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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5
➸ 무쿠하라 카즈이
(스스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을 유지하는 방법이고, 그로 인한 악순환은 어쩔 수 없다고 제게 말하는 당신을 본다. 멀게만 느껴지는 과거, 자신이 ‘의사’로서 보호자들에게 내보이던 표정을 가면처럼 두르고, 흔들림 없이 그들이 납득할 수 있을 감정을 꾸며내 제 얼굴에 덧칠한다. 그 색을 따라 목소리를 꾸며내는 것. 자신이 그들에게 해왔던, 기만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 기만일 뿐인 그것을, ···. 그걸, 자신은 끝내 당신에게 재현해 내고 마는 것이다. 조금, ···아니, 꽤나 미약하게, 그럼에도 여전히 유지 되는 중인 표정은 그대로 둔 채 당신의 시선 피한다. 그럼에도 거짓말에 능숙한 저 자신은, 그 과정마저 단순히 초점을 옮겼다는 듯해 당신에겐 헷갈림을 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만약에, ···저보다도 더 거짓말에 능숙한 당신이라면 들킬지도 모르겠으나,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무쿠, ···하라 씨. 어쩌면 그것들도 우리의 업보일지 모릅니다. 그것이 살아서 이 세상에 남겨진 우리가 견뎌야 할 죄의 대가가 아닐까요. (상투적인 건강에 대한 염려와 잔소리는 잠시 접어두고, 손을 올려 제 목덜미 만져본다. 몸을 감싼 구속복과 벨트들은, 마치 잡아두는 것으로 되었다는 듯이 심한 구속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걸로, 이렇게 죄 많은 이를 잡아두는 것이 가당키나 하던가? ······여전히, 이것은 내가 판단해도 될 것이 아니다. 법에, 선함에, 그리고 결국엔 에스 군, 그에게. 나는 그렇게 나의 죽음을 미루고, 유예 당하며 여즉 살아있다. 그렇게, 나의 ‘앞으로’를 살아간다.) ····························아아, ·······. (그래야 하는데, 나의 죄는, 이 업은, 어떻게 갚아야만 좋을까.) ·····································저는, ··················어떻게, 해야······. 제가, 내가 뭘 해야 살릴 수 있죠? 내 노력이 그들의 마음이 무너지는 걸로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면, 그렇다면 저는 뭘 해야 합니까? 강제로 살려 숨을 붙여둔다 해도, 말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호흡기를 떼고, 먹였던 약을 뱉어버리면, 그러면 의미가 없습니다. 저리도 죽고 싶어 안달인 이들은··· 어찌해야만 살릴 수 있는지···············. 사실은, 알고 있다. 그리도 스스로가 죽고 싶어 안달이라면, 약을 먹여 재우고, 링거를 연결해서 영양을 유지하면 된다. 과거, 제 가족을 살리기 위해 했던 짓들을 반복, ···재현하면, 그러면 저들은 살릴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분명 목숨은 붙여둘 수 있어. 하지만···,
만약, 내가 저들을 억지로 살린다고 해도, 감옥이 물자를 지원해 준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그들이 바란 일일까요? 그렇게 억지로 살려두는 게 정말 그들을 위한 일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단정하던 얼굴은 고민에 눌려 한껏 일그러지고, 차분하기만 하던 목소리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쉬어버린 채 점점이 이어진다.) 자신을 위해 남에게 ‘당신의 가족을 죽이게 해 줘’라고, 그런 이기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인 게 제 죄인데도, 또 그걸 반복하게 된다면, ··············· 그건, 제가 용서 받은 이유를 착실히 수행하는 겁니까? 아니면, 그저 제 만용인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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