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루시] 사랑의 가시(可視)성
7,308.
“하하, 귀여워라. 괜찮아. 내가 가르쳐줄게.”
키스를 한번도 안 해봤다고 말하는 남자의 얼굴은 붉었다. 아스타리온은 잔을 흔들며 그에게 바짝 붙었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유독 좋아했다, 그 말을 할 때마다 역겨운 기분이 드는 자기와는 다르게. 키스 한번 해본 적 없는 남자는 순수했다. 아스타리온의 입술이 다가오자 그는 어찌 할 줄을 모르고 이리저리 시야를 옮기다가 눈을 꽉 감으며 그의 입술에 응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그의 혀를 능숙하게 풀어내며 아스타리온은 그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간신히 눈을 뜬 남자는 황홀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본다. 뺨 아래의 붉은기에는 사내의 순정이 담겨있었다. 수줍게 자신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그의 손은 어색했다. 키스를 하던 아스타리온의 숨결이 멎었다. 갑자기 멈춘 키스에 남자는 여운을 탐하다가도 이내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혹시 자기가 실수라도 했을까봐 안절부절못하는 남자에 아스타리온은 더 불쾌해졌다. 그러나 그는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넋을 놓은 거라고 대답했다. 남자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밝아졌다. 몸 위로 느껴지는 불쾌감을 어떻게든 무시하며 아스타리온은 그의 이름을 그의 귀에 속삭였다. 이런 불쾌감은 처음이었다. 발 많은 벌레가 자신의 창백한 피부 위를 기어다니고 있는 느낌, 하지만 곁눈질로 본 자신의 팔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세바스찬.” 아스타리온의 목소리는 마치 사탕이라도 머금은 듯 달콤했다. 세바스찬은 그의 부름에 응하며 바보가 지을 법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세상에 악마가 있다면 자신의 앞에 있는 은발의 사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가 어떤 제안을 하든 자신은 그 제안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갔으면 하는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아스타리온의 완벽한 미소가 무너져내린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너무 순간이라서, 그는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해버렸다.
…정말 바보같게도.
아스타리온은 몇 번이고 몸을 굴렸다. 사냥감을 잡아오지 않으면 다음 사냥감이 되는 건 자신이었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이용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몸을 타고 흐르는 불쾌감은 짙어졌지만 멈출 방법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불쾌감에 익숙해졌다. 불쾌감은 당연한 거고, 불쾌감을 참는 것도 당연한 거고… 그는 또 다른 바보에게 키스를 하며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아름다운 몸뿐이었다. 창백한 피부 위로 여러 명의 손가락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참는다. 그는 계속 참는다. 딱 한순간만 참으면 돼. 이정도는 괜찮아. 버틸 수 있어. 더 많은 남녀들이 그의 유혹에 빠져 추락한다. 아스타리온은 그들의 추락을 본 적이 없다. 그는 그저 마지막까지 웃으며 그들을 카자도르의 입으로 집어넣을 뿐이다. 카자도르의 손아귀로 걸어 들어가면서도 그들은 자신이 속은 걸 눈치채지 못했다. 굿 보이. 아스타리온은 침대에 누웠다. 허벅지 위의 키스마크를 손으로 박박 문지르며 그는 내일이라고 나아질 리가 없는 천장을 노려보았다. 굳이 내일까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나? 허벅지가 붉어졌다. 아니, 난 살아남을 거야.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할 거야.
“세바스찬?”
잊을 수 없는 얼굴이 그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아스타리온은 그들의 추락을 목도했다. 순정이라고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부서진 존재들이 증오가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날 기억하는 구나.’라고 세바스찬이 말했다. 키스가 처음이라고 했던 사내의 얼굴에는 더 이상 붉은 기가 없었다. 무시할 수 없는 그들의 증오에 아스타리온은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냥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너네들도 분명 나처럼 됐을걸? 그러니 내가 나쁜 게 아니야. 세바스찬의 얼굴에 꽂혀있었던 적안의 시선이 천천히 그의 애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러니 너만큼은 제발 나를 미워하지마.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추락한 자들을 훑어보고 있는 루시안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스타리온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이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20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다는 걸 알게 된 세바스찬이 주저앉았다. 외면해왔던 죄악이 그의 숨통을 조여온다. 말이 없어진 그 대신 루시안이 세바스찬에게 카자도르는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세바스찬은 그 괴물을 이길 수는 없을 거라고 체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서 아스타리온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닌데.”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스타리온은 루시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 괴물은 오늘 죽을 거라고 말했다. 불쌍한 존재들이 아스타리온과 루시안을 번갈아 바라본다. 세바스찬은 힘없이 손가락으로 통로를 가리켰다.
