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송님네(1309호)

[노리노카] 바람이 머무는 자리

평온한 죽음의 다른 엔딩

노리무네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상하게 공기가 건조하고 서늘했다. 그는 방 안을 둘러보며 방주인의 모습을 찾았다. 이윽고 깨닫고 만다.

들려야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물건들로 가득한 이 혼마루에서, 한 존재만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호흡을 해야하는데, 그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노리무네는 울렁거리는 마음을 안고 누워있는 노카의 곁에 다가가, 호흡을 확인했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드물게,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를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불을 걷어내고 손을 잡으면, 그 손마저 차갑다. 노리무네는 허, 하고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이렇게 멋대로?

감히 그가 그렇게 말할 자격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응당 흙에서 나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요, 원하는 때에 스스로의 의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 또한 더할나위 없는 행복이리라. 그러나 노리무네는, 노카가 원하는 일을 하나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사랑을 동경하는 검은, 현재에 뿌리내릴 힘이 없었기에, 처음이자 마지막 주인일 그녀가 오랫동안 살아, 그를 붙들어주길 바랐다.

그리하여, 그는 마지막 호흡과 함께 흩어졌을, 흩어지는 노카의 영혼의 조각 하나를 손에 기어이 쥐고 말았다.

노리무네는 '잠든' 노카를 내려다보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이리 가만히 들여다보았던가. 어제 잠들기 전이었던가, 아니면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던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 중에 가장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 새삼 낯설었다. 그것을 그는 푸른색 눈동자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훑어보았다.

그릇이 있고, 온전하지는 않지만 영혼의 조각을 붙들었다. 그 둘을 이을 아교만 있으면 된다. 공교롭게도 노리무네 이치몬지는, 말석의 존재라도 신이었다.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둘을 이어 잘 붙여둘 수 있다면, '노카'는 죽지 않는다.

그는 육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어디론가 향하려는 영혼 조각을 다시 그 몸에 욱여넣었다. 마치 처음 만났던 순간처럼, 노카의 생을 헤집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행위를 거부하는 듯이 연약한 영혼 조각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그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귀에, 머리 속에 담으며 행위를 이어갔다.

커억, 하고 물에 빠졌다가 겨우 뭍으로 나온 듯한 기침 소리가 울린다.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한 숨이 그의 뺨에 닿아왔다. 노리무네는 금방이라도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듯 바르작거리는 몸을 일으켜세워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제대로 숨을 쉬라는 듯이 등을 두드렸다.

나는 결코 자네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푸른빛을 발하는 눈동자가 콜록거림이 멎은 '노카'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니 어서 돌아와.

그렇게 진정시키면서 기다리는 동안, 천천히 노카의 넋이 돌아오는 듯 했다.

"...노리무네?"

눈을 뜬 노카의 눈동자는 비록, 원래의 반짝이던 금빛이 아니라 그와 같은 푸른색이었지만 제 이름을 부르며, '돌아왔다'는 사실이 행복해서 그는 웃었다.

이 품 안에 '죽지 않은' 노카가 있다.

온몸에 희열이 퍼져나갔다.

그 웃는 모습을 본, 노카는 스스로가 '죽었던 것'을 기억하는지 무슨 짓을 한 거냐며 힘없이 노리무네의 팔을 붙들었지만, 그조차도 노리무네에게는 기꺼운 일이었다.

"노카."

"왜, 나를, 겨우, 쉴 수 있었는데..."

"사랑해주게."

나를, 사랑해주게. 그가 속삭였다.

노카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노카의 손이 닿자 노리무네는 왜 이리 힘이 없나, 더 세게 잡으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녀는 한층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온한 끝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이곳으로, 현재로, 강제로 흩어지는 그녀의 숨을 끌어내려서. 죽음이 사실이고 이것이 제가 꾸는 꿈이면 좋을 텐데. 하얗게 덧칠되는 그녀의 머릿속에, 노리무네의 목소리가 파고 들었다.

"나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아프게 만들고, 싫어해도 좋으니. 나를 사랑해주게."

노카의 눈가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두려움인가, 서글픔인가, 억울함인가. 그게 무엇이든, 노카가 제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그에게 언제나 기쁜 일이었으므로, 노리무네는 혀를 내어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핥아 마셨다.

누군가의 살아있는 지옥은, 누군가의 극락.

누군가의 살아있는 극락은, 누군가의 지옥.

불지 않는 것을 바람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랑을 동경하는 신은, 물건은 지나가는 바람을 붙들어 그 자리에 매어놓았다.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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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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