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이설] 자개자락

비무대회날 밤

본 글은 2024년 1월 아이소에서 발간된 화산귀환 헤테로CP 합동지 <화란춘성>청명이설 cp로 수록된 글입니다. 

* 306화와 328화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각각 회차 내용의 이해를 위해 비무대회 에피소드(최소 304~337)를 모두 읽은 후 보시길 권장합니다.

* 원작에 있는 대사들을 직접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 자개자락(自開自落): 꽃이나 열매가 사람의 손길 없이 스스로 열렸다가 스스로 떨어짐.

 

 

“간다.”

유이설과 팽경의 비무가 있던 날 밤, 소림사에서 조금 떨어진 숭산의 어느 숲.

청명의 목을 노리는 유이설의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뻗어나갔다. 날렵한 검날은 청명의 목에 닿기 직전, 그의 굳건한 검에 가로막혀 강하게 튕겨나갔다. 낮에 팽경과의 비무에서 해낸 것만큼 예리하게 펼쳐진 검이었지만 결과는 그때와 같지 않았다.

“그때도 맨 처음 목을 노렸었지? 빈틈을 만들려고.”

“…….”

“그럼 낮의 경기 그대로 해보지 뭐.”

검이 튕겨나가 뒤로 물러난 유이설이 빠르게 검로를 원래의 경로에서 비틀어 그의 측면을 파고들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이 향한 곳에는 먼저 청명의 검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유이설의 검을 쳐낸 청명이 몸을 숙이고 유이설의 측면을 지나쳤다. 칼날이 닿지는 않았으나 뒷목이 서늘했다.

“이걸로 다리에 자상 하나.”

“…….”

“진짜 베지는 않았어. 비무대 나왔는데 도복에 구멍 나있으면 사람들이 보니까.”

바로 서서 검을 늘어뜨린 청명이 여유롭게 너스레를 떨었다. 한 수는 접어줄테니 마음 놓고 선공을 하라는 의미이다.

‘재수 없어.’

숨을 죽인 유이설이 진각을 밟고 청명에게 뛰어 나갔다.

낮에 맞부딪힌 하북팽가의 대도에 비하면 청명의 검은 매우 작지만, 그 위력은 겨우 무기의 크기로만은 재단할 수 없었다.

청명은 순식간에 펼쳐진 유이설의 검영을 간결한 초식들로 하나하나 깨뜨려냈다. 유이설의 검영들이 순식간에 생겨나고, 파훼되었다. 불과 찻잔에 물이 한번 채워질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많이 긴장했어? 호흡 더 가다듬고 해도 되는데.”

연이은 도발과 함께 이번엔 묵직한 중검이 유이설의 검날을 압박했다. 연속으로 무거운 검격을 구사하면서도 청명의 시선은 여전이 유이설의 눈동자 한 가운데를 굳건히 응시하고 있었다.

유이설의 상대였던 팽가의 대도는 패覇를 중심으로 쾌快, 중重을 주로 구사한다.

그리고 유이설은 그런 팽경의 패도를 부드러운 유柔검과 상대를 교란하는 환幻검으로 제압했었다.

능유제강(能柔制强,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제압함). 유이설과 팽경의 비무를 두고 다들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검의 성질만이 이 비무의 승패를 가른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 팽가녀석이 제대로 된 패를 펼쳤더라면-”

“!”

"이쪽 방향으로 도격을 날렸겠지. 쉽게 흘려내지 못하도록."

유이설이 제 어깨를 파고들려고 하는 검을 가로막았다. 재빨리 검을 비틀며 겨우 밀어냈지만, 손목을 뒤로 꺾은 채 검로를 바꾸려니 도중 시간이 지체되었다. 지체되었다 한들 눈 깜짝할 시간보다도 조금 짧은, 아주 작은 차이였다. 그러나 청명에겐 파고들기 충분한 허점이었다.

그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청명의 검 끝이 유이설의 목 아래, 가슴팍에서 약간 미치지 못하는 지점을 빠르게 그었다. 청명이 부러 봐주지 않았다면 유이설의 앞섶은 피로 젖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고는 가볍고 빠르니까 화려한 연격에 걸려들지 않게 미리미리 힘으로 차단했을 거야."

