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풍선이 제자리에 돌아오고

[OC] 페이퍼 | 에테르, 시안, 모카

by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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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풍경이 울렸다. OPEN 팻말이 달린 피아노 카페의 문이 열렸다. 그 문 너머에서 페이퍼가 피아노 카페로 발을 들였다. 피아노 카페의 점원인 에테르가 그를 환영했다. 어서 오세요. 페이퍼는 종이학을 카운터에 내려두었다. 그러고는 에테르에게서 받았던 신호탄을 돌려주었다. 안 써도 되더라구요. 그리 말하는 페이퍼에게서 에테르는 신호탄을 받아갔다. 그는 신호탄을 다시 상자 속에 넣어두었다. 페이퍼의 주문은 차가운 초콜릿 음료. 에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그럼 들려주실래요? 에테르는 음료를 준비하며 페이퍼에게 이야기했다. 페이퍼는 피아노 인근의 소파 자리로 향했다. 모든 일을 끝내고 난 뒤 페이퍼는 피아노 카페로 돌아오게 되었다. 가능성 파괴자 — 임시 명칭 — 인 멜리를 믿는 건 조금 불안했지만 그래도 한 번 다시 마주하고 싶었기에. 자신에게 순수한 선의를 베풀어줄었던 이들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기에. 물론 피아노 카페의 점원인 에테르가 아닌 다른 가능성들은 못 볼 가능성이 거의 100% 에 수렴했다. 그들이 한 번 더 자격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에테르는 자기가 마실 아이스티도 준비해서 페이퍼에게 돌아왔다.

어떤 이야기인가요? 에테르는 자기는 바깥 이야기는 잘 모른다면서 자세한 설명을 장난스레 요구했다. 페이퍼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 입을 열었다. 놀이공원이었어요. 트럼펫 놀이공원이라는 아주 멋진 곳. 에테르는 가만히 페이퍼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그곳에는 트럼페타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트럼페타는 놀이공원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트럼페타는 놀이공원의 영원을 바랐고 또 나아감을 바랐어요. 그래서 트럼페타는 놀이공원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놀이공원을 맡기고자 했어요. 더 이상 트럼페타는 놀이공원을 지킬 힘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트럼페타에게 있어서 그 놀이공원은 무엇보다 소중한 공간이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트럼페타의 말을 듣고 이 놀이공원을 맡아가고자 했어요.

그런데 트럼페타를 믿고 따르던 놀이공원의 사람들은 그걸 원치 않았나봐요. 놀이공원의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이야기했어요. 트럼페타, 놀이공원을 지켜주세요…. 하지만 트럼페타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했어요. 트럼페타는 자신의 약한 힘에 슬퍼하며 놀이공원을 넘기는 선택을 하고 사그라들었어요.

작은 사람들은 놀이공원을 지키기에는 약할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그 작은 힘에 비교되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었어요. 그들은 트럼페타가 돌아올 때까지 놀이공원을 지키려고 했어요. 자신들의 약한 힘을 모으고 모아서 그들은 놀이공원을 끝내 지키는 것에 성공했죠. 하지만 트럼페타의 거래 대상이었던 샤덴… 아니, 큼.

트럼페타의 거래 대상이었던 이들이 작은 사람들을 막았어요. 그들은 트럼페타의 부탁이자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서 작은 사람들을 막아섰어요. 모두 트럼페타와 놀이공원을 위한 일이었지만 그들은 갈등하게 되었어요. 트럼페타의 존재라는 건 그렇게나 강력했고 그의 소망은 강렬했으니까요.

그들의 갈등이 한참 이어질 때에 트럼페타가 돌아왔어요. 트럼페타는 거래 대상에게 감사를 표하고 작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다시 그리고 다같이 이 놀이공원을 다시 일깨우자고. 그리고 놀이공원은 다시 행복해졌어요. 다시금 모두가 찾아오는 그런 멋진 곳이 되었죠.

