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제연
"좋아하게 될 것 같아서..." 제 팔을 잡고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코류를 보며, 송하는 생각했다. 이 새끼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좋아하게 될거라는 건 또 뭐야?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할거 아니야? 그러다가 결국 좋아하지 않게 되면 또 본체만체 어디로 휙 던져두겠다? 송하가 그나마 코류에 대해
노리무네는 잠든 여자의 혈색 없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는 것처럼 굴던 여자는 잠들어있을 때만큼은 편안한 얼굴을 했다. 한참을 그리 보고 있다가, 손을 뻗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돈해본다. 그 접촉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익숙한 손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깊이 잠들었기 때문일까. 그는
노리무네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상하게 공기가 건조하고 서늘했다. 그는 방 안을 둘러보며 방주인의 모습을 찾았다. 이윽고 깨닫고 만다. 들려야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물건들로 가득한 이 혼마루에서, 한 존재만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호흡을 해야하는데, 그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노리무네는 울렁거리는 마음을 안고 누워있는 노카
사람은 신에게 기도한다지만, 신은 누구에게 기도해야하는가. 이름도 모를 신을 찾았다가, 노카를 불렀다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기도를 올리다가, 노카를 찾는 것을 반복했다. 대답은 없었다. 노리무네 이치몬지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믿는 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 어떤 신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기억 속에서 꺼낸 노카의 본명을 불렀다. 당연하게도,
"그래도 자네가, 나한테 끌려와주고 있었으니까." 시작은 그랬지, 철저하게 재단해서 내린 결정 사이로, 그녀가 살아 걸어왔을 때, 다시 마주쳤을 때 느낀 것은 연민이었다. "나를 제대로 미워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갈팡질팡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래도 곁에 있는 것을 물리지않고, 끌어당기면 못 이긴 척 결국 끌려와줬으니까. 내
노카는 멀거니 말을 타고 달려오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죽음과 삶이 한꺼번에 나를 향해 달려오는구나... 노리무네가 노카의 앞에 서기까지,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 걸렸던 것도 같고,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던 것도 같았다. 노카는 노리무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노리무네는 노카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한다. 노카에게 승마가 죽음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