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멜프리] 그렇게 바람에 흩어지도록

장송의 프리렌 2차 창작 (23.12.18 수정/24.01.24 제목 변경)

힘멜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엘프 소녀를 잊을 수 없었다. 엘프니 저의 배는 살았겠지만. 힘멜이 기억하기로 외관이 그다지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았으니, 어렸던 힘멜은 단순하게 엘프인 소녀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아름다웠던 마법. 변덕인지, 아니면 의외로 다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 엘프가 보여줬던 아름다운 마법과 옅은 미소가 힘멜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눈에 시선을 빼앗긴 마법 탓이었을까, 그 후에 엘프 소녀가 보여준 웃음 탓이었을까. 용사를 자청하며 떠난 모험에서 그 엘프를 파티의 일원으로 들였다.

힘멜이 다른 엘프를 만난 적은 없으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프리렌은 정말 엘프다운 엘프였다. 시간 감각은 느슨하지, 분명 저희보다 오래 살았을 게 분명한데 약간은 제멋대로인 성미가 동생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겉보기에는 조금 어린애일 뿐인데 막상 속에 든 건 인간에게, 아니. 다른 종족 사이에서도 이질적인 존재인 엘프였다.

힘멜은 그런 프리렌이 좋았다. 가끔은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리숙한 면이 귀여웠다. 마도서를 읽을 때 살짝 가라앉은 옆모습이 아름다웠다. 기분이 좋을 때면 살짝 미소 지으며 여느 10대처럼 총총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미믹이라는 것이 판명 났을 텐데도 굳이 열어보는 그 호기심이, 때로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는 표정이, 하나같이 사랑스러워 마지않았다.

물론 오후 늦도록 일어나지 않는 건 힘멜도 가끔 불만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에 제일 불만이 많은 건 언제나 하이터이기는 했으니까. 그런 프리렌을 변호하고, 하이터를 달래는 건 언제나 힘멜의 몫이었다.

언젠가부터 엘프 소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처럼, 언젠가부터 힘멜의 시선은 언제나 프리렌을 향해있었다.

힘멜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서 하이터와 아이젠은 물론, 지나가며 알게 된 마을 사람들도 힘멜이 프리렌에게 품은 마음에 대해 눈치채고는 했다.

정작 프리렌은 모르고 있지만, 힘멜은 오히려 그렇기에 다행이라 여겼다. 저보다 아득히 오래 살아온,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도록 살아갈 존재에게 한순간의 연정을 떠넘겨 부담 지우고 싶지는 않았으니.

그렇지만 힘멜도 가끔은 기대를 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프리렌이야 모르고 고른 것이겠지. 경련화 장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할 여자였다. 프리렌이라는 엘프는.

그렇다 하더라도 힘멜은 그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입 밖으로 내지 못할 감정을 조금만 담아서. 변명하자면 네가 직접 고른 것이니, 이 정도 억지는 참아달라고 생각하면서. 네 손을 마주 잡고 왼손 약지에 조심스레 끼웠다.

이 반지에 아주 조금 담긴 내 마음이 언제까지 네 곁에 머무를지 모르지만. 나를. 우리를. 우리의 추억을 네가 미래로 가져가듯이. 내 작은 욕심도 함께 미래로 가져가 주면 좋겠어, 프리렌.

내 마음은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 아득히 먼 미래까지 닿지 않더라도 좋아. 그렇지만 아주 잠시만, 아주 조금만. 내가 욕심내는 걸 용서해줘.

힘멜은 아주 잠시 프리렌의 손을 양손으로 잡은 채 놓지 않았다. 찰나의 온기에 힘멜은 살짝 미소 지으며 일어났다.

자, 돌아가자. 아직 가야 할 길이 머니까. 힘멜은 자청한 가짜 용사고, 프리렌은 그 뻔뻔한 용사의 동료였다.

욕심은 한순간이고, 진실한 마음은 저물지 않는다. 프리렌이 짊어질 마음은, 기억은. 동료의 추억이란 이름으로 충분했다. 욕심은 모르는 새, 그 속에서 살짝 잊히는 게 어울렸다.

힘멜은 그걸로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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