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要不可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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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0

약속 by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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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쿠하라 카즈이


(그저 걱정스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길 한참. 겨우 몸을 일으킨 당신의 말 들으며 조금 밝아질 듯한 얼굴로 답해본다.) 여전히 그것에 대한 길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여 누군가가 죽는다면,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 그래. 그 말대로입니다. 나는, 당신의 말마따나, 나의 죄에서 도망치기 위해 죽음을 바라왔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제는, ·····················이제 와서, 감히 말해봅니다. (눈꼬리는 내리고 미간을 찌푸려, 울고 싶어 하는 듯한 얼굴로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가, 괴롭다는 표정으로 억지로 제 입 벌려서 말 잇는다.) 저는, ·············. 살고, ·········싶어졌습니다. 나, 나는–, 내가, ·········이런 내가, 감히, 주제 넘게도··········!!!!!!! 살고 싶어졌다고, 삶을 바라게 되었다고 해서, 나의 죄가 더해지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내가 그들에게 기만하는 것이 아닐 리가 없어요. 나의 죄가 무엇인지는 저지른 내가 가장 잘 알아요. 그런 끔찍한 작자인 주제에 감히 생을 갈망하다니, 이 무슨 코미디 같은 이야기란 말입니까?!? ······내가, 이 목에 건 것에 나의 희망을 더하는 것은, 나에 의해 죽은 그들에겐 ‘감히’이고, ‘기만’이자 ‘역겨운 욕망’임을, 나도 알고 있다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 따스하고도 따가운 생을 손에 쥐고,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서라도, 그래서 내가 한심한 것이 숨겨지지 않는다 하여도. (강추위 속에 내던져진 변절자처럼, 온 몸을 덜덜 떨어대며 말한다. 자신의 몸처럼 한껏 떨리는 목소리로, 확신이 꺼져 볼품 없는 모습으로, 그 사람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선언한다.) –나의 사랑에게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울 남편이 되고자, 아이들에게도 덜 부끄러울 아버지가 되기 위하여. 그렇게 살아서 이 죄를 갚기로 결심했습니다. 살아서, ·····살아가서, 그리하여 언젠가 내 죄가 모두 씻기는 날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러 가겠노라고. (겨우 뱉어낸 말이 꼭 가시투성이 성게 같아서, 잔뜩 찔리고 긁혀 피투성이가 된 검은 입 벌려 진심 토해내고 휘청인다. 허공을 헤엄치던 손이 벽을 짚어 중심을 회복하는 새에 입으로 물어 오른손의 장갑 벗겨낸다. 이윽고, 당신의 처치 이후로 혼자서 붕대를 갈아치우느라 여전히 마무리가 엉성한 붕대가 보인다.) 그러니까, 저는 모두를 살릴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 (오른손 들어 당신의 눈높이로 올린다.) 상처를 더 얻게 되어도, 더 크게 다치지 않도록 주의야 하겠지만요. 그리하여도 분명 상처는 늘어나겠지만, 그것이 두려워 살릴 수 있을 사람을 피하지는 않겠다고, 저는 선을 위하여 움직이겠다며 맹세했습니다. 나의 멈춰버린 심장에 대고, 그 안에서 차게 식은 채 잠든 나의 연정에 대고 그리하였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당신의 힘을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다른 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더는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몇 번 해봤다고 그새 서툴지 않아진 손길로 오른손에 장갑 도로 씌운 뒤, 허리 꾸욱 굽혀가며 당신에게 부탁한다. 그것은 얼마 전, 개인실에서의 오랜 사색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이왕 각오를 다지는 김에 당신에게 부탁함으로써 확실히 말해두자고 생각한 것이었다. 자신이 감히 살아가겠다고. 감히, 그리하겠노라 친우인 당신에게 알리는 것이다.) 저는 살아갈 것입니다. 나의 죄 때문에라도, 더는 죽음을 바라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빛을 향하겠다고요. 오래전 그이에게 들었던 말을 이제야 뱉자니 부끄럽다는 기분뿐이지만, 결국엔 그것마저 직시하기로 했습니다. 나의 죄도, 부끄러움도, 전부 똑바로 바라보고 안아주자고. 그리하여, 빛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이제 더는 죽고 싶다고 말할 일이 없을 겁니다. 오늘의 일 탓에라도 죽음 대신 삶을 입에 담을 것이니까. (결국, 몸을 일으켜 세운 뒤, 힘겨운 고해성사의 마지막에 서글픈 미소를 얼굴 가득히 덧칠한다. 그것의 칠이 벗겨지기 전까지만이라도 삶을 노래해, 그 오만을 갚아나가는 것이 자신의 새로운 사명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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