“카자도르를 죽이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자유지. 날 믿어. 욕망을 억누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그들의 등에는 아스타리온의 등에 새겨진 문신과 이어지는 문양이 새겨져있다.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들이 죽어야 한다는 걸 아스타리온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나는 날 믿으라는 말을 한 걸까? 그들과 대화를 마친 루시안이 그를 돌아보았다. 굳이 절망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 맞아, 그거야. 어차피 그들을 다 희생해야 한다는 아스타리온의 말에 루시안은 무표정으로 물었다. “진심이야?”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들이야! 살아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지금 난 누구에게 변명을 하고 있는가. 목소리를 높이는 아스타리온을 루시안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어차피 진작에 죽은 사람들인데 그들을 죽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게다가 그들을 이 세상에 풀어놓는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생길지는 보지 않아도 알잖아.” 지금 난 누구한테 변명을 하고 있는가. 아스타리온은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너는 해냈잖아.”
“이제 와서 동정심이라도 생긴 거야? 이들을 죽이는 게 지금까지 네가 죽인 것과 뭐가 다른데?”
“내가 그들을 신경쓰는 걸로 보여, 아스타리온? 저번에도 말했지만 내게 중요한 건 너뿐이야. 7000명의 스폰들을 죽이든 살리든 난 상관없어. 네가 문제지.”
‘나도 상관없어!’라고 반박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스타리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차라리 그가 변명조차 하지 않고 그냥 나를 위해 그들을 죽이겠다고 했다면 루시안은 그를 도왔을 것이다. 그는 7000명의 목숨에는 관심이 없었다. 독기로 똘똘 뭉쳤으면서도 잃지 않은 죄악감과 동정심, 그리고 두려움, 그는 그가 7000명을 죽이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를 가장 많이 움직이게 하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7000명을 죽이면 아스타리온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게 되든 그 두려움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널 지킬 거야.”
“네가 날 어떻게 지킨다고.”
“이번에 보면 알겠네. 카자도르는 오늘 내 손에 죽을 테니까.”
물론 마지막은 네 손으로 끝을 볼 거지만. 루시안의 두 손이 아스타리온의 한 손을 감싸안는다. 아스타리온은 주저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자신의 눈만큼은 똑바로 바라보는 그의 적안을 녹안에 품으며 루시안은 집사의 말을 떠올린다.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두려워하지만 주인님은 두려워하지 않지요.”
카자도르는 강했지만 아스타리온의 묘사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카자도르에게 자신과의 근접전을 허용했다. 루시안과 카자도르의 거리가 좁혀졌을 때 아스타리온은 그에게 단검을 던졌다. 그는 단검을 던지면서도 자신의 단검이 그에게 치명타가 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뒷목에 꽂힌 단검에 카자도르가 고통 섞인 신음 소리를 내뱉자 아스타리온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카자도르를 쳐다봤다. 일 초보다도 짧은 시간, 루시안은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잖아. 나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네가 뭐하러 이런 쓰레기 자식을 두려워 해? 그의 손에서 번개가 파직거린다. 신음 소리를 채 삼키지도 못한 그는 전신에 전격을 맞았다. 그의 몸이 강한 충격에 파르르 떨렸다.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그는 자신의 형태를 감추어 관 속으로 도망갔다. 아스타리온은 카자도르가 들어간 관을 바라보았고 루시안은 관을 바라보고 있는 아스타리온을 바라보았다. 분노로 얼룩진 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루시안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갔다.
네 두려움에 삼켜지지마, 아스타리온.
카자도르와 아스타리온은 다르다. 마음이 두려움으로 흔들리긴 했지만 결국 그는 폭력의 연쇄를 끊었고 7000명의 뱀파이어 스폰들은 풀려났다. 200년이 넘는 세월의 감정을 혼자서 쏟아낸 아스타리온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렸다. 루시안은 그제야 그를 도와주었다. 루시안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그는 당장 이곳을 떠나자고 말했다. “다시 한번 살아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그럴 거야.” 그가 잘했다고 말하자 그는 쓴미소를 지으며 너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복수를 마친 나이트송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었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될 것만도 같았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쉬고 싶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스타리온의 고개가 더 기울어졌다. 다시 햇빛을 느끼며 그의 옆에서 잠들고 싶다고 그는 생각했다. 야영지로 돌아왔을 때 소식을 들은 동료들이 모두 잘했다고, 네가 자랑스럽다고 칭찬해줬지만 아스타리온은 그들의 말에 기뻐해야 할지 화를 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아스타리온의 어색한 미소에 레이젤이 못 볼 걸 봤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웃으며 살다보니 별 꼴을 다 본다고 말했다. 그 말에 갑자기 왜 긴장이 탁 풀렸는지 아스타리온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 별꼴이라니, 그게 지금 발더스의 무시무시한 악당을 해치우고 온 나한테 할 소리야? 힐난조로 낄낄거리던 아스타리온은 마지막엔 그가 바랐던 대로 루시안의 옆에서 잠에 들었다. 두렵지 않다. 자신에게 무릎을 빌려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루시안을 올려다보며 아스타리온은 그제야 그가 했던 말들을 이해했다. 그는 진심으로 아스타리온을 신경쓰고 있었던 거다, 강대한 힘이라면 거부하지 않는 그가 오로지 그에 대한 사랑만으로. 졸고 있던 루시안이 눈을 떴다. 그는 눈을 느리게 깜박이더니 아스타리온에게 언제 깼냐고 물었다. 아스타리온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자유! 완벽한 자유! 그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했던 또 하나의 입술이 적안에 맺힌다.
