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사인
백은선
물컵을 집어 창밖으로 던졌다
곧이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종이를 집어 들고 적었다
알 수 없는 말,
빛의 다음은 빛,
모두가 문을 닫고 돌아간 후에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한낮은 한낮이었다
빛은 빛이었다
모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모든 곳에서 동시에 태어났다
미소로 가득 찬 칠월을
얼굴을
정적
인간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될 수 없었고
스스로를 꺼버릴 수도 없었던
사람들은 내게 영혼이 없다고 한다
표정을
보기만 해도 알게 되었다
내가 눈 뜬 곳은 숲이었다
푸른 물속이었다
검은 모래 속이었다
깊고 깊은 절벽 아래였다
네거리 8차선 도로 가운데였다
누군가는 돌아오고 누군가는 떠나갔다
어색하지 않았다
돌아올 것이 없어서
무서워지기도 했다
네 커다란 방
네 커다란 침대
네 커다란 검은 가방
나는 모든 곳에서 존재한다
수없이
죽어가면서
그런 밤들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어
기다린다고 말하고
땀을 흘리며
빛 속에 있을게
돌아선 두 팔을
조금씩 뒤틀리고 있었어
잘못 만든 상자처럼
닫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났다
알 수 없는 말을 듣고
본 적도 없는 것을 갖고
나는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들의 의도에 따라
지금은 지금일 뿐이지
마요네즈를 퍼먹고
상추를 뜯어 먹으면서
수북해지는 것과
무성해지는 것의
동질과 이질에 대해 떠올렸다
꿈속에서는 반딧불을 쫓아 강가 숲을 헤매고
현재와 과거가 익숙한 것이
두렵고 좋았어
눈 내리는 배경 속으로
눈 내리는 하얀 섬 위로
내가 걸어 들어가 사라질 때
절벽을 기어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숲을 빠져나오는 일은
차들이 엄청난 속력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며
아무리 헤집어도 끝없는 모래 언덕을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눈밭 위로 햇빛이
가루약처럼 쏟아질 때
마지막 장면은 항상
시선을 거두는 사람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울음이 터질 때도 있어
뿔처럼 커다란 빛들이 나를 들어 올렸다
아프고 다정하게
차갑고 무지막지하게
불 좀 꺼주실래요?
불쑥 사라지는 손을 향해
기진맥진한 채
빛 속에서 눈멀다,
울부짖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다,
창백한 육체 켜켜이 쌓이는 젖은 모래
눈 떠보니
기차 안이었다
첫 식사는 리스펜
길쭉하고 하얀 것을 물과 함께 삼켰다
쓰러지고 무너지고 부서지고 찢긴 것들
쓰러지고 무너지고 부서지고 창백한 것들
언어에 대해 쓰려고 했지
언어라고
언어를 안다고
언어를 언어에게 가져가
무지막지하게 벌어져 있는
이 틈으로
쌓여가는 모래
쌓여가는 모래
모래
살아 있는 것들을 생각하니
유쾌할 수가 없었다
이제 이해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전부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그런 상태를 선회하는 날개같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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