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멜프리] 프리렌에게.

장송의 프리렌 2차 창작

우리 모험이 끝난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어. 그렇지?

네가 이 편지를 볼 수 있을까? 적으면서도 웃기네, 받는 사람이 읽어줄지 아닐지도 모르는 걸 이렇게 정성 들여 적고 있다니.

그래도 네가 이 편지를 볼 즈음이면 네가 찾아와 주었다거나, 내가 이미 죽은 후겠지. 네가 찾아와 주지 않으면 나는 이 편지를 네게 직접 건넬 방법도 없으니. 뭐, 와 준대도 이걸 내 손으로 줄 일은 없을 거 같지만.

그야 그렇잖아? 연락 하나 없는 옛 동료, 뭐가 예쁘지 좋다고 착하다고 이렇게 편지까지 쓰는 거. 있을 수야 있지만 부끄럽잖아.

언제나 이렇게 시작하는, 이런저런 핑계로 쌓인 편지도 서랍 한 칸이 거의 다 차가더라. 그렇게 큰 서랍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오늘은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별이 밝길래, 약속이 떠올라서 괜히 펜을 잡아봤어. 너무 감상적인가? 나이를 먹으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나이 먹었단 얘기 하니까 생각나네. 내 옆집 사는 빵집 여자애랑 뒤쪽 골목 꽃집 남자애가 결혼한다더라. 나보고 주례를 서달라는 거 있지. 프리렌은 모르는 사람들이겠지만, 나는 둘 다 어릴 적부터 봐 온 얼굴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롭네. 자주 자리를 비워도 항상 이웃처럼 대해 주시는 건 고맙더라. 그거랑 별개로 내가 벌써 주례를 서 줄 나이라니 싶기도 하지만.

하이터도 가끔 만나면 되게 늙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별반 다를 바 없다니. -그래도 이 미모는 죽지 않았지만 말이야.- 특히 하이터는 성직자라 주례도 많이 서잖아? 이번에 도움 좀 받아보려 하는데, 도와주겠지? 그럼, 그럼. 우리 우정이 몇 년인데.

새벽이라 그런가, 평소보다 더 쓸데없는 걸 많이 적게 되네. 이렇게 글을 길게 쓰는 취미가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내 일대기나 적어볼걸 그랬다. 동상도 그렇지만 책도 제법 오래 남는 것 중 하나잖아? 심지어 마왕을 물리친 용사님이 직접 쓴 본인의 일대기는 누구든 고이고이 보관해서 어떻게든 형태를 남기지 않을까?

적고 보니 그럴싸하잖아. 지금부터라도, 음. 그래도 그건 좀 늦었나? 다 적기 전에 작가의 사망으로 인한 미완결 작품으로 남아버릴 거 같기도 하고. 꽤 오래된 이야기라 조금 가물가물한 내용도 많단 말이지. 옆에서 도와줄 누군가라도 있다면 또 모르지만, 하이터랑 아이젠도 바쁠 테니까. 프리렌 네가 도와줄 리는 없을 거고.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잖아, 만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런 얘기를 하니까 괜히 너희가 보고 싶어져서 살짝 투정해 봤어.

죽기 전에 다시 보리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아. 인간이란 게 언제 어떻게 죽어버릴지도 모르고. 그래도 네가 맡긴 물건은 반드시 네게 돌려줄 생각이니 걱정은 말길 바라. 기대가 크지 않은 거랑은 별개로 그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노력할게.

만나는 걸 기대하지 않는 거랑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거랑은 다르잖아? 프리렌 너도 이 멋진 내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게 좋을 거고. 국보급 미모니까 말이야? 안구 건강을 위해서 일생에 한 번쯤은 더 봐두는 게 좋잖아?

음, 아무튼. 오늘 편지는 제법 길게 써버렸다. 벌써 두 장을 거의 다 썼네. 시간도 너무 늦었고. 슬슬 편지를 줄여야겠어.

그럼 부디 즐거운 여행 중이길 바라, 프리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힘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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