"……."

"나라면 말이지, 나라면."

명백히 고전하고 있었으나 청명을 상대로 이 정도 밀리는 것이야 그녀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상이었다. 새삼 동요할 것도 없다. 압도적인 강자는 그녀가 가장 선호하는 상대이니까. 유이설은 처음과 같이 냉정한 눈을 한 채 다시 검을 바로 잡아 날아드는 청명의 검을 침착하게 받아쳤다.

청명을 상대하면서 본래 담았던 검의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막고 틈이 나는 대로 휘두르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이기기 위해 시작한 대련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에 얼마나 진실한 검을, 그리고 이전보다 얼마나 더 나은 검을 펼치느냐이다. 

한 수 한 수 유려한 검을 펼치던 유이설은 침착함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기회를 노렸다.

빠르게 회전한 검이 붉은 검기를 내뿜고, 청명의 시야를 가득 덮었다. 일전에 팽경을 미혹했던 그 환검이 다시 한번 붉은 검기를 뿌려대었다. 

‘…….’

청명은 그녀의 매화를 가만 바라보았다. 비무대 위에서 펼쳐졌던 그 검이었다. 사람들이 화산의 귀환을 새삼 다시 실감했을, 화산의 혼이 담긴 붉은 매화. 왜인지 그녀의 검을 처음 보았던 그때처럼 다시 가슴이 아릿할 것만 같았다. 다시 볼 일 없다고 생각해서였나.

물론 유이설의 매화는 아직 완벽을 칭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매화라 부르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청명은 어깨를 으쓱였다. 유이설의 매화 검기가 가만히 검을 늘어뜨리고 있던 청명을 향해 기세 좋게 쇄도했다. 그러나 꽃잎들은 완벽한 쾌검에 의해 순식간에 파훼 되었다. 팽경을 상대로는 마치 완벽해 보이는 유이설의 검이었지만, 상대가 청명으로 바뀌자마자 이리저리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이설은 어차피 예상했었던 것이라는 듯이 검을 고쳐잡고는 청명을 향해 진각을 밟았다. 살초에 살초를 더하기 위함이다. 다음 순간 강하게 들이닥쳐 오는 유이설의 검은 청명의 검면을 타고 흘리듯 미끄러졌다. 이 정도로 빠르게 몰아치는 매화 검기를 파훼하고서 바로 가장 적절한 각도를 찾아 검을 받아치는 것, 유이설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능숙함이었다.

검을 흘린다는 것은 상대의 무게중심을 찾아 흐트러뜨리는 것이다. 청명은 검을 흘리고는 유이설의 허리 측면을 향해 다리를 날렸다. 결국 바닥을 구르고만 유이설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이대로면 대가리를….’

“잘했어.”

어?

“...?”

자주 하지 않는 청명의 칭찬에 유이설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사고 잘했다고, 오늘.”

“왜?”

“뭐, 그냥 기특해서?”

“기특?”

“그래, 이 정도면 잘 해왔으니까.”

유이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은 부족해. 좀 더….”

한숨을 포옥 쉰 청명이 고개를 갸웃이며 말을 이어갔다.

“사고가 추구하는 바가 어떤 건지는 대충 알겠어. 검을 파고드는 길은 끝이 없으니까. 하지만….”

더욱더 핵심으로 들어가, 매화라는 객체를 걷어내고 나면 화산이 추구하는 검의 근원에는 ‘개화’ 그 자체만 남는다.

“그저 피어났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일 수도 있는 거야.”

“…사질.”

“됐다. 말 한마디로 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건 원래 실전으로 깨달아야 하는 거거든.”

“?”

“매화를 한 만 번 더 피워보면 얼추 알게 될걸?”

청명이 검을 역수로 고쳐잡았다.

“마저 더 보자고.”

“…….” 

그렇게 청명과 유이설의 대련은 대략 한 시진이 더 이어졌다.

 

 

 

“....이제 좀 알겠어?”

진이 빠져 바닥에 누운 유이설이 더 이상 남아있는 힘 따위 없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툭 떨궜다. 그녀의 시야에는 땅을 디디고 선 청명의 두 발뿐이었다.

