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멜프리] 재회(再會)

장송의 프리렌 2차 창작

◈ 설정에 대한 자체적 요소 有

◈ 공식에서 뭔가 나오기 전에 날조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연성.


힘멜은 프리렌을 사랑하는가? 프리렌은 이미 알고 있었다. 힘멜이 프리렌 자신을 오래도록 사랑해왔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프리렌은 힘멜을 사랑하는가? 역시 프리렌은 이제 대답할 수 있었다. 그 예전부터 그러했노라고. 그것이 힘멜의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을지라도.

깨닫게 된 계기는 무척이나 사소했다. 새로운 동료와 새로운 모험의 끝에서, 오레올에 도착하였지만, 그곳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추측하건대 마왕성이 들어서며 오염된 후, 힘멜과 함께했던 모험에서 마왕을 퇴치함으로써 함께 사라진 것이 아닐까.

힘멜과 다시 한번 대화하기 위해 찾은 장소가 아무것도 없는 공터임을 깨달았을 때, 프리렌은 동시에 깨달았다. 그것이 힘멜과의 마지막이었구나. 돌이킬 수 없는 끝이었구나. 그 사실이 무척이나 슬프고, 아픈 이유는. 그 이유는.

엘프라는 종족이 본디 그러했다. 엘프의 시간은 타 종족과 다르게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세상의 변화에도, 자신의 변화에도 무감한 자들뿐이었다. 프리렌 본인이 아주 오래된 자신의 변화에 눈치채기까지 걸린 시간만 보아도 그랬다.

100년에 달하는 시간. 엘프인 자신에게는 한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무척이나 짧지만, 인간이라는 종족은 한 개체의 일생을 보내는 시간. 그보다 조금 더 일수도 있고.

흩어지는 바람에 프리렌의 머릿결이 나부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늘어선 평야. 프리렌은 중얼거렸다. 힘멜을 떠나보낸 날과 같았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인간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에, 내 감정이라는 것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였다면.

이미 그 어디에도 없는 너에게. 어떻게 너에게 이 마음을 돌려줄 수 있을까. 어떻게 이 모든 말을 전할 수 있을까.

페른이 프리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프리렌 님, 이제 돌아가요.”

“응.”

그런 방법, 어디에도 없겠지. 그런 대단한 마법이 있다면 오레올처럼 스승님의 기록에 남아있거나, 누군가 꼭꼭 숨겨서, 아니면 없애버려서 누구도 찾지 못하거나, 세상을 시끄럽게 해서 엘프인 나는 아니더라도 페른이나 슈타르크, 자인이 알았을 거야.

사박사박, 메마른 모래 위를 걷는 소리만 들렸다. 모험을 마친 소년과 소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 단잠을 자야 할 시간이었다. 돌아가는 시간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무척이나 짧다. 그 절반이 채 안 될 수도 있었다.

사실은, 어쩌면. 모두 핑계일지도 몰랐다. 어떤 얼굴을 하고 너를 마주해야 할까, 여전히 그런 부분은 어려웠다.

다시 한번 모험을 떠나 일행에게서 인간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힘멜이 주던 그 무조건적인 감정조차도 이제는 알 수 있는데. 돌려줄 수 없는 이 감정을 그저 바닥에 흘려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것들이라. 이 모든 걸 잘 정리해서 수습하는 방법 같은 건, 프리렌은 알지 못했다.

바람이 불고, 마른 땅 위로 먼지가 일었다. 알고자 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무언가 달랐으려나. 이런 결말은 아니었으려나.

아니야, 힘멜의 마음조차 알지 못한 채로 그렇게 살아갔다면 바뀌지 않았겠지. 그저 그런 엘프에 지나지 않았을 거야.

어느새 오레올에 가기 위해 지나쳐 왔던 풀밭이었다. 그냥 풀만 무성하니 심심해 꽃을 피우며 왔더랬지. 프리렌은 제가 부러 낸 길목에 쭈그려 앉아 제가 피웠던 꽃을 살짝 건드렸다.

그새 페른과 슈타르크가 프리렌의 양옆을 차지하고 있었다. 프리렌은 제가 피운 창월초를 두 손 가득 따다 화관을 만들었다. 동상에 말을 거는 건 싫어했지만….

힘멜. 너는 나를 위해 어디에든 있도록, 어디에서든 자신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구태여 동상을 세계 곳곳에 두기로 했었지. 그러니까, 네가 여전히 이 세계의 어디에도 존재하는 거라면.

네가 가득 채워준 이 사랑을. 너를 향하지만 네게는 닿지 않는 이 마음을. 이 작고 여린 것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그렇다면 그 사랑이 돌고 돌아서 결국 네게로 가는 걸까?

그렇다면 힘멜, 나는.

프리렌은 이미 무성한 꽃밭에 한 아름, 꽃 피우는 마법을 다시 한번 펼쳤다. 그와 함께 바람이 불어 세상 가득 꽃잎이 흩날렸다.

“앗, 입에 꽃잎 들어갔어.”

“뱉어.”

에퉤퉤, 슈타르크가 입에 들어간 꽃잎을 뱉어내는 걸 바라본 프리렌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나아가야지, 끝이 어디든. 모험의 끝이 그저 마지막이 아님을 프리렌은 잘 알고 있었다. 모험의 끝은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 있으니.

종종 걷기 시작한 프리렌을 페른과 슈타르크가 뒤따랐다.

그렇다면 힘멜, 나는 이 사랑을 세상에 흩뿌리고 다닐게. 이 세상 모든 곳의 너에게 닿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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