페이퍼의 말을 가만히 듣던 에테르는 빙긋 웃었다. ‘사그라들었다’ 고 했는데 ‘돌아왔다’ 라. 묘하게 오류가 있는 듯한 이야기였지만 에테르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페이퍼가 들려준 이야기니 페이퍼가 이야기해주는 대로 이해하면 되는 거겠지. 에테르는 그 이야기 속에서 페이퍼가 무슨 역할이냐고 물었다. 페이퍼는 그냥 그 풍경을 관찰한 관찰자였다고 답했다. 에테르는 아이스티를 빨대로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관찰자라. 굳이 캐내려는 태도는 아니었다. 페이퍼는 잘 이해해주셨나? 하고 생각하며 의심을 감춘 모습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곧 피아노 카페의 풍경이 울렸다. 에테르는 잠깐 기다려달라 말하고 카운터로 향했다. 그곳에는 예쁜 옷을 입은 토끼 시안이 있었다. 시안은 낡은 회중시계를 카운터에 내려두었다. 그 회중시계를 가만히 보던 에테르는 어째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평소대로라면 태연히 그걸 받아들고 주문을 받았을 텐데. 에테르는 시안에게 이건 너무 값이 비싸다면서 회중시계를 돌려주었다. 시안이 받아주면 안되냐고 물어도 에테르는 고개를 가벼이 저었다. 피아노 카페에서는 이런 비싼 물건을 받지 않아요. 결국 시안은 금조각을 대신 건넸다. 아무리 봐도 금조각이 훨씬 비싸보였다. 에테르는 그것은 값으로 받아주었다. 시안은 카페라떼를 부탁했다. 작은 치즈케이크 한 조각도. 그러고는 착잡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들었던 조언들이 어째선가 토끼굴에서는 전혀 떠오르지 않아요. 에테르는 시안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의 추억을 잊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 그것은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이에요.”

에테르는 바깥 세계의 이야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토끼굴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모든 가능성에는 그 가능성만의 해답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시안은 에테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그의 시선에 페이퍼가 들어왔다. 정확히는 그의 주변에 놓인 피아노에 더 흥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피아노 카페. 피아노 카페. 이 카페의 이름을 되새김질하던 그는 피아노로 향했다. 뚜껑이 스르륵 열렸다.

시안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러고 연주를 시작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색에서 페이퍼는 묘한 슬픔을 느꼈다. 이 공감도 트럼페타의? 살짝 다른 것 같았다. 묘한 울림이 느껴졌다. 이건 트럼페타의 능력보다는 시안의 능력에 가까운 것 같았다. 카운터에 서 있던 에테르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계속 스쳐지나갔다. 에테르에게는 기분 나쁜 감각이었다. 억지로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듯한 그런 느낌. 에테르는 고개를 저었다. 잊으려는 듯한 행위였다.

토끼굴이라는 곳에 무슨 일이 있나요? 연주가 끝나면 페이퍼는 시안에게 물었다. 시안이 고개를 돌려 페이퍼를 바라보았다. 역시 착잡함과 슬픔이 차오른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도 없어요. 저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요. 저는 이곳의 추억을 가져갈 수 없거든요. 주문을 가져온 에테르가 이야기했다. 페이퍼하고는 다른 경우라고.

“쉼터의 기억을 가져갈 수 있는 가능성과 없는 가능성이 나뉘더라고요. 보통 후자가 압도적이에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것도 트럼페타의 힘일까. 페이퍼는 그리 생각하며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목에 실이 감겨져 있었다. 당연하게도 풍선이었다. 시안은 페이퍼의 손목에 감겨진 풍선을 보다가 한 마디를 했다. 트럼펫 놀이공원에서 오셨나요? 페이퍼는 눈을 깜빡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세요? 네. 저번에 한 번 뵌 적 있었어요. 굉장히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시안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 사람은 흑색의 머리카락에… 거기까지 얘기한 시안이 고개를 기울였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무척 순박해보이는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이 제게 트럼펫 놀이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때만 해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트럼펫 놀이공원이 어딘지 몰랐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이야기했죠. 언젠가 트럼펫 놀이공원을 무척이나 유명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모두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그를 위해서 작은 사람들과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꼭 방문해달라고.