“내 목덜미에서 식은땀 빼려면 아직은 멀었다.”

“나로는 아직 성에 안 차?”

“…누가 들을까 무서운 소리 말고.”

청명은 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 그래도 갑작스러운 부상과 여러 사건으로 인해 세간의 이목을 얻기 시작한 화산이었다. 한적한 숲이지만, 비무대회가 한창인 숭산은 사방이 듣는 귀와 옮기는 입으로 가득할 게 뻔하다. 물론 지금껏 저질러 온 것들을 생각하면 이제 와 세간의 이목 따위 신경 쓸 처지는 아니지만….

‘망둥이니 미쳤니 욕하는 소문이면 몰라도, 이런 건 꽤나 귀찮단 말이지….’

“이 정도도 대단한 거야. 사고가 검을 본격적으로 휘둘러온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단 걸 생각하면.”

“…….”

“자, 이제 들어가자.”

“…….”

“가자니까?”

“...청명.”

청명이 자신을 부른 쪽을 바라봤다. 일어나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대로 누워있는 유이설을 향해 몸을 구부려 앉았다.

“왜, 사고. 나한테 뭐 듣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청명, 진짜야?”

“응?”

“...사실 아까 들었어.”

“무슨 말을.”

“사질이 내가 매화검수라 불려도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라고 여긴다고.”

“어… 그렇지.”

청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낮 유이설이 비무대에 나갔을 때 사형제들에게 말한 것을 누군가가 그녀에게 전해준 모양이었다. 

“그리고….”

말끝을 흐린 유이설이 호흡을 길게 내쉬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격했던 대련으로 인해 상기된 뺨에 더욱더 붉은 기가 돌았다. 

“그것도 맞아?”

“뭐가.”

“...내 검에 화산의 혼이 있다고 한 거.” 

- 저기에 화산의 혼이 있다.

유이설이 숨을 고르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청명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랬지. 사고 정도면 손색없는 매화 검수니까.”

청명이 건조한 어조로 인정하자, 그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유이설의 입매가 천천히 호선을 그렸다. 거의 본 적 없는 완전한 미소였다. 보통때면 잠시 떠올랐다 사라질 미소가 이번에는 꽤 긴 시간 동안 유지되었다. 잠시 멍하니 그녀를 굽어보는 청명은 순간 대답할 말을 고르지 못했다.

“...정말이네.”

“그럼 거짓말이게?”

매화검수란 화산의 혼을 담은 검을 구사하는 자. 결코 유이설에게 과분한 표현이 아니었다.

검은 단순한 기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는 검은 그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를 담아야 한다. 그저 쇳덩이일 뿐인 날붙이 하나가 사람의 몸과 하나가 될 뿐만 아니라, 내면과도 합일(合一)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이설은 어쩌면 청명을 만나기 전부터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 스스로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었다. 봄이 오기 전인 겨울에서부터 미리 봉오리를 피워낸 나무만이 봄이 올 때 찬란한 매화를 흐드러뜨린다. 그녀는 매화검수라고 불리기에, 그리고 화산의 혼을 담고 있다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유이설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발그레 상기된 볼과 완만한 호선을 그리는 미소가 유이설에게는 다소 낯선 조합이었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저리 부끄러워하면서도 청명의 인정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기뻐한다. 이전처럼 제 속내를 잘 감추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드러내는 면이 아주 조금은 귀여웠다. 평소 자신이 칭찬에 과하게 인색했었나 답지 않은 반성이 들기까지 했다.

침묵도 잠시, 줄곧 바닥에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누워있던 유이설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왜?”

“자만하면 안 돼. 아직은 완벽하지 않아.”

“사고…?”

“마무리 하고 갈게.”

털썩.

검을 주워들고는, 다시 기세등등하게 상단세를 취하려는 유이설의 다리가 겨울날 말라비틀어진 버들가지처럼 스르륵 허물어졌다.

“꼴 좋다.”

“...사질.”

바닥에 엎어진 유이설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얘기했다.

“도와줘.”

“에휴…….”

두 사람이 걷고 있는 숲길엔 풀벌레 울음 소리도 없이 미약한 달빛만이 있을 뿐이었다.

