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송님네(1309호)

[노리노카] 감정의 이름

오늘도 적폐날조 짧게~

"그래도 자네가, 나한테 끌려와주고 있었으니까."

시작은 그랬지, 철저하게 재단해서 내린 결정 사이로, 그녀가 살아 걸어왔을 때, 다시 마주쳤을 때 느낀 것은 연민이었다.

"나를 제대로 미워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갈팡질팡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래도 곁에 있는 것을 물리지않고, 끌어당기면 못 이긴 척 결국 끌려와줬으니까. 내가, 주제도 모르고 기대를 했지."

어떤 다른 검처럼 불태워진 적도 없으니, 그에게는 망각조차 없었다. 그래서 기억하면서도, 불행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든 자리에 한없이 주저 앉아있기보다는, 그래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금씩 걷기 시작하는 것이, 서글프고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함께 살아가고, 곁에서 잠들고, 서로를 위해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을 것처럼 구는 그 모든 시간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그렇게 정말로 좋아져서, 그녀와 함께 있는 게 어딘지 모를 안온한 기분을 느끼게 해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용서 받지는 못해도 언젠가 마음 한 자락은 붙들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착각을 했다.

"기대하지말라니. 차라리 나가 죽어버리라고 말하지 그랬나."

"나는, 이 세상을 사랑해요."

노카가 힘없이 미소지었다. 세상이 그녀에게 쥐어준 것은 아주 부스러기같은 행복들 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이제 노카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게 되어버렸지만, 그대로 노카의 목에 걸려 때때로 숨을 쉬는 것을 힘들게 만들곤 했지만, 그래도 노카는 세상을 사랑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해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래요. 나한테는, 그래요. 그러니까 나는 아마 그런 의미에서 당신을 사랑하고 있겠지만, 그건 당신이 바라는 대답이 아니겠죠."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때로는 그 어떠한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므로.

"세상에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 꼭 내가 아니어도 될텐데. 내가 아니면 당신도 좋았을 텐데. 당신도 안 됐죠, 그날의 내가 살아있어버려서."

"자네."

"난 계속 말했어요. 오랫동안 당신한테, 기대하지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자네의 삶을 없애버려서?"

"나야 살아있으니, 아예 지워진 사람보다는 나은 편이죠. 고마워요. 그래도 잊을 수는 없어요. 이해하죠?"

당신에게 진작에 말해줘야했던 거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평소와 다름 없이 담담하고 차분해서, 오히려 듣고 있는 노리무네의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괜찮아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내가 나도 모르게 당신을 붙들고 있었던 거라면, 놓으려고 노력할게요. 당신도 벗어나도록해요. 그게 맞아요."

그는, 더이상의 화마가 그녀의 삶을 덮치지 않기를 오랫동안 바랐지만.

어리석게도, 가장 큰 화마가 그 자신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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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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