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여름에 있었다.' 완결 후기
안녕하세요, 오도독(@youoneKim)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후기를 읽고 있다는 건 제가 마감을 무사히 해냈다는 뜻이겠죠…
엔시티 포타 쓴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 아니 쓰기는 했는데 그거 1천 자 쓰고 제독 1만 자 쓰러 갓듬. 그동안 참 많은 구라를 쳤습니다. 제가 갑자기 디코에 출몰했을 때, 저는 이미 달궈진 채찍으로 스스로를 개패면서 달리던 중이었으니까요. 일주일 만에 외전 포함 10만 자 쓰기 레쓰고. 근데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 듯? 솔직히 저 거짓말에는 재주가 없어가지고……
하… 근데 넘후, 진짜. 진짜 멈무 힘들었어요 저. 아니 후기에 뭐 이런 얘길…… 들어보세요. 진짜 힘들었다고요.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었단 단순한 얘기가 아니고요, 진심. 아니 그것도 힘든 거긴 한데 제가 진짜 힘들었던 점은 「여름에 있었다.」의 가장 중심 소재가 ‘김독자 뇌종양’이었음을 여러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릴스와 유튜브로 뇌를 살살 녹여가지고 요즘 좀 생각의 단계라는 게 잘 없는 와중애 뇌종양 발생 원인부터 치료법이랑 수술 과정 의사 인터뷰 뇌종양 진행단계 이런 거 읽으면서 진짜 모라고하는지몰루겟어서 눈물이 막 났습니다. 국가 암정보센터랑 서울대학교암병원, 장종희 교수님 그리고 대한 뇌종양학회에 이 회지를 헌정… 하면 안되겠죠. 하여튼 우리나라 뇌 수술 전문의분들 진짜 개,처존경하고요. 현대의학 리스펙합니다. 근데 나는 의사가 아닌데 김독자가 세 번이나 수술해서 진짜 울고 싶었습니다. 근데 수술 꼭 시켜야 해서 걍 구글링 엄청 하면서 야매로 수술했어요. 글 쉽게 쓰고 싶어서 뇌종양 수술 환자들의 수기 보고 쓸까 하다가 솔직히 제가 인간된도리로서 그러면 안되는 건 알기땜에 꾸역꾸역 뇌피셜로 수술했어요. 혹시라도 걱정 마세요… 하여튼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내가 전문의가 아니라서 진짜 완전킹왕짱 미안해졌습니다………….
한풀이 끝났습니다. 시작부터 거하게 개소리만 해서 정말로 사과드립니다. 갑자기 저한테 찾아오셔서 기분 않,좋아졌다고 사과하라고 하면 직접 만나 뵙고 대가리 박고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자면 후기가 깁니다.
「여름에 있었다.」는 제가 제천독자를 입덕하고 처음으로 썼던 장편의 썰을 기반으로 합니다. 쓰면서 되게 좋은 반응을 많이 받아서 애정으로 끝까지 마무리했고, 완결 이후에는 후련한 마음에 아예 놓아줬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한 번 트윗 청소를 싹 돌릴 때 제가 썼던 썰을 전부 모아봤는데요, 이… 한글 10포인트 기본여백으로 68쪽 분량, 공백 미포함 6만 자의 거대한 썰을 다시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걸 반드시 보다 더 정제된 글로 써서 세상에 내보내겠다는 큰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 호주로 갔습니다. 제 피피티 발표에서 들으셨을 테지만 제독? 당연히 까먹고 살았고, 하이마이네임이즈도독아임파인땡큐만 하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 흘러서 2024년의 5월에 전독시 재독 후 사랑이 가득 차올라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저의 컴퓨터 ‘글’ 폴더에 고이 모셔져 있던 ‘전눋시’ 폴더를 열게 되는데요. 「여름에 있었다.」와는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됩니다. 심지어 그때는 이런 상타치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냥 ‘김독자 시한부’ 이게 파일 이름이었습니다. 파일을 열어서 쭉 읽는데, 수정하고 싶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는 동시에 쓰면서 정말 좋았던 기억이 막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게 제독 입덕한지 얼마 안 된 채로 쓴 거라서 캐해가 엄청 투박했는데, 재입뜨억하고 다시 읽어보니까 정말 좋았습니다. Retry. 무슨 뜻이죠? 다시 하다. 네,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제독 다시 입덕한 기념으로, 첫 장편 썰을 장편 글로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정말 촉박한 기간이었지만 썰이 이미 6만 자나 되니까, 솔직히 진짜 여유롭게 가능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될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무리 글처럼 썼어도 썰은 썰이구나, 멘션과 멘션 사이의 여백을 이용해서 냅다 날려버리는 부분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게다가 그때는 썰을 빨리 완결 내고 싶다는 마음에 날림으로 뇌종양 정보를 알아보면서 썼던지라 틀린 정보가 너무 많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전문적인 정보를 담아야 할 때 모자랄지언정 부정확하게 적는 걸 진짜로 싫어합니다. 몰입이 깨지잖아요. 그래서 담아야 하는 정보에 한해서는 집구석 전문가가 되는 편입니다. 이게 이제 위에서 징징댔던 이유입니다. 시간도 부족한데 정보도 정확해야 한다니, 인생 참 피곤하게 살지 않나요?