“솔직히 나만한 사질이 어딨냐? 달밤에 대련도 해줘. 노인도 아닌데 거동도 못 하는 사고 업어도 줘.”

“응. 착해.”

“…….”

청명의 등에 업힌 유이설이 순순히 인정했다. 오늘따라 왜 이리 고분고분하지? 담담한 칭찬이 되려 청명의 말문을 막았다.

“뭘 새삼. 내가 원래 착했지 뭐.”

적응되지 않는 분위기에 청명이 부러 남들이 반박할만한 말을 했다. 그러나 유이설은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예전엔 내가 구부려 앉아야 겨우 눈이 맞았는데.”

유이설이 청명이 받쳐 들고 있는 자기 다리를 힐끔거렸다. 다리가 땅에 끌리기는커녕 여유롭다. 조그맣고 괴팍하던 그 아이가 이젠 자신을 거뜬히 들고도 남을 만큼 자라 있었다.

“많이 컸네.”

청명은 급기야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사고는 대체 언젯적 얘기를...”

“잘 자랐어. 성격은 그대로지만.”

“사고 시비 거는 거 보니까 이제 괜찮나봐? 확 내려놓는다?”

유이설이 대답 대신 청명의 목을 꽉 휘감아 매달렸다.

“악! 숨! 숨 막혀! 업어주는 사람한테 이게 무슨 망발이야!”

“거 봐. 여전히 그대로.”

“......”

청명은 푹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인성은 백년도 더 된 아주 오래전에 이미 굳어졌다는 걸 전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침묵에 서서히 익숙해질 무렵 청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완벽한 매화를 피우고 싶다고 했지?”

“...응.”

“그렇게까지 매화에 집착하는 이유가 뭐야?”

청명은 처음 만날 적에 했던 질문을 다시 했다. 여자들이 꽃을 좋아한다는 말이야 익히 들어왔지만, 유이설의 매화에 대한 집착은 절대 그런 결이 아니었다. 화산의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완벽한 매화를 피우는 것을 그저 단순한 취향이나 욕심이 아닌 숙명으로 여기기까지 하는 것이 청명에게는 영 석연치 않았다.

“…….”

유이설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마침 홀로 외로이 떠 있는 그믐달이 미약한 달빛을 뿌리고 있었다.

“다시 보여주고 싶었어. 나의 검 끝으로.”

“다시라면?”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디서 매화를 피우는 검을 본 적이 있다고 했었다. 청명의 검을 보자마자 실전된 화산의 검법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기도 했으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고. 어디서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이설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 이상 말해줄 마음은 없는 듯했다. 처음 만났을 적에도 지금은 말할 수 없다더니. 청명은 굳이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말 안 하고 싶다면 굳이-”

“화산의 매화를 보여주고 싶었어.”

청명의 어깨에 제 턱을 괸 유이설이 작게 덧붙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그믐달이 뜬 밤.

칠흑 속에서 길을 찾듯이 홀로 검을 휘두르던 어떤 이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보일 것 같기도 하였다.

 

- 매화검법은 개인의 개성을 많이 반영하는 검법이란다. 하나의 매화검법이라도, 수십개, 수백개의 검이 될 수 있는 것이 화산의 매화다.

- 만약 내가 이 중 하나라도, 그 하나의 반의반만이라도 닿을 수 있다면.... 그 길을 되짚어 따라갈 수 있다면….

- 그렇게 된다면 설아, 너도 같이 돌아가자꾸나.

 

“…이제는 확실히 닿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맥락을 모르는 청명에겐 하나 마나 똑같은 답변이었지만, 청명은 불평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뱉기까지 그녀가 겪었을 감정이 그에게도 느껴졌으니까.

‘말만 없지 마음 속은 누구보다도 시끄럽다니까.’

검과 하나가 되고, 검에 의미를 담는 것은 단순히 몸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말로 가르친다고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 검이 한번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경험을 한 자만이 검과 한 몸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유이설은 그 과정을 묵묵히 밟고 있었다. 이미 검으로 본래 지니고 있던 내면을 압도하는 경험을 했다는 의미이다. 