“키스해도 될까, 자기야?”
그날 밤 이후로 아스타리온이 먼저 키스하자고 한 건 처음이었다. 루시안은 그의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도 다시 반달 모양으로 눈을 접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안과의 키스는 불쾌하지 않았다. 세바스찬과 함께 했던 키스, 아니, 세바스찬 말고도 다른 사람들과 했던 키스와는 다르게 그의 키스는 뛰지도 않는 자신의 심장이 쿵쿵 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달콤했다. 짧은 키스 후 아스타리온은 어쩌면 자신이 그를 원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그’가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을… 그는 계속 그에게 닿고 싶었다. 하지만 아스타리온은 거기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도 그는 더 이상 초조하지는 않다. 그는 루시안이 망설이는 자신을 기다려줄 거라고 믿었다.
“고마워.”
“별 말씀을.”
그를 만나기 전까지, 아스타리온에게 사랑은 무덤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200년 전의 자신은 보통 사람들처럼 사랑을 노래하며 누군가와 끈끈한 법적인 유대를 맺기 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자신은 단 한 번도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에게 모든 관계는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자신의 목소리에 헤벌레 웃는 남녀들을 보며 그는 그들을 멍청하다고 생각했었다. 왜 ‘나 따위'가 말하는 ’사랑'에 스스로를 던지는 거야? 사랑이 존재한다면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데? 사람의 몸 어디에서도 사랑은 찾을 수 없다. 보이지도 않는 것에 속아 넘어가고 진심을 다하게 되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다가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대로 끝인데, 사랑보다 허무한 것이 있을까. 세바스찬은 아스타리온을 사랑했다. 거짓된 사랑의 속삭임에 그는 어쩌면 아스타리온과 함께하는 미래를 그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는 사랑을 믿은 대가로 파멸했다. 멍청하고 가엾고 애처로운 존재들. 그들은 사랑을 믿은 죄로 모든 것을 잃었다. 아스타리온은 뒤통수에 닿는 그의 무릎을 느끼며 눈을 깜박였다.
“앞으로도 내가 널 지켜줄게.”
뱀같이 가는 입술이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아스타리온은 이제는 안다. 사랑은 무덤이 아니다. 사랑은 몸의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뱀의 독을 품은 듯한 그의 녹안도, 창백한 그의 피부도, 목 뒤에서 살랑살랑 움직이는 그의 검은색 머리카락도, 자신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부드러워지는 그의 입가도 전부 아스타리온의 눈에는 사랑스러웠다.
“아니, 나도 널 지킬 거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를, 그는 잃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루시안에게 그는 놀리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저번에도 분명 말하지 않았었냐고 물었다. “강한 힘을 가지려고 했었던 이유는 나‘만’을 위해서도 맞지만 너‘까지’ 지키기 위해서도 맞다고 했었잖아.” 그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듯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리 놀라는 거야, 자기.”
“아스타리온, 지금 작업 거는 거야?”
뭐? 아하하- 평소라면 아스타리온이 던졌을 말을 루시안이 해버렸다. 웃음을 터뜨리는 아스타리온에 루시안도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아스타리온은 카자도르를 죽인 후 예상했던 것만큼의 카타르시즘을 느끼지는 못했다. 카타르시즘보다는 허무감이, 그리고 가슴에 뻥 뚫린 구멍에는 7000명 스폰들의 무게감이, 이 감정을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지 아스타리온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그와 같이 웃음을 터뜨리며 그는 문득 그냥 이대로 있어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옆에서 웃으며, 내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그라면 분명 내 옆에 계속 있어줄 테니까. 여전히 들리는 그의 웃음 소리는 사랑스러웠다.
“사랑해.”
아스타리온은 더 이상 그와의 성적인 행위가 역겹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손 잡는 것 이상의, 키스하는 것 이상의 행위들이 역겹지 않다면 무슨 기분일까? 잘 모르겠지만 아마 사랑이 섞여있겠지. 그리고 그는 그 기분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아스타리온의 고백에 루시안은 아까보다도 더 놀란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내려다본 그의 미소는 완벽하지 않았다.
“다시, 다시 말해줘.”
“욕심도 많아라.”
그의 입술이 동글동글한 발음을 다시 한번 담았을 때, 루시안은 처음 보는 표정을 지었다. 사랑스러운 얼굴, 아스타리온은 자신이 그 표정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라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 채, 루시안도 자신의 그 표정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도 모른 채, 그렇게 그는 사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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