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기려] 개최악최저주문

이세계 착각 헌터

by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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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기려_전력_12분

#영업종료

 

일반사회 AU / 카페 알바생 김기려

298화 까지 봤습니다. 고로 캐해가 여러분들과 정말! 많이! 다를 수 있어요!

 

 

 

 

 

열어놓은 창문으로 환한 달빛이 들어오고, 선선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살 간지럽혔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벌써 밤 9시 55분. 가게에는 김기려를 제외한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아 퍽 한적했다. 알바생이 불쌍해서라도 지금 시간에 가게를 찾는 노양심 유인원은 없을 테니까 바닥만 닦고 퇴근 준비하면 되겠다. 웃음기 하나 없는 무뚝뚝한 표정과는 달리 속으로 요즘 유행하는 발랄한 케이팝 송을 흥얼거리고 있던 김기려가 지금 막 대걸레질을 끝내고 허리를 폈을 때였다. 척추에서 뚜두둑, 소리가 나며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퇴근까지 개운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딸랑. 유리문 위에 달린 종이 연신 울려댔다. 나른하게 풀린 표정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김기려가 매섭게 눈을 번뜩이며 몸을 획 돌렸다. 어떤 개자식이지?

 

“아, 김기려. 아직 퇴근 안 했네?”

 

한껏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기분 좋은 티를 팍팍 내는 거대한 남자는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며 선명한 녹안을 빛냈다.

 

‘강창호···’

 

어느 날 갑자기 김기려의 삶에 끼어들어 열심히 사는 대한민국 24살의 어린 남성을 철저하게 괴롭히며 재미를 얻고 있는 미친 사이코패스 쾌락주의자. 김기려의 극단적인 시선으로 말하자면 그랬다. 남이 보기에는 조금··· 괴롭히는 정도겠지만? -이것도 확실치는 않지만, 강창호가 김기려를 놀려먹고 있다는 것은 주변인이라면 전부 알고 있다.- 김기려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마감 1분 전에 들이닥치는 단체 손님보다 강창호가 그에 곱절은 더 싫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저 머리칼을 확 바리깡으로 밀어버리고 싶을 정도라면 이해가 될까. 가뜩이나 털이 있는 감각 자체가 불쾌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말이다.

 

“영업 종료입니다.”

“아직 2분 남았는데.”

“음료 시킬 거 아니면 나가세요.”

“누가 안 시킨다고 했었나?”

 

아니 근데 이새끼가 진짜?

그냥 시비 걸고 싶으면 시비만 걸고 나갈 것이지. 왜 마감 직전에 음료까지 시키려고 하는 거람? 이게 정녕 한국의 정이란 말인가? 기려야, 너는 이런 세상에서 그렇게 살아갔던 거니.

 

이미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몸의 주인을 떠오르며 속으로 눈물을 훔쳤다. 첫 번째 생에서도, 두 번째 생에서도 각박한 세상··· 각박한 인생을 살고 있다니. 김기려가 조용히 분노를 끓고 있을 때, 강창호도 조용히 고개를 기울이며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설마설마 그 발언이 진심이었을 리는 없겠지만··· 없겠지만······ 없겠지···?

 

“아. 간단하게 아메리카노 한 잔이나 시키려고 하는데.”

 

김기려는 두 눈을 살벌하게 치켜뜨며 강창호를 올려다봤다. 그 꼴이 우스운지 코웃음 소리와 함께 팔짱을 낄 뿐이었지만.

 

“설마 이틀 내리 애인에게 연락 하나 없을 줄은 몰랐어.”

 

그 말을 듣자마자 김기려의 한쪽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리며 위로 올라갔다. 지금 그거 하나 때문에 마음에 안 들어서 골탕 먹이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말인가? 게다가 그건!

 

“되지도 않는 핑계 대지 마세요. 그냥 절 감시하고 싶을 뿐이었잖아요.”

“설마, 내가? 그런 의심을 하고 있으셨다니.”

 

개구라다. 강창호는 김 기려 감시하고 싶었던 것이 맞다. 무엇을 봤길래 이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능력을 쓰는 걸 본 것 같다.- 작년 1월 말을 기점으로 강창호는 김기려를 감시하고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괴롭힘이 시작된 것도 그즈음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애인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말도 안 되는 스토킹과 감시 생활을 실제로 행하고 있는 진정한 미친놈이다.

 

“너도 좋다며?”

“반협박이었잖습니까.”

“흐음.”

 

솔직히 말해서 협박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의 산만 한 덩치와 기사가 나도 바로 덮을 수 있는 무수한 재력, 킥복싱을 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리고 인상 좀 봐라. 웃으면 다냐?

 

“그렇다면야 뭐.”

 

뭐, 어쩌라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이미 머리 끝까지 열이 오른 김기려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노려보고 있었다. 강창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마법 영창이라도 하는 것처럼 기나긴 문장을 내뱉었다.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빅사이즈에 얼음 적게. 바닐라 시럽은 빼고 카라멜 시럽을 세 배로. 우유는··· 오트밀크와 소이밀크를 반반씩 섞고 일반샷 두 개에 디카페인샷 하나 추가. 휘핑크림 빼고, 우유 거품 추가하고, 카라멜 드리즐 세배로. 시나몬파우더와 초콜렛침 추가한 뒤 잘 저어서,”

 

강창호는 숨 한 번 내쉬지 않고 줄줄줄 말을 내뱉었다.

 

“내와.”

 

네?

 

“다, 단 거 잘 안 드시잖아요.”

 

너무 당황해서 말을 더듬어버렸다. 이제야 침을 꼴깍 삼키며 뒤로 물러서자 강창호는 다시 한번 코웃음을 내뱉었다.

 

“이제부터 마시기로 했는데?”

 

평소 표정 변화가 없기로 자자한 김기려가 어벙한 표정으로 입을 뻐끔거리며 목이 빠지도록 강창호를 올려다봤다.

 

31살 처먹었으면서 24살에게 너무 쪼잔하게 구는 거 아니야?! 미친 인간 놈! 미친 유인원!

 

김기려는 쓰고 있던 모자의 챙 부분을 잡고 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 하필이면 이때 카페 유니폼이니 꼭 쓰고 다니라던 사장님의 안부가 떠올랐다. 그때는 참 귀찮게 한다며 속으로 꿍얼거리기만 했었는데, 작금의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늘치 영업 끝났습니다···”

 

미미한 반항으로나마 김기려가 중얼거렸다. 차마 눈을 보고 말할 용기는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강창호의 들뜬 웃음이 섞인 한숨이 귓가에 들려왔다. 김기려는 아직도 용암처럼 들끓고 있는 분노가 가라앉을 김새가 보이지 않았다.

 

“김기려 씨.”

“예······”

 

하지만 아직은 그런 감정에 잡아먹혀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적당히 비굴하게 굴면 저 자식도 넘어가 주겠지? 머릿속으로 아주 대담한 계획을 세우며 낄낄 거렸다.

 

“다음부터 내가 말하면 재깍재깍 나와줬음 좋겠는데.”

“연락을 잘 보는 게 아니라요?”

“설마 그런 걸로 넘어갈 거라 생각하셨나?”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퍼뜩 들어보니 턱을 쓸며 흥미로운 눈으로 내려다보던 눈과 딱 마주쳐버렸다.

“이번에는 알아들었나?”

 

김기려는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 설령 이를 거부하고 저 극악무도한 주문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후 자신을 괴롭히는 강도가 배로 강해질 것이라는 것을 곤두선 감각으로 알아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저항 없이 끄덕여버렸다.

 

‘다음부터는 영업종료 팻말을 5분 전에 걸어둬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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