‘다른 놈들 보면 화산의 가르침만으로 배운 것 같진 않고.’ 

어떤 꽃들은 누군가의 손길 없이도 스스로 꿋꿋이 피어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시들고 떨어지고 만다. (自開自落, 자개자락) 수련에 모든 것을 바치는 그녀를 보면, 청명이 아니더라도 수년, 수십년 후 유이설의 검은 어떻게든 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명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모르게 그저 져버렸을 것이다. 현판을 내린 화산과 함께.

‘내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면.’

청명은 생각했다. 그가 이름도 하나하나 알지 못하는, 아무도 모르게 피어났다가 화산의 그늘을 누려보지도 못한 채 쓸쓸히 스러졌을 화산의 제자들을. 그리고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유이설도 그 길을 따라갔으리란 것을.

그러나 그렇게 끝까지 화산으로서 스러지는 것도 단지 화산의 제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에서 내려가는 선택지도 있으니까. 대부분의 제자들이 그러했듯이.

‘그렇다면, 대체 왜?’

왜 매화에 집착하고, 그 길을 꿋꿋이 가려 하는 것일까.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는 침묵 속에서 청명은 확신했다. 유이설이 아직 그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많다는 것을. 백천도, 다른 제자들도 아마 모를 것이다. 청명과 마찬가지로.

“…….”

“청명.”

“또 왜.”

“그것도 진짜야?”

얘는 쌓였던 질문이 왜 이렇게 많지.

“칠매검을 익히다 보니 저절로 매화가 피어났다는 거.”

“…으응. 그... 그렇지?”

뜨끔한 청명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분명 화종지회가 끝나고 나서 장문인과 독대했을 때만 한 말인데 어떻게 알았담. 낮말은 새고 밤말은 쥐다 논할 때가 아니었다. 이 유이설이 문제였다. 이럴 땐 어디에나 뻗쳐있을 것만 같은 사고의 신경이 무섭기까지 하다.

“정말로?”

“그렇대도.”

“거짓말. 말도 안 돼.”

“…사고 속고만 살았어?”

얘 갑자기 왜 이렇게 집요해? 청명은 자신도 모르게 그만 사기꾼들이 단골로 사용하는 대사를 뱉었다.

“…그냥 휘두른 건데도 그렇게 예뻐?”

“어…?”

예…?

예쁘다는 말은 아마도 평생 처음 듣는 것 같다. 물론 청명이 아니라 청명이 피워낸 매화를 두고 한 말이겠지만.

침묵이 감돌자 유이설이 덧붙였다.

“...대체 어떻게.”

조금은 격앙된 어조였다.

“왜, 부러워? 나도 아주 완벽하지는 않아. 아직은 여기저기 허점도 많-”

그 말을 들은 유이설이 이번엔 청명의 머리카락을 쭉 쥐어 당겼다.

“악! 아악! 왜 또 그래!”

“좀 맞아.”

“사고 혼나볼래? 진짜?”

“정말?”

“…….”

난전이 시작될 것 같은 그 말에도 유이설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활기가 돌았다. 이 여자는 도대체가 때리겠다는 협박이 통하질 않는다. 업고 있느라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아마 사냥감을 발견한 고양이 마냥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을 것이다. 다리 풀려서 걷지도 못하는 것이. 결국 먼저 질리고 만 쪽은 청명이었다.

“내가 앓느니 죽지, 앓느니 죽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참을 달빛에 의지해 앞을 걸었다. 밤이 깊은 숲길, 두 사람의 허리춤에 찬 검이 각자 절그럭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청명.”

“이번엔 뭐 또.”

“다음 내 비무 끝나고서도 또 해줘, 대련. 상대가 했던 거 복기해서.”

“귀찮게... 아야야야야야. 알았어! 그때 봐서.”

그제야 만족한 듯 손에 힘을 푸는 유이설이었다.

“그래도 역시 착해.”

“손에 내 머리채나 놓고 얘기하시지?”

“길도 잘 찾고. 꼰대지만.”

“어쭈? 나 없으면 한 발짝도 못 떼는 주제에?”

“…….”

그건 맞는 말이라는 듯이 유이설이 입을 다물었다.

