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g

(제목 없음)

팔을 뻗을 때 마다 손끝으로 모여드는 물살을 갈라내는 손길이 사납다. 그와 호응하듯 강하게 수면을 차는 발에 거친 물보라가 일었다. 물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을 무겁게 붙잡아 매고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가뿐하게 그것을 떨쳐내며 나아갔다. 목표하고 있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가까워진 것을 깨달은 그가 손을 뻗자 단단한 벽이 닿는다. 경기장이 울릴만큼 커다란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것과 함께 그는 가장 먼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시야를 방해하는 수경을 가볍게 벗어내고는 전광판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OR.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말할 것도 없는 1위다. 가엘 샤젤. 그의 이름이 전광판에 번쩍이며 경기 전, 그가 신청했던 노래가 흐른다. 기록을 살피는 그의 모습이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다. 평소 좋아했던 노래도, 물에 젖어 숨을 몰아쉬는 자신의 모습에도 관심 없이 무던한 얼굴로 기록을 살피던 그는 한숨을 쉬며 수모를 벗었다. 성에 차지 않는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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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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