얀 손을 내질렀음

"에헤이, 내가 다 생각이 있지. 셋째."

"둘째까지밖에 없었는데, 방금 생각해내신거 아니고요?"

"아니라니까! 듣기나 하쇼."

유려한 얼굴로 가자미눈을 뜨는 도위한테 임소병은 입을 천천히 열고선

 "소가주가 나를 좋아하게 만든.다...?"

하고 다소 미친 소리를 내질렀음.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텄네 텄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도위는 사파 수괴의 손아귀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아 떠납니다 하고 있는 도위의 옷자락을 임소병이 비에 젖은 쥐새끼 꼴로 잡아 붙들어맸음 도위는 황당한 어투로 외쳤음. 

"무슨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계십니까!"

내가? 당신을? 어떻게? 좋아하게 만든다니. 어림도 없지. 아니, 그리고 그럴거면 애초에 그 전부터 좀. 꼬시려고 노력은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이야, 생각해본적도 없다는 얼굴이시네, 절절한 사랑이야기 들으시면서 자기는 생각도 없었다? 정파는 그래도 된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녹림왕이 멋대로 말하신 것뿐이면서요."

"그게 아니지, 계속 듣고있던건 소가주 당신이잖소? 말을 끊고 아니다 하며 도망칠 여유는, 이미 앞에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 

확실히 그 말도 옳긴 했음. 임소병의 날랜 말솜씨에 홀려서, 혹은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바람에 흘린 것처럼 항상 가벼워만 보여서라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볼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도위가 이 자리에 앉아 있던 이유는 처음 그가 선택해서였음. 그가 진심으로 그를 바라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임소병이라고 해도 도위를 잡아두지는 못했을 터였지. 

어쩌면 기만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기에 도위는 가만히 찾아올 호통을 기다리고 있었음.

"아얏!"

그 순간, 임소병이 도위의 머리를 가볍게. 약간의 내력을 싫어 통-하고  쳤음. 

"혼날 준비하는 강아지 얼굴 하지 마십쇼. 그래봤자 조금 귀엽습니다."

나 원 참, 내가 저 얼굴에 약해서 탈이지. 가면이라도 씌워 뒀으면 덜 하려나.. 아냐, 그러면 몸에 환장했겠지. 빌어먹을 취향. 좀 덜 밝히면 탈나나! 하고 소병이 중얼거리다. 머리를 홱홱 털고선 다시 침착하게 갈무리한 얼굴로 도위에게 말했음. 

"사실 정파 도련님이 사파 수괴 사랑하는게 신기하다 싶어서 구경했든, 그게 혐오스러워서 그랬든 나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이지요."

뭐라? 도위는 고개를 갸웃거렸음.

 "지금 당장 바쁘다고 합비로 돌아가겠다 해도 될 사람이 굳이 시간을 내어 내 곁에 있어주고 있지 않습니까."

임소병은 살짝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음.

"나 임소병은, 분명 실패한 책략도 있을지언정 보는 눈을 감은 적도. 듣는 귀를 막은 적도. 생각을 그만둔 적도. 결코 없습니다. 그러니 소가주의 지금 행태가, 자기를 사랑한다 말하고 있는 저를 데려다가 보고, 경청하고.."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될.

"그런 태도가.. 가능성이라 보이지 않겠습니까?"

도위의 손 끝이 조금 떨렸음. 임소병은 웃었지. 부채를 휘휘 돌리며 임소병은 말을 이었음.

"갖고 싶은게 있어도, 원하지 마지않는 것이 있어도. 무엇을 위해 포기하던 시절이 저한테도 있었더랬지요. 오래 그랬을 겁니다. 그에는 한 점 후회가 없습니다. 결국 모든건 제 선택이었으며. 그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소가주도 알다싶이. 이제 곧 저는 자유가 됩니다. 임소병이 소곤거렸음.

"그럼, 이제는 성에 족하게 욕심을 내봐도 좋겠지요. 게다가 이번 욕심은 나도 지금껏 상상해보지 못한 것이라 더욱 그 끝이 기대됩니다. 과연 내 책략이 이런 곳에서도 통할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도위가 멍하게 정신이 팔린 사이로. 턱 밑에 하얀 손이 얼굴을 가볍게 쥐어왔음.

자연스레 눈이 마주치고 살짝 핏기가 가신 얇은 입술이 열렸음.

 -보십쇼. 얼굴에 색이 물들고 있잖습니까.

 재빨리 소매로 얼굴을 가린들 그게 가려질까, 게다가 무복 소매여서 학창의나 장포처럼 펄럭이는 것도 아니라. 긴 눈꼬리로 초롱히 얼굴을 쳐다보는 임소병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밖에 없었음. 차라리 감아버릴까 했지만 이상하게 머리가 허둥대어, 눈을 감으려니 손짓을 하게 되고. 손으로 소병의 얼굴이라도 가리려니 깔깔 웃어대는 임소병의 몸을 툭툭 치고 지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아.

 꽉 죄어오는 듯한 가슴에 드디어 간악한 사파가 한 건 했군. 아버지, 불효자 갑니다..! 하고 잠시 생각했을 정도였음.

"아무튼 그래서, 5년 수절은 해주시는 건가?"

다시 이죽대며 임소병이 물었음. 이 정도면 해줘야 하는데~ 때가 됐는데에- 하면서 쿡쿡 아프게 찔러대는 통에,

"그럴 리 있겠습니까!" 하면서도

어쩌면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은 더 이상 녹림이 아니게 될 임소병을 기다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고야 마는 것이.

제대로 당했구나, 아아, 남궁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하며 깜깜한 미래를 상상하게 되는데도. 그리 불쾌하지도, 싫지도 않아서..

그냥 남궁도위는 웃어버리면 좋겠음.

"방금 웃었죠? 약조한겁니다. 어기면 남궁하고 녹림 생사결이다. 그렇게 정한겁니다?"

당장 그 생각을 지워버리고 싶어진 게. 겨우 1분 남짓도 되지 않았을 무렵인지는 도위도 몰랐을 테지만.. 그러든 말든, 뭐 그건 도위 책임이고.. 

 그렇게 언젠가? 남궁도위가 1171번째로 혼서를 거절할 즈음 단이가 황급하게 가주 집무실에 기별도 없이 찾아와선 녹림왕이! 하고 (아니 전대!) 소리지르고. 그 뒤로 어떤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보이며. 남궁도위는 웃는 것으로 끝나는...그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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