어두운 길.

그러나 지금은 홀로 애쓰지 않아도 나아갈 수 있었다.

유이설은 청명의 등에 옆 얼굴을 기대인 채 자신을 지나쳐가는 숲길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유이설이 걸어온 길은 언제나 그녀 혼자만의 길이었다. 화산에 들고 난 후에도, 여러 인연을 만나게 되었지만 결국 이 길을 가는 것은 자신뿐이라 그리 여겨왔었다. 화산이 망하고 나서도 그녀는 그녀 혼자만의 길을 걸을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유이설은 자신을 업고 앞을 나아가고 있는 청명을 바라보았다.

청명이라면, 그의 매화라면.

유이설이 어렵게 입을 떼었다.

“청명, 나….”

“아, 이거 아직도 여기 있네.”

“?”

유이설의 말을 끊은 청명이 돌연 가던 길을 벗어나 어떤 나무로 향했다. 그리고는 한쪽 손을 뻗어 어두운 이파리 속을 사부작거리며 뒤적였다.

“이거.”

유이설에게 내민 청명의 손에는 어떤 열매가 들려있었다.

“검은 열매…?”

“숭산에서만 자라는 건 데 아직도 있네. 이야, 이거 찾기 힘든데. 일부러 키우면 열매를 못 맺거든.”

“이게 뭐야?”

“제휴(帝休) 열매.”

“제…?”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검은 과육에 노란 꽃이라니 생긴 것도 매우 생소했다. 포도알 한 두 알 정도 되는 크기의 열매를 받아든 유이설이 눈을 끔뻑였다.

“그런 게 있어. 먹으면 노하지 않게 된다는 전설이 있는 열매.”

“그럼 어서 먹어.”

“그게 사실이면 화산 전원 다 지상신선(地上神仙) 되었게? 차라리 당과가 더 효능이 좋겠다. 실제로는 그냥 약간 단맛 나고 시큼한 열매야. 그래도 이 산에서 밖에 안 자라는 귀한 거니까 먹어봐. 대련하느라 다리도 풀렸잖아.”

“…….”

그 말에 유이설이 열매를 살짝 베어 물었다.

“…….”

그리고는 동시에 열매를 땅으로 떨구고 말았다. 

“…쓰고 떫어.”

“뭐야, 사고 다 커가지고 아직 그 정도 쓴맛도 못… 아 왜 때려! 나는 나름, 크흡… 사고 기운 차리라고 준 건데, 아야!”

“웃음 참지 마.”

청명의 정수리에 콩콩 꿀밤을 먹이던 유이설이 이내 주먹을 거두었다. 꿀밤을 맞는 와중에도 웃음을 참느라 덜덜 떨리고 있는 사질의 어깨가 지독하게 열받았다. 피가 몰려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사질이 사고를 속였어.”

“그래도 귀한 열매인 건 맞다? 여기 아니면 구경도 못해. 혹시 모르지, 나름 전설에도 나오는 열매인데 뭔가 영험한 효능이 있을지도… 아야!”

“거짓말, 사기꾼.”

“진짜 내려놔? 내려놓는다? 버리고 간다? 아 목에 매달리지 마, 숨막힌다고!”

제휴의 열매를 먹으면 노하지 않게 된다는 전설은 그저 전설일 뿐이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비무대회의 결승전이 있기까지, 그 귀하다던 열매는 아무런 효능도 발휘하지 못하고 유이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유이설은 사형제들과 함께 앉아 청명과 혜연이 마주한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혜연은 그녀도 도전했던, 그리고 그녀가 참패했던 상대이다. 불과 얼마 전 혜연과의 비무에서 입은 부상이 아직도 욱신거렸다. 

유이설은 자신의 검기가 혜연의 불광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던 것을 회상했다.