어쨌든 정확히 알게 된 정보를 전개에 너무 방해되지 않게 녹여내면서 글의 여백을 채우고, 수정할 부분을 수정하다 보니 시간이 촉박한 수준이 아니고 그냥 없었습니다. 아~ 있었는데? 아뇨 없어요. 없다고요 그냥. 스불재인 걸 알긴 했지만 정말로 해내고 싶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김독자와 손제천이 사랑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정말 뿌듯하고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신경 썼던 건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천이도 독자도 이수경도 유중혁도 한수영도 모두 사랑을 합니다. 저마다 붙여진 이름은 모두 달라도 꼭 사랑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보는 사람들이 제 글을 받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글은 진짜로 엉망입니다. 난해하다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좀 엉망입니다.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나면 너무 극적이기도 하고 굳이? 싶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사랑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 손끝에서만큼은 영원하길 바랐습니다. 근데 제가 갑자기 책 시작할 때 빨간 글씨로 주의! 이들은 모두 서로를 영원히 사랑하고 있음! 이렇게 써놓으면 너무 깨잖아요. 그래서 읽는 사람들이 직접 느낄 수 있을 만큼 얘네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써야 했습니다. 잘 느껴졌는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야겠죠. 하지만 저는 제가 아는 사랑을 모두 넣었습니다. 많은 감정을 넣다 보니 너무 넘치지 않게 조절해야 해서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주의해야 하는 소재를 사용하기도 했고, 저 역시 김독자를 사랑했기 때문에 묘사에도 꽤 공을 기울였습니다.
각 챕터의 소제목을 정하는 것도 생각보다 골머리를 썩였습니다. 사실 저는 제목을 되게 쉽게 정하는 편인데요, 단언컨대 이제껏 제목 정했던 시간 다 합해도 이번 글 소제목들 정하는 시간보단 엄청 짧을 거예요. 가장 고심했던 편만 좀 얘기를 해보자면, 우선 5편 간조. 이는 썰물이란 뜻인데요, 김독자가 처음으로 제 마음의 바닥을 드러냈던 회차라 그렇게 정했습니다. 실은 과거 회상이 많은 회차였기에 ‘지난 여름 우리’가 원제였습니다. 9편 소제목은 제목과 이름이 같지만 온점이 없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인 10편은 진짜 계속, 계에에속 고민하다가 ‘쉼’으로 정했었습니다. 근데 보면 볼수록 너무 납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비워뒀는데, 그거야말로 10편을 가장 잘 이야기 해줄 수 있다는 걸 퍼뜩 깨달았습니다. 김독자가 스스로를 세상에서 비우고 있었으니까요. 볼 수 있는 걸 비우고, 걸을 수 있는 걸 비웠습니다. 점점 깨끗이 비워서, 마침내 안온함을 누리는 김독자가 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김독자는 비워졌지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10편의 이름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적고 나니까 너무 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그때의 제 기분을 이렇게나마 전하고 싶었어요. 헤헤.
제목은 어떻게 정했냐면, 진짜 황당함. 그때가 밤새고 잠들고 밤새고 잠들고를 반복하던 때였는데요, 오후 여섯 시 반에 제가 뜬금없이 “제목을 바꿔야 해”하고 육성공지하면서 일어났어요. 옆에 있던 친구가 머, 머이고. 하면서 당황했는데 진실로 그 당시 꿈 말미에 누군가 ‘여름에 있었다.’를 타이핑해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어렴풋이 이게 제목이라고 생각했고, 꿈에서 깼어요. 글로 적으니까 더 황당하네…. 그전까지 제목은 ‘다시 여기 바닷가’였습니다. 바꾼 게 훨씬 잘 어울려서, 계시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전은 쓸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미 꽉 닫힌 이야기의 결말을 봤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 주인공 중 제천이의 이야기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천이는 당연히 살아갈 건데 굳이 써야 하나 싶었어요. 근데 독자가 빙의하기라도 했던 건지 문득 제천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써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당연히 살아가는데,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고. 많이 아팠지만 결국 상처 위에는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는다는 걸 여러분께 보여드리면서 「여름에 있었다.」의 문을 완전히 닫기로 했습니다.
플레이리스트도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었습니다. 회차별로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고민하며 몇 시간이고 들었던 기억은 저에게도 이 글을 더 사랑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중 두 사람의 음악으로 채워봤는데 잘 어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은 앞으로를 기약하기보단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항상 걸어가고, 뛰어가고, 나아가는 형상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에 본편은 사카모토 류이치, 외전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했습니다. 더해서 플레이리스트에는 없지만, 사카모토 류이치의 사계는 가사와 함께 꼭 한 번 들어 봐주길 바랍니다.
참 모자람 많은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번듯하게 뽑혀서 나오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글을 검수해준 똘마니와 표지 제작에 도움을 준 메리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이 아주 부끄럽지만, 또 읽고 나서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해요. 괜찮으시다면 아무 때나 찾아와서 감상평 남겨주세요.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있죠, 저는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해졌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이 글을 읽은 분들의 세상이라도요.
항상 사랑하시길,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2024년 5월 28일 화요일
「여름에 있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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