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要不可欠

3. 지킬 수밖에 없는 맹세.

2024.05.31

약속 by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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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쿠하라 카즈이


그저 제 속마음을 말한 것뿐인데, 무얼 그리 놀라시나요. 게다가 이건 지극히 당연하고도 불만 없는, 제 죄에 대한 업보인데도, 어째서 무쿠하라 씨가 그렇게 죄책감을 가지시는 겁니까? (고개 한쪽으로 살짝 기울이고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한다. 그러는 채로 당신 바라보다 고개 원위치한다. 방금의 일에 대한 진심은 아마 30% 정도가 아닐까.) ···에, 이상한 것이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 채점인가요? 저 자신도 딱히 누군가에게 점수를 매길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마는···. 좋습니다. 일단은 100점 만점으로 할까요. 100점부터 역으로 깎아서, 하나씩 점수를 빼고 더하는 이유를 꼽아보자면··· 우선, 무쿠하라 씨의 사명감이랄지, 그런 책임감은 가산점입니다. 다만, 그 과정 중에서 본인을 몰아붙이는 것이 감점. 당신이 없을 때를 노려 일어난 사건마저 자책하는 것도 감점이고, 불안정한 스스로를 제대로 봐 주지 않는 것도 감점입니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도 최대한 모두를 지키려는 것과 희생정신은 가산점입니다. ······흐음. 채점이 끝났습니다. 총점은···, 64점 정도일까요. (잠시 무언갈 생각하다 겸연쩍게 웃으며 한 박자 늦게 말한다.) 아, 저는 51점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걸 따져봤자, 결국 점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본인의 죄이니까요. 게다가 이전에도 말했듯이, 제가 아는 ‘당신’은 그저 단편적인 정보에 불과합니다. 설령 소꿉친구나 사촌 같은, 더 많은 것을 알 관계였다고 해도 그 사람이 느낄 감정은 스스로만이 알 테니까요. ············잠시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군요. 슬슬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쿠하라 씨가 낙제점인 50점은 넘겨서 다행입니다. 참 잘했어요. (천천히 들어 올린 왼손으로 당신 머리 살살 쓰다듬는다. 아이를 대하듯 한껏 다정한 어조로 건넨 칭찬을 별것이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그 찰나를 지난 후, 당신을 걱정시키지 않을 셈으로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줄줄이 이어지던 말을 잠시 멈추고,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당신 응시하다가 무언가 말할 듯 열리던 입 도로 닫는다. 자신이 들은 당신의 말 천천히 곱씹으며 고민하다가 오른손 입가에서 내린다. 오른쪽 장갑 잡아당겨 벗기고, 붕대 안에 있을 상처 바라본다.) 이건, 분명하게 제 오만에 대한 벌입니다. 역시 나는 아마네를 아이 취급하며 내 의견을 강요하고 있었을 뿐. 한두 번도 아니고, 1심에서부터 계속된 일이니 그 아이가 나를 싫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이나 나랑은 다릅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나 유대, 그런 게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나는, 아마네에겐 악이자 걸림돌일 뿐이죠. (입술로 장갑의 손가락 끝 살포시 물었다가 놓으며 서툰 손놀림으로 오른손에 씌운다. 어쩌다 보니 1심의 장갑을 다시 쓰는 것뿐인데도 그새 흰 장갑에 익숙해진 자신이 낯설어 입술을 비집고 터져 나오려는 헛웃음 혀로 눌러 부스러뜨린다.) 저는, ············나는, 죽기 위해서 살아있습니다. 언젠가 나의 죗값을 다 치르는 날에, 그날에 죽기 위하여. 그래서 살아있는 겁니다. 그렇게 살아가려는, ···거라고요. 만약 당신이 제게 그러지 말라며 만류하셔도,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유감입니다, 제가 이런 인간이라. 아마도 이것은 아집과의 공통점이겠지요. ‘자신의 죽음을 바란다는 것’ 말입니다. 저는 에스 군의 말마따나, 분명하게 글러 먹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속죄를 위해 살고, 죽음을 갈망하며 연명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은 이 망령을 조금만 봐주시지요. 적어도 3심, 그리고 이 재판의 끝까지는 모두를 살리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겠습니다. (맹세합니다. 라는 말이 진심이라는 양, 차분한 기색으로 제 가슴팍에 왼손 올리고, 그늘 하나 없는 표정을 꾸며낸다. 기실, 맹세는 심장이 아닌 제 결혼반지에 한 것을. 바지 주머니에 늘 챙겨 다니는 결혼반지에 주머니 너머로 닿은 오른손이 진심이라며 항변한다. 이미 죽어 이 세상에는 없는 친애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그리고 아직 살아서 이 감옥에서 재판을 받는 당신들에게, 억겁이 지나도 결코 떳떳할 수 없는 이가 으스러진 진심을 그러모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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