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해시태그

2. 優しい人

메이와, 치치+미즈

篝火 by 므루
40
2
0
  • 이와코 과거에 대한 날조가 있습니다

게게로는 그의 아내를 사랑했고, 그의 생각과 삶의 자세를 존중했다. 그러나 인간의 세상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가며 공존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납득할 수 없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동포이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이니 그가 원하는 대로 인간의 세상에 둥지를 틀고 어영부영 구색을 갖추어 살고는 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게로는 요괴로서의 자아가 강했고 태어난 이래 아주 오랜 시간을 자연에서 인간을 멀리하며 살아왔다. 풍족하진 않더라도 모자람 없는 삶이었고 충분히 편하게 살 수 있었다. 몇 번은 인간 세상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산으로 들어가 살자고 했으나 그는 다정하게 거절하기만 했다. 당신도 이들과 같이 살면서 이들의 좋은 점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그대는 어째서 인간과 살고자 하는 거지?”

인간과 엮여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그의 부모님을 죽인 병도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이 원흉이었다. 갑자기 불어난 인간이 논과 마을을 만들겠다며 벌목을 하고 습지와 갯벌을 메워 자연을 파괴하지 않았어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에 터 잡고 살던 유령족을 죽이지 않았어도 한때 지상의 주인이었던 유령족이 멸망 직전까지 몰리지 않았으리라. 따지고 보면 종족의 원수인데, 어찌하여 이 여인은 그런 자들과 공존하고자 하는 건가. 게게로가 이해하지 못하고 가만히 눈동자를 들여다 보자 이와코는 천천히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가족은 인간 덕에 겨우 목숨을 부지했거든. 결국에는 영주에게 걸려서 부모님은 몰살당했고, 그 사람도 처형당했지만.”

이와코의 앞집에 살던 부부는 쫓기듯 산에서 내려온 이와코 가족에게 자신들의 집을 선뜻 내주었다. 그들이 주는 음식으로 부모님이 회복하는 동안, 부부는 이와코에게 아주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음식을 하는 법, 옷을 짓는 법, 토끼나 다람쥐 등의 작은 생물을 잡는 것부터 밭을 갈고 작물을 키우는 법, 도구를 쓰는 법과 돈을 계산하는 법, 시장에서 흥정하는 법까지. 생존에 필요한 것과 인간 사이에 섞여 들키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모든 비결을 전수해주었다.

“그 부부가 죽은 후에도 여러 번 인간의 도움을 받았어. 물론 들켜서 박해받은 적도 있지만…. 있지, 요괴 중에도 성격이 고약한 놈과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해 빠진 녀석이 있잖아? 인간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 인간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보면 분명 좋은 사람들이 있어. 그 속에서 내 편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그 무리 안으로 뛰어들어 섞이는 수밖에 없어.”

이제는 인간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그러면서 이와코는 긴 한숨을 흘렸다. 인간 곁에서 오래 살아온 만큼 인간에게 상처받은 순간도 게게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코는 좋은 사람도 있다는 믿음으로,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았던 기억으로 그 안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마지막 유령족으로서,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는 일념을 원동력 삼아서.

하지만 그렇게 마음 먹은 이유는 역시 처음 만난 인간이 좋은 인간이었기 때문 아닌가, 하고 게게로는 생각했다. 이와코와 함께 살면서 게게로가 본 인간은 모두 가식적이었다. 그들은 이와코의 남편에게 이런저런 좋은 말을 했지만 뒤에서는 제 용모와 외관을 두고 두고두고 호박씨를 깠다. 어쩌다가 집밖으로 나와 걷고 있으면 저를 괴인처럼 흘긋대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서 게게로는 도무지 인간에게 정을 붙일 수 없었다. 혼자 살 때와 다름없이 게게로는 여전히 인간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자신과 함께 산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인간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게게로가 답답했는지 혹은 안쓰러웠는지, 이와코는 자주 게게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말했다.

“언젠가 당신도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런 상냥한 사람을.”

내가 과연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당신처럼 상냥한 사람이 되어서 그 인간에게 아량을 베풀 수 있을까. 정말로 내가, 어떤 종류이든 인간을 어여쁘게 여겨서 그들 곁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까. 게게로는 이와코의 속삭임이 막연한 미래처럼 느껴졌고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소설 속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그만해!”

자신을 목을 치려는 사람 앞으로 뛰어들고는, 맨발로 비를 맞으며 횡설수설하는 한 사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 이와코. 나도 당신처럼 상냥한 사람이 된 것 같네. 당신과 미즈키가, 나를 행복하고 상냥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어.

원념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게게로는 상상했다. 자신의 아들과 미즈키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고 그 미래를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라며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댓글 0



추천 포스트