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송님네(1309호)

[노리노카] 바람이 지나간 자리

노카 평온한 죽음 타로 결과 보고 적은 적폐날조 노카 사후 노리무네의 짧은 이야기

사람은 신에게 기도한다지만, 신은 누구에게 기도해야하는가.

이름도 모를 신을 찾았다가, 노카를 불렀다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기도를 올리다가, 노카를 찾는 것을 반복했다.

대답은 없었다.

노리무네 이치몬지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믿는 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 어떤 신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기억 속에서 꺼낸 노카의 본명을 불렀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답이 없었다.

물건인 그에게는 극락도 나락도 없으리라 생각하였는데, 이것이 살아서 맞이하게 되는 지옥이구나.

절망과 공허가 그의 발치를 맴돌다가, 그의 몸을 타고 올라왔다.

힘없이 고개를 든 그는 제 눈동자와 같은 빛을 띄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푸른 하늘일진데, 회색빛으로 물들었다가, 검게 내려앉는 것이 그의 안에서 반복되었다.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가 그의 어깨를 감싸고, 누구의 말소리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혼마루에, 그만이 혼자 서 있었다. 고독에 젖은 의식 속에서 아주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마주했던 순간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사소한 호기심으로 내뱉고 말았던, 그때를.

아무리 그라도 잊고 싶은 순간이 있고,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도, 망각을 허락하지 않는 '신'의 정신은 이때다 싶었는지 기억의 파편을 파내어 이리 던지고 저리 던져댔다. 누가 생지옥이 아니랄까봐, 그가 거기에서 벗어날까봐 먼저 손을 쓴다는 듯이.

그는 굳이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현재에 발붙이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카가 필요했다. 그는 오랫동안 그가 노카를 붙들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반대였던 것이다. 그녀가 그를 붙들고 있었다. 사랑을 동경하던 신은, 물건에게 신이 있다면 그녀였을 것이고, 현재에 단단히 붙들고 있는 닻이 있다면 그또한 그녀였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없다.

누가 그에게서 그녀를 빼앗았는가? 노카 자신이다. 노카 자신이 이제는 제 할일을 다 끝냈다는 듯이, 스스로를 거두어 가버렸다. 거기에 대고 원망을 하겠는가, 애원을 하겠는가?

그렇다면 노리무네가 더이상 현재에 발 붙이고 있어야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는 제 손으로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제 발로 진짜 지옥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여기에서 끝을 내자. 극락에 있기를 바라지만, 분명 제 발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그녀를 재빨리 뒤쫓아가 나란히 걸으리라.

다시금 얼굴을 마주한 노카는 질린다는 표정을 할지도 모른다. 어째서 여기있냐며 그를 힐난할지도 모르고, 그런 선택을 했나요, 하고 말하며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금 마주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기쁘리라. 언제는 그나 노카의 말을 들었던가. 늘 제멋대로, 집요하게 구는 것을, 노카가 못 이기겠다는 듯이 받아줬을 뿐이다. 향하는 곳이 나락이라도, 함께 갈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겠지.

노리무네는 입가에 미소를 띄고 제 본체를 뽑아들었다.

한차례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의 인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부러진 검 한 자루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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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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