시안은 카페 외부로 기억을 가져갈 수 없어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다고 — 덧붙여서 시안은 다른 가능성으로 가는 방법을 모른다고 했다. 여기서 페이퍼는 아는 사람도 있는건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샤덴프로이데나 가능성 파괴자 같은 이들이 더 있는 것인가 싶어하기도 했다 — 했다. 그래서 시안은 페이퍼에게 물었다. 지금의 트럼펫 놀이공원은 어떤 곳인가요? 무척이나 멋지고 무척이나 빛나는 곳이에요. 그 사람이 바라는 대로의 놀이공원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시안은 다행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트럼페타였나. 시안의 중얼거림에 페이퍼는 눈을 깜빡였다가 빙긋 웃었다. 역시 트럼페타구나.

놀이공원은 미워할 수 없으니까요. 에테르는 피아노 뚜껑을 닫으며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장소잖아요. 에테르는 무언가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기억해야 하는 걸 잊고 있었다. 그래서 머리가 더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에테르가 한숨을 내뱉었다. 왜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아이들뿐만이 아닌 모든 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공간이 아닐까요.”

페이퍼의 말에 두 사람이 동감했다. 에테르는 싱긋 웃었고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는 방법이었다. 페이퍼도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놀이공원은 이런 공간이려나? 얘기만으로 다들 이렇게 웃고 있는데. 순간 페이퍼는 무언가를 느꼈다. 아까처럼 묘한 울림이 느껴졌다. 다만 이번 울림은 부드러웠고 상냥하지만 강인한 희망 같았다. 그 강렬한 희망의 출처는 시안이었다. 페이퍼에게 무언가가 읽혀졌다. 나의 꿈을 위해서. 나의 영원과 미래와 앞으로. 토끼굴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페이퍼의 시선이 시안에게 굴러가면 아니나 다를까 표정에 강인함이 서려있었다.

곧 풍경이 울렸다. 에테르는 다급히 카운터로 향했다. 새로운 손님이 서 있었다. 마법사 옷을 입은 모카였다. 페이퍼는 순간 그런 모카를 보고 흠칫했지만 곧 서로 다른 가능성에 위치하는 모카라는 것을 눈치채고 의도 모를 한숨을 내뱉었다. 모카는 마법 양피지 하나를 에테르에게 건넸다. 곧 모카는 코코아와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모카는 페이퍼와 시안이 서로 붙어있는 것을 보다가 그 쪽으로 향했다. 무슨 얘기 하세요? 태연하게도 물으며. 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별 얘기 안 했어요. 시안이 트레이를 들었다.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여전히 회중시계 하나를 잘 챙겨들고 있었다. 할 수 있어. 짧게 중얼거리며 시안은 피아노 카페를 떠났다.

저 때문은 아니죠? 모카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페이퍼는 전혀 아니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때 페이퍼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마침 에테르가 트레이를 가지고 왔고 페이퍼는 입을 열었다. 다른 가능성으로 가는 방법을 혹시 알고 계시나요? 모카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자기도 궁금하다고 하면서. 그 순간 에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수단이 어딘가에는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가능성의 법칙을 파괴하는 것이라서요. 이후 행적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그를 완전 다른 사람으로 규정하는 ‘인지 불가능’ 의 마법을 주거나…. 처분하죠. 다만 처분하는 것 자체도 이미 가능성의 법칙에 대한 파괴라서 보통 그런 존재가 원래 있었던 가능성을 파괴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 으로 분류합니다.”

