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감정을 이루는 원소들을 답하여라.

0707 차라리 너를 몰랐더라면

잭로하 가내수공업

해가 뜨고나면 제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일상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틈으로 사이사이마다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가 풍겨온다. 어쩌면 평생 마주칠 일 없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곳. 그 문을 열면 초여름 햇살로 실을 짜낸 듯한 머리카락의 제빵사가 있다.

“어서 오세요~”

늘 한결같은 웃음. 한결같은 냄새. 한결같은 목소리. 저마다 오차는 있겠지만 틀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내 따뜻한 온기는 식는다. 어차피 저 미소의 끝에는 제가 없다. 제가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저 한숨을 픽 쉬며 그저 화면 너머를 응시할 뿐이다. 저와는 정 반대인. 제가 달조차 뜨지 않는 밤이라면 당신은 한창 햇살이 따사로운 낮인 사람이다. 감히 제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렇게 자기암시를 하며 속여왔다. … 그래야 했을 터였다.

습기가 온 몸에 달라붙어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거세게 내리는 비에 그 무엇도 묻힐 것 같다. 사람이 없는 거리. 간간이 켜져있는 조명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커튼 너머. 내가 흘린 분노가 깜빡거리는 가로등에 반사되어 겨우 그 존재를 드러낸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내리는 빗방울에 의해 점점 투명해진다. 제 살갗 위로 피가 흐르는 감각이 서늘하다. 분명 온도는 따뜻할 터일텐데도. 그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가도 역겨움을 참을 수 없다. 누군가 저를 이 어둠에서 구해주었으면 좋겠다. 시끄러운 잡음만이 들리는 이 세계를 침범하여 부수고 짓밟아 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저와 몸을 함께하는 그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이니. 그러니 저는 영원히 이 고독에 취해….

“거기 누가 있나요?”

머릿 속을 이름조차 모르는 악기의 음색이 휘젓는다. 자신이 여기 있으니 어서 이리로 오라는 듯 등을 떠민다. 그 무엇도 없는 어둠 속에서 한 발자국 용기내어 다가간다. 차라리 도망쳐. 다른 이들처럼 두려워 해. 소리쳐 도움을 요청해.

“그렇지만… 제가 그렇게 하길 원치 않으시잖아요. 그리고 그건, 쓸쓸하니까. 날이 차요.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 해요. 네?”

따뜻한 손이 제 볼에 닿는다. 고작해야 30 후반 정도의 온도. 그러나 그 따뜻함은 마치 태양조차도 삼킬 것 같다. 어쩌면 삼켜지는 것은 나인지도 모른다. 그 온기에 천천히 눈물이 흐른다. 빗방울에 묻혀 네가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바람을 비웃듯 너는 제 손을 이끌어 밝은 곳으로 당겨온다. 차라리, 너를 몰랐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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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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