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2024.12.13
➸
······. (‘「생겨났다.」 그것은, 그 말은 불현듯 당신을 지나 더 옆에 자리한 번호를 가진 이가 떠오르게 했다. 그래, 마치 카야노 군이 생각나는 말이었다. 그의 언행으로 미루어 보아, 「인격」이 나뉘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당신에게서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면, 이건 제 착각이던가? ···모르겠다. 정신과 의사도 아니니 자세한 것은 당신을 제외하곤 아무도 모르겠지.’ 여기저기 얻어맞아 푸르게 물든 얼굴로도 담담하게 생각하다가 잠시 끊고, 대신에 말 잇는다.) 그것은, 확실히 제가 늘 강조하던 것입니다. ···네에. 차라리 그리하여 당신이 편안해진다면야. 다만, 무쿠하라 씨가 돌아오고 싶어질 때는 언제 돌아오셔도 환영입니다. (잠시 몸을 수그려 다리에 맨 구급용 가방을 정리하고는 다시 일어나 문손잡이에 손 얹는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게 언제든지요. 혹여 돌아오는 것이 민폐일까 봐 걱정하지 마세요. 제겐 기쁜 일이니. (고개 돌리다가 멈칫, 동작 멈춘다. 이내 눈가와 입을 동시에 찡그려가며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입 연다.) ─그동안 욕심만 부려서 미안했어요. 너무 내 멋대로 밀어붙인 것 같아 미안함만 남았네요. 대화할 때마다, 당신을 그렇게 몰아붙인 것도 늘 나였으니까.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나는··· 그저, ·········아아. 됐어요. 타인을 불편하게 만든 사람이 이리 변명이 많아서야, ···그저 추해질 뿐인데도.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고개 돌려 당신 외면한다. 외면인지, 제 표정을 감추는 것인지는 자신도 모르는 채로.) ······사실은, 무쿠하라 씨의 파트너가 된 김에, 좀 더 무쿠하라 씨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지칠 정도로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의 곁에서 봐왔으니까요. 그래도, 역시··· 「이런 성격」이어서는 상대에게조차 좋은 친우도 이해자도 되지 못한다는 걸까요. ···. 씁쓸하군요. 그러려던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간 민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말이 끝맺어질 즈음, 덤덤하되 묘하게 우울한, ···. 그래. 마치 1심의 느낌이 나는 얼굴로 뒤돌아서는 허리 꾸벅 숙인다. 잠시간 침묵하며 그대로 있다가 몸을 일으켜 옷매무새를 간단하게 정리한 뒤 개인실 문을 열고 나간다.)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