이런 쉼터에서도 한 사람의 여러 가능성이 모이는 건 불가능했다. 이 카페에 ‘에테르’ 가 단 한 명도 오지 않는 것이 이와 같은 이유였다. 가능성의 법칙.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세계에는 일절 개입할 수 없었다. 처분한다는 건 좀 무서웠지만 당연한 처사였다. 그의 존재로 모든 것이 베베 꼬였다고 해도 무관하니까. 페이퍼는 생각했다. 샤덴프로이데는 그를 감시하고 처리하는 일들을 하는 거구나. 가능성 파괴자들은 그런 방법으로 가능성을 처분하는 건가? 약간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긴 했다. 물론 지금은 미지수였지만 아마 샤덴프로이데를 통한 방법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왠지 들었다. 에테르는 쉼터의 기억을 가져갈 수 없는 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가능성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도 덧붙였다.

어쨌든 중요하진 않으니까요. 에테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에테르를 보던 모카가 물었다. 그럼 쉼터는 많냐고. 이 피아노 카페처럼 가능성들이 드나들 수 있는 쉼터가 많이 존재하냐고. 에테르는 그것까지는 모른다 답했다. 자신을 너무 만능으로 보면 곤란한 건 자기라고 괜히 이야기하며. 쉼터는 말 그대로 쉼터에 불과해요. 에테르는 그리 이야기했다. 물론 쉼터의 관리자가 쉼터를 어떻게 다룰지는 미지수지만요.

그렇다네요. 모카가 빙긋 웃었다. 쉼터가 다른 형태로 존재하기도 하는구나. 피아노 카페처럼 휴식이 목적이 아닌 쉼터도 존재하는 건가? 페이퍼가 생각하고 있으면 모카가 이야기했다. 마치 그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다만 예측은 조금 엇나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피아노 카페는 작은 카페 내부만이 쉼터이지만 어떤 쉼터는 아주 거대하고 넓은 세계인 곳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곳에서도 가능성의 법칙은 유지되고 같은 가능성끼리는 만날 수 없는 법칙 또한 유지된다고 했다. 그렇게 큰데도 같은 가능성끼리 만나는 게 아예 불가능하게 제어할 수 있는 건가? 페이퍼는 의문을 품었다. 모카는 자기가 그런 곳에 가본 적이 있다면서 웃었다. 에테르도 흥미가 있는 건지 모카를 바라보았다.

모카가 말하는 쉼터는 ‘등불호수’ 라는 곳이었다. 아주 까지는 아니었지만 등불호수는 숲에 둘러진 하나의 마을이 모두 쉼터라고 했다. 페이퍼는 숲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냐고 모카에게 물었다. 모카는 고개를 홱홱 저었다. 그건 가능성의 법칙에 영향을 미친다고. 있어선 안 될 곳에 위치한 가능성이 되기에 즉시 처분된다고 말했다. 페이퍼는 가능성의 법칙이 어렵다고 느껴졌다. 모카는 하지 말라는 짓만 안 하면 되는 거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경고문도 꼼꼼히 붙어있다고 하면서.

그리고 처분된 경우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요. 모카는 자기가 여러 쉼터를 다녀봤지만 어떤 쉼터에서도 처분된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처분된 가능성의 기록을 지운다고는 한다고 덧붙이며. 그 과정에서 기억도 전부 말살되는 거 아니에요? 페이퍼의 물음에 모카는 납득한 건지 그것도 일리가 있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에테르는 잘 모르겠다면서 어깨만 으쓱였다.

“어쨌든 나중에 기회가 생기시면 꼭 등불호수도 가 보세요. 멋진 곳이니까.”

“맘대로 쉼터에 갈 수 있으면 참 편할텐데 말이죠.”

쉼터에 들어서기 위해서도 자격이 필요했기에. 페이퍼는 문득 에테르에게 이야기했다. 나중에 그 분들 — 페이퍼가 처음으로 피아노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 이 온다면 혹시 감사 인사를 전해줄 수 있냐고. 에테르는 기억해두겠다면서 웃었다.

트럼페타의 여정은 끝과 함께 다시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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