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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6
(기색이 바뀐다. 미세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달라진 당신을 바라본다. ‘치사하고 치사한 사람아, 내 부탁은 이렇게 무시하고도 어찌 그리 매정하게 가십니까?’ 제가 느낀 슬픔과는 별개로, ······어쩌면, 그 탓에 뇌가 더 차게 식는다. 탁자 앞으로 걸어가 피가 말라붙은 메스 손에 쥔다. 이전에 붙였던 반창고는 떼어내고, 다시 그 자리에 날 갖다 댄다. 상처 하나 없던 깨끗한 피부에 새겨진 작은 흠에 칼날이 다시 들어맞는다.) ─이래도, 돌아오지 않으실 겁니까? ···. 내 생각이 틀렸네요. 이렇게 한다 해도 당신은 돌아오지 않겠지. (너무 차게 식은 탓인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 의식적으로 풀어내곤 당신이되 당신이 아닌, 이젠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를 바라본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면,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치사하기는. 치사하고 말고를 따지면, 무쿠하라 씨가 더합니다. 이렇게 정들게 만들어 놓고도 훅 사라져 버리기만 하면 그만이고. 멋대로 내게 정을 붙여놓고, 그렇게 멀어져 기어이 사라지고 나면, ······후련하십니까? 그간의 우정도, 약속도, 전부 이리 뒤로하고 사라져 버리면, 그제야 후련하십니까? 맘이 좀 편안해지셨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조금, ······당신에게 기대고 싶었을 뿐인데. 그렇군요. 그것조차 내 죄였나 봅니다. 그래요. 당신은 이미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니, 고작 내 힘듦으로 당신에게 일을 더할 수는 없겠죠. 그러니, 당신이 괜찮아진다면 그때 다시 말을 걸어주시죠. (‘언젠가, 영원히 그 순간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럼에도 나의 신의는 진심이었음을. 설령 당신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내내 상처에서 흐르던 피가 시야를 꺾고 휘어 각지게 만든다. 많은 것들이 어지럽게 뒤섞인 그 광경의 사이에서, 현기증이 불러온 아지랑이가 제 모습을 거짓으로 그려낸다. ‘출혈에 비해 과할 정도인 환각은, 아마도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던가?’) ─하, 하하하······. 당신은, 결국 참으로 치사한 사람이시군요. 그 약해빠진 방어막 뒤에 숨는 것이 질리게 되면, 그때는 돌아올 수도 있겠군요. 너무 늦지는 마세요. 당신 말마따나 아마네만큼은 지켜야 하니까. 그 아이는, 더는 괴로운 채 살게 둘 수 없어요. 그러니까 언젠가에, 나는 제쳐두고서라도 너무 늦기 전에 그 아이를 구하러 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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