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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뗄 수가 없으면

커뮤 by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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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일어나고 작디 작은 마을의 집 절반 정도가 무너진 것 같았다. 여기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야마모토 카나데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의 가족들은 그 절반에 포함되지 않았을 거라고, 그들마저 잃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 후에 두 번째 지진이 일어났다. 유일하게 그들을 통솔할 수 있었던 선생님이 잔해에 깔려 처참하게 돌아가셨다. 그리고 믿고 있었던 마을 절반이 무너져 내렸다. 이에 그는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구도 저를 말릴 수 없고, 누구도 저를 저지할 수 없는 세상이라고. 저를 지켜줄 어른은 없다, 또한 제가 지킬 수 있는 어른은 없다. 이 생각은 그를 절벽으로 몰고 갔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 가족들은 다 죽었다고. 제가 하다못해 며칠 전에 그들을 어디 멀리, 일본 너머로 여행이라도 보내두었다면 이 모든 일을 저 혼자서만 겪어도 되었으리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 죄스러웠다. 그것은 제 잘못이 아니라 말해주는 주변의 염려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처음에도 그랬다. 내가 산에서 길을 잃었기에 그 아이가 죽은 것이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의 잘못이 아닌 것까지 제 잘못이라 판단하는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어릴 적 한 사건에 의해 비롯된 것이며 아마 이번에도 제 잘못이 아님을 인지하지 못하고 패닉이 온 것이 틀림없었다.


나 그대, 이제 이별 고하려는데. 내 입술이 얼음처럼 붙어 버리면

누구에게도 마지막 말을 전하지는 못했다. 용기 없는 사람인 탓이오, 처음부터 작별 인사에는 능하지 않은 사람인 탓이리라. (손목시계 하나만을 자리에 두고….)

나 그대, 차마 떠나려는데 내 발길이 붙어서 뗄 수가 없으면

학교를 떠나려는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를 않았다. 1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학생들과 동고동락하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욱 돈독해지지 않았던가, 분명 제가 떠나는 것으로 영항을 받는 사람이 없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는 이 삶을 마무리지어야겠단 생각이 확고했다.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다운 외로운 최후였다.

학교를 나섰다. 그 이후는 어렵지 않았다. 무너진 건물에는 철골이 튀어나와 았었다. 잔해를 밟고 올라서 제가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묶었다. 목을 내다 걸면 모든 것이 끝난다.

결심은 어렵지 않았다. 딛고 선 잔해를 발로 찼다. 의식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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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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