거짓된 검기와 진짜 검기를 흩뿌리며 상대를 미혹하는 화산의 검은 거짓된 것을 모조리 살라버리는 소림의 무학과 상성이 좋지 않다. 혜연은 마치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킨 불상처럼 그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뿜어내는 기운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한다. 굳이 검에 비유한다면 절검(絶劍)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혜연이 괴물 같은 천재였다는 것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소림의 무학은 화산의 검수에게 있어 최악의 상대였다. 이는 많은 이들이 혜연의 우승을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유이설은 제 심장 소리가 조금씩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청명은 그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하지만, 결승전을 앞에 두고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반면 청명의 표정은 그저 냉정하고 고요했다. 되려 불길하리만치. 멀리서 보아도 깊은 검은 두 눈 안에는 그저 안에서부터 천천히 타오르는 분노가 느껴질 뿐이었다. 유이설은 말없이 그 눈을 바라보았다.

체념이 섞인 분노, 그리고 원통함. 

‘왜지?’

물론 그 이유를 아예 모르지는 않는다. 과거 화산이 이렇게 된 것에는 구파의 책임이 큰 것이 자명하니까. 구파의 우세 아래 화산은 응당 누려야 했을 것을 누리지 못했다. 다만 화산에 든지 얼마 되지 않은 청명이 소림에게 품은 분노의 깊이가 이토록 깊은 이유에 대해선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막연히는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 또한 다른 이들은 모르는 슬픔을 홀로 품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설령 영원히 모르게 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그때, 검집을 땅에 꽂은 청명이 혜연의 턱에 제 주먹을 박았다. 검수가 주먹을 쓰자 혜연을 포함한 장내의 거의 모든 이들이 크게 당황했다. 놀라는 탄성이 관중석 곳곳에서 들려왔다. 

‘잔뜩 화났어.’

검수임에도 주먹을 사용한다는 것은 권사인 혜연의 자존심을 철저히 뭉개버리겠다는 노골적인 의도이다. 그리고….

“사고, 괜찮아요?”

“…….”

유이설은 눈을 질끈 감고 갑작스럽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이명과 함께 곁에 있는 당소소의 눈에도 심각해 보일 정도로 극심한 두통이 갑작스럽게 관자를 찌르고 들어왔다. 당소소가 걱정하는 눈으로 유이설을 바라보았다.

“사고, 불편하면 지금이라도 의약당에...”

“괜찮아.”

겨우 통증을 추스른 유이설이 다시 눈을 떴다. 안압이 잠시 높아졌는지 시야가 물속처럼 뿌옇고 흐릿했다. 혀끝에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쓰고 떫은 맛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순간 적잖이 놀랐으나 뿌예진 시야는 다행히도 잠시 후 점점 선명해졌다. 

그리고….

“청명…?”

유이설의 눈에 보이는 비무대가 방금까지와 사뭇 달랐다. 청명과 혜연이 마지막 결승 비무를 펼치고 있을 비무대에, 청명의 자리에, 사질이 아닌 전혀 다른 이가 서 있었다.

전신이 검붉은 피에 젖었다.

뜯겨나간 왼팔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배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옷자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서서 균형을 잡는 자세를 보니 다리조차도 한쪽은 온전히 붙어있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가장 그녀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사내의 눈이었다. 사지가 뜯겨나가는 고통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금방이라도 피눈물이 솟구칠 듯, 오로지 슬픔과 분노에만 찬 눈을 한 사내가 혜연 앞에 서 있었다. 그에게서 뻗어 나오는 살기가 피부를 바늘로 찌르는 감각이 느껴질 정도로 예리했다. 마치 멀리서 보고있는 그녀마저 쪼개버릴것만 같았다.

믿을 수 없는 끔찍한 광경에도 유이설은 차마 눈을 비비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못했다. 그저 가만히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볼 뿐이었다. 

사내의 각법에 혜연이 바닥을 굴렀다. 어딘가를 바라보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사내의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는,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질의 목소리였다.

"화산이 겪은 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

유이설이 다시 양 관자놀이를 찔러오는 격통에 고개를 움츠렸다. 시야가 마치 촛불이 꺼지듯 픽 암흑으로 뒤덮였다. 잔인하고 구슬펐던 광경이 잠시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곁에서 그녀를 걱정하는 당소소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머리를 쪼갤듯한 두통은 수십초 후 깨끗이 사라져갔다.

“...괜찮아.”

