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송님네(1309호)

[노리노카] 무제

얼렁뚱땅 로판에유

노리무네는 잠든 여자의 혈색 없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는 것처럼 굴던 여자는 잠들어있을 때만큼은 편안한 얼굴을 했다. 한참을 그리 보고 있다가, 손을 뻗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돈해본다. 그 접촉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익숙한 손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깊이 잠들었기 때문일까. 그는 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스스로의 생각이 어이가 없어져서 헛웃음을 흘렸다.

창 밖에서는 푸른 일렁거림이 어둠을 서서히 몰아내고 있었다. 그는 잠시 그것을 지켜보다가,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쳤다. 창을 통해 들어오던 옅은 빛이 모습을 감추고, 방 안은 어둠과 적막으로 가득찼다. 이런 장소에서만, 노리무네와 노카는 함께할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만, 노카는 노리무네의 곁에 있어주었다.

- 그분께서 잉태를 하신 듯 합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노리무네는 가장 먼저 환희했던 것 같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대로 노카를 곁에 묶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 진정하고 다시 생각해보기로는......제게 말이나 하면 다행일 것이었다. 하찮은 미물에게도 다정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니, 태에 있는 것이 아무리 미운 이의 핏줄이라도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소중히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래며, 이렇게 되었으니 어쩌겠느냐며, 우리 둘이 함께 살아가자고 할 것이다.

"나를...."

나만은, 배제하고.

그는 입을 다물었다. 굳게 다문 입매가 약하게 떨렸다. 누군가를 그리 말할지 모르지. 무려 이치몬지의 핏줄인데 숨기겠느냐고, 그를 앞세워 노리무네의 옆자리를 차지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을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그는 여자를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노리무네는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노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뺨을 매만질 듯 오른손을 뻗었다가, 닿기 전에 다시 거두어들이기를 반복했다. 여자는 결코 자신의 곁에 있어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함께 살아가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실소하다 불현듯 숨이 콱 틀어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노리무네는, 노카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얼마나 걸렸을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큰 차이가 없음을 깨닫고는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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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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