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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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주차

dr0wn1ng by 채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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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학습된다. 작년 여름은 살이 타는 것처럼 뜨거웠고, 재작년 여름은 태풍이 와서 건물을 망가트렸고, 이번 여름은 장마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기억들로 우리는 또 다음 여름을 넘길 것이다. 계절은 기억을 통해 학습되고 우리는 그것을 상상하며 오지 않은 계절을 기억한다. 계절은 결국 반복되는 문제 풀이고, 똑같은 옷을 다시 입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다르고, 옷은 입는 날마다 다른 일이 일어난다. 결국 모든 건 상상일 뿐이다. 기억과 학습은 앞으로의 일에 도움을 주지만 모든 것에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모든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건 나니까 지나온 계절을 돌아보는 것보다 앞으로 한발자국 나아가는 게 모든 일에 이롭다. 그러니까 인간은 결국 모든 걸 기억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지배라는 것도 사실상 학습이고, 각인이기도 하다.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현상이 있다. 실험에서 개는 자신이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다음부터 그 자리에 멈춰있다. 그러니까 개는 자신이 걷고 뛸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목줄이 채워져 전기충격을 여러번 당한 경험 탓에 그 자리에 앉아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이건 학습이 곧 각인되기도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배가 각인된다면 그건 언제든 기억 속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무력감, 괴로움, 분노, 그런 것들은 전부 지배로 눌러진다. 결국 사람을 비롯해 지배당한 존재에게 남는 건 복종과 수긍 뿐이다.

모든 건 학습되고, 각인되며 영원히 이어지는 굴레처럼 작용한다. 그걸 끊어낼 수 있는 건 흔치않다. 개인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도 기억이 사라지는 일은 쉽지않다. 우리는 결국 앉아있을 뿐이다. 도망칠 수 있게 목줄을 연결해두지 않아도 전기 충격에도 가만히 앉아있는 개처럼, 우리는 결국 앉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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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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