유이설은 천천히 심호흡했다. 두통은 사라졌고 환각도 느껴지지 않는 듯 했지만, 순간 다시 비무대를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 번은 보기 힘든 광경이었으니까. 그러나 용기를 내어 질끈 감은 눈을 번쩍 떴다.

여기저기 부서져 있는 비무대 위에서 혜연이 청명에게 연격을 날리고 있었다. 마교와의 전쟁 이후로 거의 사라졌다시피 했다고 하던 소림의 절기들이 그녀의 눈에 펼쳐졌다. 강력한 각법들 다음으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여래신장.

가공할 정도로 큰 파공음, 그리고 청강석으로 된 비무대 위에 새겨진 커다란 손자국. 비무대회장은 어느새 또 다른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어있었다. 유이설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지만, 그 이유는 조금 달랐다.

여래신장을 맞고 몸을 일으킨 청명이 잔해를 해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는 산발이 되고, 입가고 뺨이고 피투성이였지만 아까 유이설이 본 환각에 비하면 이 정도는 부상이라고도 부르기 어려울 정도였다. 청명에게도 자신이 입은 부상이 대수롭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끝내자.”

청명이 드디어 검을 들었다. 

유이설의 눈앞에 아름다운 매화가 펼쳐졌다. 

몇번의 겨울을, 몇십번의 스러짐을 견디고 다시 피어났는지 모를 붉은 매화가 이곳저곳이 부서진 잔해 속에서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든 것은 끝을 맞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피하지 못할 끝과 시작도 영원히 반복된다면 결국 의미가 없어진다.(無始無終,무시무종) 그저 존재하고, 이어질 뿐. 그러니 어떻게 본다면, 맞닥뜨린 끝을 이유로 굳이 괴로와하며 애통해할 이유는 없다. 꽃잎이 다 떨어진 매화나무가 다시 꽃을 피우듯 끝은 끝이되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상 속의 것을 그대로 끄집어내온 듯한 매화는 거짓된 것을 소멸하는 소림의 불광에도 굴하지 않고 오연히, 그저 그곳에 있었다.

쉬지 않고 피어난 붉은 꽃잎이 숲을 이루어 엉망이 된 경기장을 가득 수 놓았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비무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바람이 제 갈 길을 가듯 혜연의 목에 가 있는 청명의 검 위에도 매화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사질이 이겼다.

유이설의 주변에서 눈앞의 승리에 흥분하는 제자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화종지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없는 영광. 화산의 화려한 복귀를 천하에 울려 퍼지게 할 대사건이 기어이 일어났다. 곁에 있는 제자들이 탄성과 환호를 내질렀다.

그러나 유이설만은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내가 본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아까 자신이 본 것을 다시 떠올렸다. 사질 대신 비무대 위에 서있었던 온통 검붉은 사내. 누구라도 두려워할 정도로 진한 울분이 섞인 살기…….

문득 사질이 너무나도 낯선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혀뿌리 아래에서부터 무언가 떫은 맛이 느껴지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유이설은 채 사라지지 않은 매화 검기를 다시 눈에 담았다. 저 매화 하나하나에, 사질의 마음이, 청명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것은 환각도 거짓도 아니다.

그와 수없이 검을 맞대었기에 안다. 검에 담긴 청명의 마음을.

모를 수 없었다. 청명이 어느 날 땅 위에 떨어진 이무기이든, 유이설이 환각 속에서 본 불가사의한 사내만큼 두려운 존재이든지 간에 사질은 그저 사질이라는 것을.

묘한 흥분의 물결 속에서 유이설은 다시 청명의 얼굴을 주목했다.

청명 특유의 얄궂은 눈이 평소보다도 더 선명하게 보였다. 특히나 큰 일을 저지르기 직전의 얄미운 바로 그 눈이다. 무엇인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분명 예사가 아닌 일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진짜 꼴통.’

고개를 저었다. 유이설의 입매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달라지는 것은 없어.'

어떤 존재이든 간에 청명은….

청명의 우승을 확신하는 제자들 틈에서 유이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와는 달라."

"응?"

백천이 의아한 얼굴로 유이설을 보았다.

“……저거.”

“나쁜 생각 중.”

여전히 꼴통, 망둥이 사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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