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森清慈

2. 어느 8월

아메모리 세이지

* 높은 곳에서 떨어질 뻔한 장면이 짧게 묘사됩니다.(추락으로 인해 부상 등의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누, 누나…… 위……위험할 것 같은데, 내려오면…… 안 돼……?”

“무슨 소리야, 세이지! 이 정도는 완전 껌이라니까?”

아메모리 세이지는 높디높은 나무 아래에서 누나 시이카가 기세 좋게 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떡하지, 전에도 이러다가 엄마한테 혼났던 것 같은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이카는 어느새 나무의 반 정도를 오른 뒤였다.

“세이지, 밑에서 보면 나 얼마나 올라왔어? 꽤 올라온 거 같은데!”

“바, 반…… 정도인데……. 누나, 역시…… 그, 그냥 내려오면…….”

“뭐야, 얼마 안 남았네! 괜찮아, 괜찮아. 나머지 반도 금방──”

그 순간 시이카의 발이 잘못된 곳을 디디고 쭉, 미끄러졌다. 손에서 힘이 빠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몸이 뒤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시이카는 자신을 부르는 세이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큰일 났다. 그와 동시에 어떤 깨달음이 찾아왔다. 누군가 시이카의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쐐기풀이 너를 지켜 줄 거야.

원리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순간 시이카의 의사대로 허공에서 쐐기풀이 나타났다. 쐐기풀은 줄기를 엮고 엮어, 시이카가 원하는 대로 튼튼한 밧줄이 되었다. 시이카는 놀라운 속도로 그걸 잡아채 매달렸다.

“누, 누나……! 누나, 괘, 괜찮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동생이 벌써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시이카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뒤 활짝 웃어 보였다.

“완─전 멀쩡해! 그보다 방금 봤어? 봤지? 이거 내가 만들었다? 나 아리아드네가 됐나 봐!”

신나서 쐐기풀을 쥔 손을 마구 흔들어 보였다. 몸도 따라서 신나게 흔들렸다. 하지만 어째 동생은 더 울기 시작했다. 시이카는 그제야 쐐기풀을 쥔 손에 닥쳐오는 아리는 통증과 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맞다, 쐐기풀은 가시에 독이 있댔어…….

“와, 이거 진짜 아프네.”

“누나아아…….”

“아─ 미안해, 세이지! 당장 내려갈게! 이거 그렇게 큰 상처 아니야! 완전 멀쩡하다니까?”

허둥지둥 쐐기풀을 더 늘려 땅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엉엉 울고 있는 동생에게 다가가 퉁퉁 부은 손으로나마 얼른 눈물을 닦아 주자, 갑자기 손을 괴롭히던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남매는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동시에 말끔해진 시이카의 손을 봤다.

아메모리 남매가 아리아드네가 된 날이었다.

* * *

- 세이지, 세이지, 세이지! 나 방송 봤어! 진짜 활약 장난 아니던데? 누구 동생이 이렇게 멋있어! 완전 최고!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는…….”

- 아니, 여기 호들갑을 안 떨면 어디 떨어? 열쇠한테 딱 괜찮다고 하는 게 완전…….

“그, 그만해…… 부끄러워…….”

- 그래? 그럼 귀여웠던 얘기 해야겠다! 세이지의 이상형은~

“그, 그만하라니까……!”

허둥거리며 누나의 말을 막은 세이지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아, 왜 하필 그런 게 다 방송으로 나가서는……. 전화 너머로 큰 소리로 웃어 젖히는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우리 동생, 이러다 나보다 더 인기 있는 슈퍼스타가 되는 거 아냐?

“안 돼도 되는데…….”

- 어허! 인기가 어디 얻고 싶다고 오고, 싫다고 안 오는 줄 알아? 이걸 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누나가 말하니까 진짜 같아…….”

- 그야 진짜니까?

“아, 제발…….”

딱히 인기는…… 안 생겨도 되는데…….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추앙받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질문받아도 조금 불확실하단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 가고 싶을 뿐. 그 결과를 뚜렷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여전히 자신은 앞에 나서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것 같고, 적어도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는…… 조금은 조용히 살고자 해도 되는 게 아닐까.

- 아, 맞다. 나 한동안 연락 안 될지도 몰라.

“또 장기 임무야?”

- 응. 좀 정신없어질 것 같아. 게다가 거기 통신은 좀 터지다 말다 하는 거 같아서.

“그렇구나…….”

자연히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 시이카는 그걸 놓치지 않고 물어 왔다.

- 뭐야, 걱정돼?

“안 될 리가 없잖아.”

- 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나 아메모리 시이카다?

“으음, 그건 알지만…….”

걱정되는 것은 상대가 미덥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겁이 많아서.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다칠까 봐,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상대를 아끼기에 자연히 따라 붙는 걱정을 미처 무시하지 못할 뿐.

- 멀~쩡하게 돌아올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동안 재밌는 얘기 좀 잔뜩 만들어 놓고.

“재미있는 얘기라고 해도, 어떤 게 재미있는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 뭐든! 아카데미 친구들 얘기든, 부모님이랑 안부 주고받은 얘기든…… 아, 어디 방송 나올 일 있으면 꼭 말하고.

“이젠 안 나가…….”

또 누나가 큰 소리로 웃는 게 들려왔다. 세이지는 얕은 한숨을 쉬면서도 따라 웃었다. 무사히 다녀와, 누나. 늘 하던 인사를 덧붙이며.

카테고리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